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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 살만의 정면돌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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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2019년 9월 사우디아라비아 국영기업 아람코의 석유시설 2곳이 드론 공격을 받은 직후 국제유가는 20%까지 치솟았다. 사우디는 물론이고 맹방 미국과 서방은 일제히 이란을 배후로 지목했다. 시장 혼란이 가라앉고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던 그달 말, 사우디 실권자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미국 언론과 인터뷰를 가졌다. "이란에 확고한 행동을 취하지 않는다면 세계 경제는 붕괴할 것이다." 다음 말이 뜻밖이었다. "정치적이고 평화적인 해법이 군사적인 것보다 훨씬 낫다."
□ 빈말이 아니었다. 양국은 재작년부터 관계 정상화를 논의한 끝에 지난 10일(현지시간) 중국 베이징에서 7년 전 단절된 국교를 복원하기로 합의했다. 이슬람 종파 갈등의 본산인 수니파(사우디)와 시아파(이란)의 맹주로 지금도 예멘과 시리아에서 대리전을 치르고 있는 앙숙끼리 말이다. 이 과정에 중국은 중재 외교의 진수를 보여줬고, 미국의 '반(反)이란 연대' 중동 전략은 허를 찔렸다. 내우외환에 빠진 이란 사정도 협상 타결엔 유리했다.
□ 이 기념비적 화해극에서 빼놓을 수 없는 요인은 무함마드의 의지다. 젊은 계몽군주를 표방하는 그는 2016년 석유 중심 산업구조 다각화와 사회문화적 혁신을 도모하는 '사우디 비전 2030' 전략을 발표했다. '네옴'을 비롯한 메가시티 프로젝트 등 관련 사업 성패의 관건은 해외투자 유치. 하지만 언제 드론과 미사일이 날아들지 모를 곳에 누가 돈과 인력, 물자를 대겠는가. "사우디 정부가 (4년 전 아람코 피격에서) 이란의 대담한 군사력을 절감하면서 협상 전기가 마련됐다"는 외신 보도는 무함마드의 심정을 대변한 것이다.
□ 사우디-이란 수교 재개의 다음 수순으론 예멘 내전 종식 협상이 꼽힌다. 사우디 주도 아랍동맹군이 예멘 정부군을, 이란이 후티 반군을 지원하며 10년째 끌어온 전쟁이다. 이란과 서방의 핵합의 복원 협상이 재개될 거란 전망도 나온다. 중동 정세가 신냉전의 역사적 퇴행을 거슬러 나아갈 수 있을지 자못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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