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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투수' 양현종, ‘대’형준도 불펜 실패...보직 파괴 자충수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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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4강을 목표로 출항한 ‘이강철호’의 승부수는 보직 파괴였다. 투수 엔트리 15명 중 10명을 선발투수로 뽑아 보직에 상관없이 적재적소에 투입하겠다는 계획이었다. 이 중 KBO리그 대표적인 좌완 에이스 듀오 김광현(SSG)과 양현종(KIA)도 불펜 자원으로 분류됐다. 마운드 운용의 귀재라 불리는 이강철 감독이 지휘봉을 잡았기에 내린 결단이었다.
하지만 이 감독의 계투 작전은 첫 경기부터 삐걱거렸다. 9일 8강 진출의 분수령이었던 호주를 상대로 중간에 투입한 소형준(KT), 양현종(KIA)이 줄줄이 무너졌다. 2020년 신인왕 출신으로 소속팀 KT에서 스승 이 감독의 신뢰를 듬뿍 받고, 큰 경기에 강한 모습을 보였던 소형준은 데뷔 때부터 줄곧 선발로만 뛰었다. 개인 통산 159승을 수확해 역대 다승 3위에 이름을 올린 ‘대투수’ 양현종 역시 모든 루틴이 선발에 맞춰진 베테랑이다.
하지만 둘은 약속이라도 한 듯 마운드에 중간 투수로 올라가자마자 난조를 보였다. 소형준은 4-2로 앞선 7회초에 나가 선두 타자 로비 퍼킨스에게 몸에 맞는 볼을 내주고, 후속 울리치 보야르스키에겐 중전 안타를 맞았다. 무사 1·2루에서 1번 팀 케넬리에게 희생 번트를 내준 다음 공을 김원중(롯데)에게 넘겼다. 그러나 김원중은 로비 글렌다이닝에게 통한의 역전 3점포를 내줬다.
양현종 불펜 카드도 실패로 끝났다. 8회 초 1사 후 등판한 양현종은 하위 타순을 상대로도 난타를 당했다. 6번 릭슨 윈그로브와 7번 로건 웨이드에게 연속 안타를 맞은 뒤 8번 로비 퍼킨스에게 쐐기 3점 홈런까지 허용했다.
물론 결과론이지만 이 감독의 승부수는 대실패로 귀결됐다. 아울러 한 투수가 최소 세 타자를 상대해야 한다는 대회 규정에도 발목이 잡혔다. 소형준과 양현종은 등판하자마자 제구나 구위가 좋지 않았는데도 이 규정 때문에 바로 바꾸지 못하고 끌고 갈 수밖에 없었던 상황이었다.
당초 선발투수의 불펜 투입은 리스크가 크다는 우려도 현실이 됐다. 대표팀 에이스 김광현은 미국 애리조나 훈련에 소집할 당시 “그간 선수 생활의 대부분을 선발로 나섰다”며 “조금 부담되는 게 사실”이라고 털어놨다. 선발투수들은 보통 등판 전 롱토스를 하는 등 마운드에 오르기 전 루틴이 구원투수들과 다르고, 몸이 풀리는 속도도 상대적으로 늦다.
물론 이 감독이 보직 파괴 카드를 꺼낼 수밖에 없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 마무리 고우석(LG)이 목 부위 근육통을 호소해 정상적인 출격이 불가능했다. 또 WBC 1, 2회 대회처럼 서재응 봉중근 류현진(토론토)이라는 확실한 선발투수들이 있었던 것과 달리 이번 대표팀은 압도적인 에이스가 보이지 않았다. 때문에 선발투수를 경기 전에 여유 있게 밝히지 못하고 엔트리 제출 시간 이후에 공개를 하게 된 것이다.
그럼에도 소형준의 교체 투입 시점은 아쉬운 대목으로 남는다. 무조건 잡아야 하는 경기였기에 다음을 생각하지 말고 전문 필승 불펜 정우영(LG) 등을 썼어야 하지 않느냐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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