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다음 달 국빈 자격으로 미국을 찾아 26일 조 바이든 대통령과 세 번째 회담을 갖는다. 한국 대통령의 미국 국빈 방문은 12년 만이다. 올해는 한미동맹 70주년이라 두 정상은 관련 공동성명도 발표한다. 이에 앞서 윤 대통령은 조만간 일본에서 기시다 후미오 총리를 만날 예정이다. 5월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가 열리는 일본 히로시마에서 한미일 회담이 성사될 가능성이 있다.
이르면 다음 주 한일 회담으로 시작될 3국간 연쇄 정상회담 일정은 지난 6일 우리 정부의 대위변제안 발표로 시동이 걸린 일제 강제동원 피해 배상과 떼어놓기 어렵다. 정부 고위 당국자가 8일 밝혔듯이, 세 나라가 북한 핵개발, 미중 전략대결 등 엄중한 안보 환경에 공동 대처해야 할 상황에서 협력의 걸림돌이던 한일관계를 풀고자 단행된 조치가 이번 배상안이다. '대일 굴욕 외교' 비판에 배상안이 좌초한다면 한미일 공조는 난망하다. 미일 정상을 설득해 피고기업의 배상 참여 등 후속 조치를 이끌어내야 하는 이유다.
윤 대통령에겐 다른 현안도 많다. 한미 회담에선 우리 기업을 역차별하는 미국 반도체지원법과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의 보완을 약속받아야 한다. 북한의 전술핵 위협에 맞서서는 미국 확장억제 정책의 실효성을 보장받아야 한다. 미국의 숙원이기도 했던 한일관계 개선에 주도적으로 나선 점은 우리 요구를 관철할 지렛대가 될 수 있다. 한일 회담에선 대(對)한국 수출 규제, 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 효력 정지 등 묵은 갈등이 해소되길 기대한다. 사도광산 세계유산 등재,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등이 일방적으로 강행되지 않게 견제할 필요도 있다.
한미일 정상외교 시즌 도래엔 윤석열 정부의 삼각 안보협력 의지가 주효했다고 볼 수 있다. 다만 징용 배상 국면과 맞물려 '안보와 과거사를 맞바꿨다'는 의구심을 떨치려면 '치적 쌓기'를 넘어선 실질적 성과를 거둬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국익 극대화를 위한 고민 없이 미일 주도의 구도만 손쉽게 좇는다는 비판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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