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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 다르고 '에' 다를까

입력
2023.03.10 04:30
25면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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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비스 문의 전화를 하면서 이름을 확인해야 할 때면 '바다 해'냐 '은혜 혜'냐는 질문을 받는다. 혹시 안 들릴까 이중 모음 'ㅖ'를 강조하며 "은혜 혜 최, 혜, 원입니다"라고 크게 대답하기도 하는데, 실은 자음이 앞에 올 때 'ㅐ'와 'ㅖ'를 구분해서 발음하지도 듣지도 않는 서로의 습관 때문에 벌어지는 일이다.

음소문자인 한글은 하나의 기호에 하나의 소리를 대입하여 표기하므로 기본 자음과 모음만 익히면 누구나 쉽게 배우고 쓸 수 있다고 한다. 또 표기에 따른 발음 규칙이 있어 한국어를 처음 배우는 외국인이라도 한국어의 음운 규칙과 이를 표기에 반영하는 방법만 안다면 한국어를 얼추 읽고 적을 수 있게 된다.

그러나 표기와 일치하지 않은 모음은 외국인 학습자에게 혼란스러운 대상이다. 자음이 앞에 올 때의 'ㅖ'를 한국인들은 'ㅐ'와 비슷하게 발음하는데, 이 'ㅐ'도 정작 'ㅔ'와 거의 구분이 되지는 않는다. 한국인의 경우 소리로 들은 단어를 글자로 익히면서 자연스레 발음과 문자를 대응시키고, 오랜 학습을 통해 'ㅔ'와 'ㅐ' 두 모음 표기를 구분하게 된다. 외국인들처럼 발음과 표기를 동시에 관찰하는 것이 아닌, 문자라는 라벨이 붙은 발음으로 보니 두 모음을 잘 구분하고 있다고도 생각한다.

말소리가 변하여 사라진 옛 글자 'ㅸ', 'ㅿ', 'ㆍ'는 이제 기록으로만 남아 있다. 그렇다면 가까운 미래에 'ㅔ'와 'ㅐ' 중 어느 하나는 사라지고 하나의 표기만 남게 될까. 장담할 수는 없지만 그러한 필요는 크지 않을 것 같다. 맞춤법의 오류를 학습한 컴퓨터가 두 모음 표기의 생존을 지속시키기 위해 완벽에 가깝게 인간을 코치할 듯싶으니.

최혜원 국립국어원 학예연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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