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이 가고 나서야 서울에” 이태원 슬픔 계속…정부는 유가족 안 만나

입력
2023.03.10 17:40
수정
2023.03.10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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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 이경훈씨 어머니 라디오 인터뷰
정부 유족 지원단, 유가족과 만나지도 않아

지난달 18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 설치된 10·29 이태원 참사 분향소에서 한 시민이 눈물 흘리는 유족을 위로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18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 설치된 10·29 이태원 참사 분향소에서 한 시민이 눈물 흘리는 유족을 위로하고 있다. 연합뉴스

“생활 속에 감정이 없어졌어요. 그냥 해야 하는 일만 하는 거지, 내가 이 일을 하면서 기쁘다든지 슬프다든지 화가 난다든지 이런 특별한 이런 감정이 사실은 없어요.”

지난해 10월 이태원 참사로 아들(고 이경훈씨, 1995년생)을 잃은 어머니의 일상이다. 경훈씨 어머니는 지난 10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의 ‘10·29 참사, 기억과 기록’ 편에 출연했다.

그는 일부 시민들이 유가족을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는 건 “크게 상처받지 않는다”고 했다. “일반 시민은 그날의 참사가 왜 일어났는지, 사실 잘 알지 못하잖아요. 그래서 그럴 수 있다고 생각을 해요. 하지만 그날의 진실을 잘 알고 있는 정부나 정치인들이 하는 막말이나 2차 가해, 이런 것들에 대해서 그들의 잘못을 숨기고 그 자리를 지키기 위해서 그러는 거기 때문에 거기에 굉장히 억장이 무너지고 너무 가슴이 아픕니다.”

요리를 좋아했던 아들도 추억했다. 경훈씨 어머니는 “우리 아들도 방송 일을 했었는데 일정이 굉장히 빡빡한 속에서도 쉬는 날이면 친구나 지인들을 불러서 직접 요리해서 나눠 먹고 함께하는 시간들을 굉장히 좋아했었다”며 “특히 수비드를 한 스테이크와 스파게티 스프 카레 메밀소바 리조또 이런 거를 잘했다”고 말했다.

이런 아들을 이젠 분향소에서 만난다. ‘지방에 거주해 분향소는 자주 못 가겠다’는 진행자의 질문에 어머니가 답했다. “제가 한 달에 두 번 정도 서울에 올라가는데요. 아들이 살았을 때 제가 서울에 한 번도 가보지 못했어요. 제가 직장도 다니고 바쁘다는 핑계로 아들한테 한 번도 올라가보지 못했는데 아들이 가고 없는 이제서야 제가 이렇게 서울을 올라가게 되네요. 마음이 참 아픕니다.”

그가 목소리를 내는 이유는 한 가지. “사람들은 얘기해요. 지금 그런다고 죽은 아들이 살아 돌아오는 것도 아닌데 이제 그만하라고요. 그런데 우리는 죽은 아이가 살아 돌아오라고 하는 것이 아니에요. 그날의 참사는 막지 못했지만 앞으로도 이 땅에 살아갈 우리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서입니다.”

한편 이태원 참사 후 유가족을 지원하기 위해 행정안전부에 지원단이 만들어졌지만, 지난 석 달간 유가족들과는 단 한 차례도 만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 대리인을 맡고 있는 윤복남 변호사는 한 언론에 “행안부 지원단 관계자와 수차례 차담을 나눈 적은 있지만 협의나 지원을 위한 안건을 놓고 만난 적은 한 번도 없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행정안전부는 설명자료를 내고 "유가족협의회에 행안부 장관 면담 요청과 지원단 면담 요청 등 여러 차례 만남을 제안했으나 유족들이 원치 않아 아직 공식적으로 만나지 못했다"고 전했다.

남보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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