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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책위 개편이 암시한 윤석열 정부 연금개혁 방향..."재계 힘 실어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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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수책위)의 노동자·지역가입자 몫이 줄어들자 윤석열 정부의 국민연금 개혁 방향에도 영향을 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전례 없는 방식으로 재계에 힘을 실어준 만큼 국민연금 개혁에서도 재계 입장이 주요 변수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8일 시민단체·노동계에 따르면 전날 수책위 운영 규정 개정(금융·투자 단체도 수탁위원 추천)은 이례적이었다. 정부가 해당 안건을 다루겠다고 기습 통보했고, 한 번도 없던 '표결'로 처리했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는 전날 2023년도 제1차 국민연금기금운영위원회를 열고 가입자단체의 추천 인사만으로 구성하는 수책위의 운영 규정을 바꿨다. 그동안 전문위원 9명 중 비상근 위원 6명은 경영계를 대변하는 사용자, 노동계를 대표하는 근로자, 소비자단체 등 지역가입자 측이 각각 2명을 추천해 구성했는데, 가입자 추천 위원이 각 1명으로 줄었다. 대신 금융·시장 전문가단체가 추천한 3명을 포함하기로 했다. "자산운용·투자 전문가가 없었다"는 게 복지부의 설명이다.
노동계와 시민단체는 반발하고 있다. 수책위가 스튜어드십 코드(기관투자자의 주주권 행사) 실행을 결정하는 기구라 경영계와 자본시장의 입김이 세질 수 있기 때문이다. 전례가 없는 방식으로 안건을 처리한 자체가 재계의 영향력 강화를 고려한 조치라고 비판한다.
이들은 '이견 조율'과 '합의제'란 원칙이 깨졌다고 강조한다. 복지부는 기금운영위가 열리기 하루 전인 7일 오후 4시가 돼서야 운영 규정 개정을 안건으로 올리겠다고 설명했다. 그동안은 이견 조율을 위해 적어도 회의 1주일 전 안건을 전달했다.
기금운용위원장인 조규홍 복지부 장관이 표결 처리를 강행한 것도 처음이다. 이전까지 전문위원 간 이견이 있어도 논의를 통해 전원 합의 형태로 처리했다. 기금운영위에 참여한 한 위원은 "전날 함께 처리한 수책위 지침은 1년간 토론을 거쳐 상정됐지만 운영 규정은 하루 만에 처리됐다"고 지적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이에 대해 "각 단체는 기준에 맞는 인사를 추천하지만 변호사나 회계사로 쏠려 다양성 확보에 어려움이 있었다"며 "수책위 역할이 해외 증권, ESG(환경·사회·지배구조) 등으로 확대되는 상황을 고려한 불가피한 결정이었다"고 설명했다. 또 기금운용위원의 절반 이상이 찬성한 만큼 문제가 없다고 강조했다.
노동계와 시민단체는 정부가 사실상 재계에 힘을 실어줘 향후 연금 개혁 과정에서도 재계 입장이 많이 반영될 것으로 예상한다. 재계가 연금 보험료율 인상에 부정적인 만큼 인상 폭은 적게, 가입자 혜택보다는 재정건전성에 초점을 맞출 것이란 관측이다. 2018년 경제사회노동위원회가 연금 개혁을 논의할 당시 노동계와 시민단체는 보험료율 인상에 공감했지만 경영계의 반발로 합의안은 만들지 못했다. 정용건 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 공동집행위원장은 "국민연금의 독립성·공공성을 배제하고 자본의 이익을 대변하겠다는 신호탄"이라며 "결국 연금개혁도 자본을 중심으로 공공성보다 재정 안정에 초점을 맞출 것 같아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안 그래도 낮은 연금에 대한 신뢰도가 더 낮아질 것이라고 우려한다.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공동운영위원장은 "가뜩이나 기금에 대한 불신이 커 가입자들을 설득하는 게 중요한데, 가입자단체 간 갈등과 불신이 깊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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