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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도 근시일 때 '녹내장' 위험… 실명 예방하려면 40대부터 정기 검사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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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내장은 눈의 압력(안압)이 올라가 시신경이 눌리거나 혈액이 잘 흐리지 않아 시신경 기능에 이상이 발생하는 질환이다.
초기에는 별다른 이상 증상이 나타나지 않아 알아차리기 어렵고 증상이 심해져 실명할 정도가 돼야 시야가 흐릿해진다. 녹내장을 ‘소리 없는 시력 도둑’이라 부르는 이유다.
녹내장은 당뇨병성망막증ㆍ황반변성과 함께 3대 실명 질환이다. 녹내장이 발병하면 무조건 실명하는 것으로 오해하는 사람이 많지만 조기 발견해 적절히 치료하면 실명을 예방할 수 있다. 3월 12일은 세계녹내장협회가 정한 ‘세계 녹내장의 날’이다. 김용찬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안과 교수의 도움말로 녹내장 원인과 예방법을 알아본다.
-녹내장 발생 원인은.
“발생 원인은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안압 상승과 노화가 주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 높은 안압은 장기적으로 녹내장 원인이 될 수 있다.
중년 여성에서 많이 발생하는 급성 폐쇄각 녹내장은 흔히 두통과 구역감을 동반해 뇌 질환으로 착각하기 쉽다. 나이가 들면서 점점 두꺼워진 수정체에 비해 눈의 용적이 작아 눈 안에 영양분을 공급하는 액체인 방수(房水)를 배출하는 전방각 내 섬유주를 막으면서 나타난다. 처치가 늦어지면 단기간에 실명으로 이어질 수 있다.
또한 당뇨병이 오랫동안 조절되지 않으면 당뇨 합병증으로 섬유 혈관 조직이 섬유주를 덮게 되면 안압이 크게 높아진다. 포도막염이라는 만성적 염증이 생겨도 섬유주가 망가져 안압이 올라간다.
안압이 낮다고 모두 녹내장으로부터 안전한 것도 아니다. 정상 안압은 일반적으로 10~21㎎Hg지만 사람에 따라 안압이 정상 범위에 있어도 시신경이 손상을 받는 경우가 있다.
특히 한국을 포함해 중국ㆍ일본 등 동북아시아의 경우 안압이 높지 않아도 녹내장이 발생하는 ‘정상 안압 녹내장’ 환자가 전체의 80% 이상으로 서양보다 월등히 높다. 정상 안압 녹내장은 안압 외에 고혈압ㆍ당뇨병 등 기저 질환이 위험 요인으로 알려져 있다.
고도 근시의 원인 중 하나인 ‘축성 근시’로 안구 앞뒤가 길어지면 시신경이 당겨지면서 상대적으로 시신경이 더 얇아지고 구조에 문제가 생겨 녹내장 위험을 높이기도 한다. 축성 근시로 인해 시신경을 보호하는 공막(흰자위)이 바람 넣은 풍선처럼 얇아지고 안구가 커진 만큼 혈관이 증가하지 못해 나타나는 혈류 저하도 시신경 건강에 간접적이지만 악영향을 미친다.”
-녹내장은 젊은이에게 나타나지 않는가.
“녹내장은 고령에서 많이 발견되지만 20~30대 젊은 층에서도 점점 증가하는 추세다. 특히 라식ㆍ라섹 같은 굴절 교정 수술이 많이 시행되면서 젊은 나이에 안과를 찾았다가 우연히 발견되는 경우가 많다. 젊은 녹내장 환자의 대다수는 근시 또는 고도 근시일 때가 많다.
근시가 없는 사람과 달리 시신경 모양이 녹내장 손상에 취약하기 때문이다. 최근 식습관 변화와 운동 부족으로 젊은 층에서 기저 질환이 증가하고 있는 만큼 성인병으로 인해 정상 안압 녹내장이 발생할 수도 있다.”
-스마트폰을 자주 보는데 녹내장 위험은 없나.
“어두운 곳에서 장시간 고개를 숙이고 일하면 동공이 커지고 수정체가 앞으로 이동하면서 방수가 방출되는 통로가 좁아지게 된다. 방수 흐름에 장애가 생기면 녹내장이 발병할 위험이 더 커질 수 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50대 이상 안경을 안 쓰는 사람인 원시에서 주로 발생한다.
