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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은 살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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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개구리가 잠에서 깬다는 경칩이 지났다. 새로운 계절 봄을 준비하는 이 시기에는 농업과 관련된 중요한 기념일이 있다. 3월 11일 '흙의 날'이다. 농업의 근간이 되는 흙의 소중함을 널리 알리기 위해 2013년 필자가 국회에서 '흙의 날 제정에 관한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고, 2015년 흙의 날이 법정기념일로 지정되면서 올해로 8회째를 맞이한다. 3월은 우주를 구성하는 천(天)·지(地)·인(人) '3원'과 다산 정약용이 강조한 상농(上農)·후농(厚農)·편농(便農)의 '3농', 농업·농촌·농민의 '3농'을 뜻하고, 11일은 '흙 토(土)' 자를 풀어쓴 것이다.
흙에는 수많은 생명체가 살고 있다. 눈에 보이지 않는 미생물들이 흙 속에 살아가고 있음은 물론이고, 식물들은 흙에 뿌리 내리고 살아가며, 동물들은 그 식물에 의존해 살아간다. 흙은 지구의 표면을 덮고 있는, 바위가 부스러져 생긴 가루인 무기물과 동식물에서 생긴 유기물이 섞여 이루어진 물질을 뜻한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는 2~3㎝의 흙이 만들어지기 위해 무려 1,000년의 시간이 걸린다고 했다. 그러나 최근 들어 흙의 양적·질적 훼손이 심각한 수준으로, 그것도 매우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FAO 보고서에 따르면, 매년 1,200만 헥타르(㏊)가 넘는 토양이 가뭄과 사막화로 손실되고 있다. 이미 전 세계 3분의 1의 토양이 훼손됐으며, 2050년에는 손상률이 90%에 이를 수 있다.
무분별한 개발이나 화학비료 사용 등은 토양의 생산성을 떨어뜨리는 원인이 된다. 올해 CES(Consumer Electronic Show)에서 '로봇 분야 최우수 혁신상'을 받은 미국 농기계업체 존디어(John Deere)의 존 메이 회장은 "앞으로 더 많은 사람들이 더 적은 땅에서 살아야 한다"라면서 "과거에는 더 많은 땅에 씨앗과 비료를 써서 생산성을 높였지만, 이제는 최소한의 비료와 제초제만으로 토양을 보호하면서 농업 생산성을 높이는 첨단기술이 해결책"이라고 강조했다.
토양의 양적·질적 저하를 막으면서 농업 생산성을 향상할 기술 연구는 반드시 필요하다. 동시에 우리 모두가 매일 실천해야 할 과제도 있다. 친환경 농산물을 많이 먹으면 화학비료·농약을 사용하지 않는 친환경 유기농업 기반이 확대될 수 있다. 지역에서 나고 자란 로컬푸드 위주로 식단을 구성하면 물류 이동거리가 줄어들어 토양 산성화의 원인이 되는 배기가스를 줄일 수 있다. 매 끼니 먹을 만큼만 맛있게 음식을 조리해 먹으면 음식물 쓰레기를 줄여 토양오염을 예방할 수 있다. 매일 저탄소 식생활을 실천하는 것만으로도 소중한 흙을 보호할 수 있는 것이다.
흙은 모든 생명의 근원이며 그 자체로 살아 있는 존재다. 3월 11일 흙의 날을 계기로 많은 사람이 흙의 생명력에 감사하며 흙을 건강하게 살릴 수 있는 방법을 실천해 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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