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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다 다 죽는다"...SM '쩐의 전쟁' 승자는 카카오, 추가 베팅 압박에 하이브는 손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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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 이상 펼쳐졌던 SM엔터테인먼트 경영권 분쟁의 승자는 카카오였다. 카카오와 하이브가 SM 지분 확보 경쟁이 뜨거워지면서 예상보다 주가가 크게 오르자 누가 이기더라도 자칫 '승자의 저주'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다. 결국 자금력 싸움에서 불리하다는 평가를 받았던 하이브가 경영권 분쟁에서 발을 빼면서 자연스럽게 교통정리가 된 것.
하이브는 12일 SM 인수 절차를 중단한다는 공식 입장을 냈는데 카카오와의 과열 경쟁을 주요 이유로 꼽았다. 하이브는 이날 입장문에서 "SM의 가치와 인수 후 통합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유무형의 비용까지 고려한 적정 인수가격 범위를 설정해 이수만 전 총괄 프로듀서의 지분을 인수하고 공개매수를 진행했다"며 "하지만 카카오·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추가 공개매수로 경쟁 구도가 심화되고 주식 시장마저 과열 양상을 보이는 현 상황에서는 SM 인수를 위해 제시해야 할 가격이 적정 범위를 넘어섰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실제 카카오가 SM 지분 확보를 선언한 2월 7일만 해도 SM 주가는 8만 원 수준이었지만 한 달이 지난 3월 8일에는 16만 원을 웃돌기도 했다. 그사이 하이브는 SM 주식을 주당 12만 원에 공개매수하려 했지만 주가가 크게 올라 단 4개 주를 확보하는 데 그쳤다. 카카오 역시 15만 원에 공개매수한다는 계획을 발표했으나 주가가 15만 원 안팎을 오르내리고 있어 지분 확보를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이에 두 회사는 더 이상의 치킨게임은 도움이 되지 않는 판단에 11일 만나 합의점을 찾은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하이브는 이미 이수만 전 총괄 프로듀서의 지분을 사들이는 과정에서 계열사로부터 단기 차입금 3,200억 원까지 끌어 쓴 만큼 카카오와의 추가 경쟁이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진다.
반면 카카오는 약 2조 원 가까운 현금을 보유하고 있는 데다 카카오엔터도 최근 사우디·싱가포르 국부펀드로부터 각각 6,000억 원을 투자받은 만큼 하이브 대비 상대적으로 자금력에 여유가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에 하이브와의 협상 과정에서 카카오는 또다시 공개 매수 가격을 올릴 수 있다는 입장을 강력히 어필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직 양사는 하이브가 가진 SM 지분(15.78%)을 어떻게 처리할지에 대해서는 합의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하이브가 카카오에 블록딜 형태로 남은 지분을 넘길지, 아니면 2대 주주로 남으면서 SM과의 사업 협력을 이어나갈지는 미지수다. 다만 이번 회동에서 양사가 플랫폼 관련 협업을 합의했다는 입장을 밝힌 만큼 당분간 SM을 사이에 두고 양사가 협력하는 그림이 그려질 것으로 예상된다. SM 아티스트가 하이브의 팬 소통 플랫폼 '위버스'에 참여하거나, 하이브 아티스트가 카카오의 여러 콘텐츠 플랫폼에서 활용되는 식의 사업 제휴가 점쳐진다.
카카오는 이날 하이브의 결정을 두고 "하이브의 SM 인수 중단 결정을 존중한다"며 "하이브의 결정으로 불확실성이 해소된 만큼 26일까지 예정된 공개 매수를 계획대로 진행해 추가 지분을 확보하고 하이브와 SM엔터테인먼트와의 사업 협력을 구체화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공개매수 경쟁에서 하이브가 빠지면서 새로운 변수가 없다면 카카오가 SM 경영권의 주인이 될 전망이다. 공개매수에 성공하면 카카오와 카카오엔터의 SM엔터 지분율은 현재 4.91%에서 39.91%까지 올라가게 된다. 인수 가격만 1조2,500억 원에 달한다.
카카오는 SM의 IP를 활용해 글로벌 콘텐츠 시장 진출에 속도를 낼 방침이다. 국내 매출 비중이 80%에 달하는 카카오는 그동안 꾸준히 해외 시장에 노크를 했지만 글로벌에서 인기를 얻을 만한 지식재산권(IP) 확보에 어려움을 겪어 왔다. 현재 해외 매출 대부분은 웹툰, 웹소설에서 나오고 있다. 최근에는 '수리남', '헌트', '사내맞선' 등 드라마·영화 제작 사업 규모를 키우는 입장이다. 카카오 입장에선 웹툰·웹소설이란 좋은 스토리와 흥행작을 만들어낼 수 있는 제작 역량은 확보했지만 그사이를 메울 '아티스트'에 갈증을 느껴왔다. 이에 카카오는 SM 인수에 2년 이상을 공들인 것으로 알려진다.
이에 업계에서도 카카오가 하이브보다 SM 경영권 확보에 더욱 적극적일 것으로 예상해 왔다. 조영신 SK브로드밴드 경영전략그룹장은 3일 문화연대와 서울대 아시아연구소 한류연구센터가 연 토론회에서 "카카오엔터가 보유한 아티스트는 많지만 하이브나 다른 기업에 비해 저평가받는 이유는 슈퍼 IP가 별로 없기 때문"이라며 "SM 인수는 카카오가 얻을 게 많은 인수합병"이라고 평가했다.
카카오 관계자는 "SM의 글로벌 IP와 제작 시스템, 카카오의 IT 기술과 IP 밸류체인의 비즈니스 역량을 토대로 새로운 시너지를 만들어낼 계획"이라며 "이를 통해 각 사의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고, K컬처 산업이 또 하나의 국가 경쟁력이 될 수 있도록 적극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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