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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세(人類世)와 인센티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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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세(Anthropocene)'라는 말을 들어보았나요? 최근 찾아본 인류세의 정의는 넷제로 시대의 우리에게 커다란 시사점을 주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지질학 관점에서 보면, 현재는 '신생대 제4기 홀로세'라고 한다. '대'라는 지질시대는 '기'로 나눌 수 있고, 기를 더 세분한 것이 '세'라고 한다. 고교 지리수업을 환기해 보면, 지질시대는 무릇 지질학적 대변동이나 특정 생물의 멸종을 기준으로 구분해 왔다. 삼엽충 같은 무척추동물이 등장한 고생대, 파충류가 번성한 중생대, 그리고 포유류가 번성한 약 6,600만 년 전부터의 신생대가 바로 그것인데. 이런 신생대에 난데없이 인류세라니!
인류세라는 용어는 1980년대 미국의 생태학자인 유진 스토머가 처음 사용했다고 한다. 20만 년 동안 유지되던 기후가 호모사피엔스 출현 이후 불과 200년 만에 큰 변화를 초래하고 있음을 강조하는 취지였다고 한다. 그후, 노벨화학상 수상자인 네덜란드의 파울 크뤼천이 2000년 2월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나 토양 속 질소 함량 등이 홀로세 관측범위를 벗어나고 있음을 발견하였고, 그 원인이 바로 인간의 활동에 있다고 보고 절박한 마음에 현시대를 '인류세'로 부르자고 재차 주장하기에 이르렀다. 놀랍게도 현재는 국제지질과학연맹 산하에 인류세 워킹그룹(AWG)이 만들어졌고, 34명의 전문가들이 모여 연구를 거듭한 결과 2022년 12월 현재 동 워킹그룹은 인류세의 시작점 등 세부내용을 정하는 내부 투표단계에 돌입했다고 한다. 모든 투표가 마무리되는 2023년 봄에는 인류세의 공식비준 여부가 판단될 것이라고 한다.
지질시대의 새 분류로 인류세가 비준될지도 관심이지만, 더 중요한 것은 찰나에 불과한 인류가 영원한 터전인 지구에 어떤 해악을 끼치는지, 그 해악은 어떻게 줄일지에 대해 진심으로 고민해야 한다는 점이다. 최근 관심이 급부상한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가 단순히 환경전문가들만의 토론의 장이 아니라, 지속가능한 삶을 위한 인류 전체의 행동의 장이 되어야 할 것이다. 이제 문제는 '앎'의 단계를 넘어 어떻게 탄소중립 목표를 위해 '행동'으로 옮겨갈 것인가를 고민할 시점이다. 인류의 행동으로 환경변화가 초래되었듯, 탄소중립으로의 변화도 인류의 행동을 변화시킴으로써 가능할 것이다. 다만, 유념할 사항은 넷제로 경주는 서로를 상대로 경쟁하는 일반적 경주가 아니라, 인류가 시간과 싸우는 경주(Race against time)이며, 인류 모두가 승자 아니면 패자가 되는 경주라는 점이다.
이 경주에서 인류 모두의 행동변화를 가져올 방안은 무엇일까? 최근 인터뷰에서 본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 이회성 의장의 발언을 깊이 새겨볼 필요가 있다. 즉, "기후행동은 공포를 부각하는 식이 아니라, 경제적 유인을 통해 촉구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이미 탄소배출권 거래제 혹은 환경오염부담금 속에는 유인제도가 내재되어 있다. 하지만, 이런 제도만으로는 2050 넷제로 목표를 달성하기에는 역부족임에 분명하다. 새로운 탄소감축·제거 기술에 대한 신뢰할 만한 가치평가와 이에 따른 과감한 인센티브 제도가 보다 다양하게 설계되어야 할 것이다. 흔히 말하는 MRV(측정-보고-가치평가) 삼박자에 더하여 '환경성과에 비례한 인센티브' 도입이 인류세를 맞이하는 최선의 대안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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