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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전문가들 "한국에서 이 정도까지 양보하다니…"

입력
2023.03.06 19:00
수정
2023.03.06 20:53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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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관계 전문가 "미흡한 호응 일본도 더 전향적 조치 취해야"

박진(가운데) 외교부 장관이 6일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서 일제 강제동원 피해배상 해법을 발표하고 있다. 서재훈 기자

박진(가운데) 외교부 장관이 6일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서 일제 강제동원 피해배상 해법을 발표하고 있다. 서재훈 기자

한국 정부가 6일 발표한 일제강점기 강제동원(징용) 피해자 배상 방안에 대해 일본 내 한일 관계 전문가들은 “한국이 크게 양보했다”고 입을 모았다. 반면 기시다 후미오 총리의 과거 담화 계승 발언 등 일본의 호응 조치는 미흡했다고 지적했다. 앞으로 한국 내에서 반발이 커질 수 있는 만큼, 일본 정부도 좀 더 전향적 조치를 취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박진 외교부 장관은 이날 일본제철과 미쓰비시중공업 등 관련 소송 피고 기업들 대신, 한국의 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이 피해자에게 배상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이에 대해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참의원 예산위원회에서 “역대 내각의 역사인식을 전체적으로 계승하겠다”고 답했을 뿐, 사과나 반성은 언급하지 않았다.

"한국이 한계선까지 양보한 것 같다" 평가

기무라 간 고베대 교수는 한국 정부 발표에 대해 “이렇게까지 양보할 수 있다니 놀랍다. 한국 측이 아슬아슬한 한계선까지 양보한 것 같다”고 평가했다. 이어 “일본은 지금까지 견해를 계승한다는 데 그쳤으니 결국 아무것도 안 한 것인데 한국은 직접 돈을 모아 대신 변제한다”며 “윤석열 정권이 한일 관계를 이렇게까지 중시하다니 놀랍고 인상적”이라고 말했다. 기미야 다다시 도쿄대 교수도 “애초 양국 정부의 목표를 비교해 보자면, 한국 쪽에서 크게 양보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며 “한국 내에서는 ‘완패했다’고 볼 수도 있겠지만, 한편으론 ‘일본보다 한국이 더 대국적 견지로 어른답게 대응했다’고 평가하고 싶다”고 했다.

오코노기 마사오 게이오대 명예교수는 “2015년 위안부 합의와 비교해 이번에는 일본 측 양보가 최소한이었다”며 한국 사법부에 대한 불신감이 너무 강해 ‘어떤 형태든 한국 대법원 판결을 받아들이는 모양새는 안 된다’는 생각이 강했다고 설명했다. 또 ‘역사 문제는 이번 합의로 끝내자’는 고려도 있었을 것으로 봤다. 특히 아베 신조 정권에서 위안부 합의에 깊이 관여했던 스가 요시히데 전 일본 총리가 일한의원연맹 회장을 맡게 된 걸 언급하며, “이번 합의를 역사 마찰에 있어 ‘최후의 1승’으로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던 것이 아닐까”라고 추측했다.

하야시 요시마사 일본 외무상이 6일 도쿄에서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문제에 관한 한국 정부의 해결책 발표와 관련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도쿄=로이터 연합뉴스

하야시 요시마사 일본 외무상이 6일 도쿄에서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문제에 관한 한국 정부의 해결책 발표와 관련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도쿄=로이터 연합뉴스


"한국 내 설득 가능하도록 일본 정부가 힘 실어 줘야"

전문가들은 이를 계기로 한일 관계가 미래지향적으로 발전하기를 바라면서도, 일본 정부의 미흡한 대응 조치 탓에 한국 내 반발이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기미야 교수는 “윤석열 정부가 국내 설득을 할 수 있도록 일본 정부가 힘을 실어 줘야 한다”며 “한국 정부의 취지에 맞는 수준의 일본 정부 발언이나 대응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기무라 교수도 “피고 기업은 일본 여론을 고려해 움직일 수 없었겠지만, 기시다 총리라도 식민 지배에 대한 ‘사죄’를 언급하거나 담화를 발표했다면 좋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한일 정상회담이나 G7 정상회담에서 기시다 총리가 더 진전된 발언을 하는 것은 어떤가”라고 제안했다.

도쿄= 최진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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