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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동원 배상 피한 일본, 사과 한마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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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 강제동원 피해자들에게 한국 기업이 마련한 재원으로 배상금을 지급하는 '제3자 변제'를 정부가 최종 해법으로 발표했다. 책임을 져야 할 전범기업은 뒤로 빠졌고 일본 정부는 끝내 사과하지 않았다. 정부 결단으로 꽉 막힌 한일관계의 물꼬를 텄지만 일본의 진정성 있는 상응조치가 없어 향후 관계개선의 걸림돌로 남았다. 이번 합의를 동맹 미국은 환영한 반면, 피해자 단체들은 반발해 극명하게 엇갈렸다.
박진 외교부 장관은 6일 서울 외교부 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는 지난해 4차례 민관협의회, 올 1월 공개 토론회, 피해자·유가족 직접 면담 등 국내 의견수렴과 5차례 한일 외교장관회담 등 대일 협의 결과를 바탕으로 방안을 발표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포스코를 비롯해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으로 혜택을 입은 기업을 중심으로 재원을 조성하면 행정안전부 산하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이 피해자들에게 지급하는 방식이다. 앞서 2018년 대법원은 신일본제철과 미쓰비시중공업을 상대로 피해자들에게 1인당 1억~1억5,000만 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재단이 판결금을 지급할 대상은 원고 15명(생존 3명)으로, 지급액은 지연이자를 포함해 40억 원에 달한다. 박 장관은 “재단은 현재 계류 중인 소송의 경우에도 원고 승소 확정 시 판결금 및 지연이자를 지급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향후 재단이 일본 피고기업을 상대로 행사할 수 있는 구상권도 포기했다. 현재 진행 중인 강제동원 소송은 70건에 이른다.
이처럼 우리가 모두 떠안는 방식이어서 '반쪽짜리 해법'이라는 비판이 빗발쳤다. 이에 대해 박 장관은 “물컵에 비유하면 컵에 물이 절반 이상은 찼고 앞으로 이어질 일본의 성의 있는 호응에 따라 그 물컵은 더 채워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어 “일본으로부터 새로운 사죄를 받는 것이 능사는 아니고 기존에 표명한 반성과 사죄의 담화를 충실하게 이행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여러 어려움 속에서도 미래지향적 한일관계로 나아가기 위한 결단”이라고 평가했다. 박 장관도 “대한민국의 높아진 국력에 걸맞은 우리의 주도적인 대승적 결단”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하지만 일본의 반응은 미지근했다. 기시다 후미오 총리는 우리 정부의 배상 해법과 관련 “한일관계를 건전한 관계로 되돌려 놓기 위한 것으로 평가한다”며 “역대 내각의 인식을 전체적으로 계승하겠다”고만 밝혔다. 사죄와 반성의 표현은 물론, 구체적으로 과거 일본 정부의 어떤 담화를 계승하겠다는 것인지 언급도 하지 않았다.
하야시 요시마사 일본 외무상은 약식기자회견에서 “일본 정부는 1998년 10월 한일공동선언을 포함해 역사 인식에 관한 역대 내각의 입장을 계승하고 있다”며 ‘김대중-오부치 공동선언’을 언급했을 뿐, 별도의 사과 메시지는 없었다. 양국은 일본의 일방적인 수출규제조치(2019년 7월)와 이에 따른 우리 정부의 세계무역기구(WTO) 제소를 중단하는 절차에 착수했다.
강제동원 피해자 단체는 “한국 정부가 일본 강제동원 가해기업의 사법적 책임을 면책시켜주는 것”이라고 반발했다. 야당은 “가해자 눈치를 보는 망국적 외교, 굴욕적인 해법”이라고 비판했다.
이와 달리 한미일 3국 협력을 강조해온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미국의 가까운 동맹국인 한국과 일본이 협력과 파트너십의 새롭고 획기적인 장을 열었다”고 평가했다. 필립 골드버그 주한미국대사도 “양국관계의 역사적 진전을 환영한다”는 입장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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