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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야구, WBC 삼진 아웃…’그들만의 리그’ 전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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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야구가 13일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1라운드 탈락 수모를 당했다. 한두 번도 아니고 벌써 세 번째다. 이 정도면 ‘WBC 삼진 아웃’이다. 역대 최고의 조 편성이라고 했던 ‘황금 대진’도 뚫지 못할 정도로 한국 야구는 확실히 퇴보했다. 참사 때마다 나오는 ‘그들만의 리그’, ‘우물 안 개구리’라는 비아냥을 이번엔 정말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이강철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은 13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중국과 B조 최종전에서 22-2, 5회 콜드게임 승을 거두며 조 3위(2승 2패)로 대회를 마쳤다. 조 1위는 일본(4승), 2위는 호주(3승 1패)다.
이 감독은 "한국에 계신 국민과 야구 팬에게 진심으로 죄송하다"며 "내가 부족해서 결과가 이렇게 나온 것 같아 다시 한 번 죄송하다"고 고개를 숙였다. 주장 김현수(LG)도 "내가 부족한 탓에 선수들을 잘 이끌지 못했다"고 자책한 뒤 "코리아 유니폼을 입는 건 마지막"이라고 대표팀 은퇴를 선언했다.
WBC는 점점 출전 팀들의 기량이 상향 평준화됐는데 2006 WBC 4강, 2009 WBC 준우승을 차지한 한국은 거꾸로 가고 있는 모양새다. 한 수 아래로 여겨진 호주에 충격 패(7-8)를 당했고, 14년 만에 WBC에서 다시 만난 일본을 상대로는 콜드게임 수준(4-13)으로 대패했다. 생업을 뛰면서 야구를 즐기는 ‘투잡 팀’ 체코엔 졸전 끝에 승리(7-3)했다. 한국 야구에 거품이 얼마나 잔뜩 꼈는지를 잘 보여준 대목이다.
KBO리그는 국내 최고 인기 스포츠다. 관중은 800만 시대를 열었고, 선수는 특급 대우를 받는다. 100억 원이 훌쩍 넘는 자유계약선수(FA) 계약이 속출하고, 비FA도 다년 계약을 통해 거액을 손에 넣는다. 이는 인기와 실력이 받쳐줘서가 아니라 선수 저변이 워낙 얕아 생긴 희소성 때문이다.
이번 대회에서 확인했듯 '우물 안 리그'에서도 투수 문제가 심각하다. KBO리그를 대표하는 투수는 아직도 30대 중반의 김광현(SSG)과 양현종(KIA)이다. 구창모(NC) 이의리(KIA) 소형준(KT) 김윤식(LG) 등 리그에서 '최고'라는 ‘젊은 피’들은 형편 없는 경기력을 보였다. 스트라이크도 제대로 꽂지 못했다.
2017년 고척 참사 때도 김인식 당시 대표팀 감독이 “류현진, 김광현 이후 지난 10여 년간 상대에 두려움을 주는 투수가 나오지 않고 있다. 고등학교, 대학교에서 좋은 신인 투수가 나와줘야 한다”고 했는데, 그런 투수는 6년이 지난 지금도 나오지 않았다.
일본 야구 전설들도 수준이 현저하게 떨어진 한국 투수들을 보며 깜짝 놀랐다. 2006·2009 WBC에서 한국 투수들을 상대했던 강타자 출신 후쿠도메 고스케는 12일 한국일보와 만나 “투수들이 너무 안 좋다”면서 “강하게만 던진다고 일본 타자들을 압도하는 게 아니다. 제구가 받쳐줘야 하는데 볼넷이 정말 많다”고 혹평했다.
일본의 레전드 마무리 투수 사사키 가즈히로(55) 역시 “제구력을 앞세운 투수보다 파워 피처 유형이 많아 보였다. 그렇다고 미국처럼 힘으로 일본을 누를 수 있다면 괜찮지만 한국은 그 정도 힘이 없다”며 제구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KBO는 침체된 '야구 띄우기'에, 구단들은 눈앞의 성적에만 혈안이 돼 정작 선수 육성과 육성 시스템 마련에 인색했다. 우승도, 인기도 국제경쟁력이 없다면 빛 좋은 개살구일 뿐이다. 1990년대 한일 프로야구 ‘슈퍼 게임’처럼 적극적인 교류의 필요성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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