젊은 연령대에서 장기간 스마트폰을 사용한 후 겪는 안구통은 대개 안구건조증으로 인한 각막 상피 손상이 원인일 때가 많다. 안과 전문의와 상의해 안구 표면을 매끄럽게 유지해주는 인공 눈물 등 안약을 사용하는 것을 추천한다.”
-어떤 증상 나타날 때 녹내장 의심해야 하나.
“녹내장이 발생하면 시야 주변부부터 잘 보이지 않는다. 이런 증상은 점점 시야의 중심부로 확대된다. 증상이 아주 천천히 장기간에 걸쳐 나타나므로 자각하기 어렵고 병이 어느 정도 진행된 후에야 자각 증상을 호소한다. 특히 글씨를 읽는 등 시력은 대부분 보존되기에 쉽게 알기 어렵다. 눈에 통증이 있거나 침침하고 초점을 맞추기 어렵다면 바로 전문의를 찾아 진단을 받는 게 좋다.”
-녹내장은 수술로 완치할 수 있나.
“녹내장 치료를 위해서는 안압을 떨어뜨려 시신경을 보존하는 것이 중요하다. 급성이라면 안압을 낮추는 안약을 넣고 안압 강하제를 복용하는 등 신속한 처치가 필요하다. 만성일 때도 안압 강하제 등 약물 치료를 시행한다. 안압이 내려간 후에는 레이저 치료를 통해 눈 속 방수 순환을 돕고 안압이 정상화된 후에는 시야 검사를 통해 시력 손상 여부를 확인한다.
만약 약물이나 레이저 치료로도 안압이 충분히 내려가지 않는다면 수술해야 한다. 녹내장은 치료를 하더라도 이미 손상된 시신경 기능을 돌이킬 수 없고 손상 진행을 늦추는 정도의 치료만 가능하다. 다른 어떤 질환보다 조기 발견과 조기 치료가 매우 중요한 이유다.”
-녹내장은 유전과 관련 있나.
“녹내장도 가족력이 중요한 위험 인자로 작용하는 것은 맞다. 하지만 가족력이 곧 녹내장 발병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여러 요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다만 녹내장 가족력이 있으면 별다른 증상이 없더라도 6개월 또는 1년마다 정기적인 안과 검진을 꾸준히 받아보길 권한다.”
-녹내장 예방법은 없나.
“정기적인 운동은 녹내장 예방과 진행 속도를 늦추는 데 도움이 된다. 앞선 연구에 따르면 1주일에 10시간 이상 운동하면 3시간 이하로 운동하는 사람보다 녹내장 진행과 발생이 현저히 줄었다. 녹내장 위험군에 속한다면 근육을 단련하는 무산소운동은 안압을 높일 수 있다. 조깅이나 자전거 타기 등 유산소운동을 추천한다.
흡연도 녹내장에 악영향을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담배는 전신 혈관 수축제로 눈을 포함한 신체의 모든 혈관을 수축시킨다. 카페인이 안압을 높인다는 연구 결과도 계속 나오고 있다. 일상생활에서 고개를 숙이거나 침대에 엎드려 스마트폰ㆍ컴퓨터ㆍ독서 등을 하는 것은 피하고 바른 자세를 생활화하는 것도 필요하다.
가장 중요한 예방법은 정기적인 검사다. 노안이 시작되는 40대 이상이거나 고혈압 혹은 당뇨병 등 심혈관계 질환이 있거나, 근시가 심한 고도 근시나 초고도 근시이거나, 가족력이 있다면 6개월에서 1년에 한 번 정기적으로 안과를 찾아 정밀 검사를 받기를 추천한다.
평소에 꾸준한 검진 없이 뒤늦게 녹내장 말기 판정을 받거나 평소 녹내장 질환으로 처방받은 약을 잘 지키지 않고 검진 등을 받지 않아 결국 실명하게 된다. 정확한 검진 후 적극적으로 치료를 받으면 당뇨병이나 다른 난치병처럼 평생 관리하며 유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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