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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돈은 굶어 죽어도 안 받아"… 양금덕 할머니 한 맺힌 절규

입력
2023.03.06 16:55
수정
2023.03.06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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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민주광장 기자회견서 2분 27초간 성토
'제3자 대위변제' 해법 제시한 정부 맹비난
"지금 대통령 어느 나라 대통령이냐" 직격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인 양금덕(94) 할머니가 6일 광주광역시 동구 5·18민주광장에서 열린 (사)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광주전남역사정의평화행동의 기자회견에 참여해 정부가 내놓은 일제 강제동원 피해 배상 관련 해법인 '제3자 대위변제안'을 비판하고 있다. 뉴시스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인 양금덕(94) 할머니가 6일 광주광역시 동구 5·18민주광장에서 열린 (사)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광주전남역사정의평화행동의 기자회견에 참여해 정부가 내놓은 일제 강제동원 피해 배상 관련 해법인 '제3자 대위변제안'을 비판하고 있다. 뉴시스

"대한민국 사법 주권을 포기한 국치(國恥)다."

정부가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 문제를 풀겠다면서 '제3자 대위변제' 해법을 내놓은 6일 오후, 광주광역시 동구 5·18민주광장에선 구순을 넘긴 할머니의 한 맺힌 분노가 터져 나왔다.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광장을 울린 이는 피해자 양금덕 할머니(94)였다. 할머니는 지난해 12월 국가인권위원회에 의해 국민훈장 모란장(대한민국 인권상 수상) 수상자로 이름을 올렸다가 외교부의 제동으로 서훈 취소라는 황당함을 겪었다.

양 할머니는 이날 야윈 몸을 이끌고 피해자 지원단체 회원 등과 함께 다시 광장에 섰다. 양 할머니는 분이 삭지 않는 듯 "내가 그런 돈은 곧 죽어도, 굶어 죽어도 안 받겠다"고 일갈했다. 양 할머니는 "지금 내가 이렇게 밥을 굶지도 않고 자식들도 있다. (내가 피해자 권리를 위해 오랜 세월 싸워온 것을) 여러 사람들이 다 알고 있는데 이를 바꿔 먹을 수는 없다"고 했다.

그는 일본 전범기업이 아닌 국내 기업이 피해자 배상금을 대신 지급하도록 하겠다는 정부 발상을 이해할 수 없었다. 그래서일까. 양 할머니는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서도 핏대를 세웠다. 그는 "지금 대통령은 어느 나라 대통령이냐. 일본 사람을 위해 사느냐, 아니면 한국 사람을 위해 사느냐. 참 이해가 안 간다"고 윤 대통령을 직격했다. 그는 "내가 아흔다섯 살 먹도록 이런 식은 처음 본다"며 "나는 빨리 대통령이 옷을 벗고 나가서 일반 사람들 하는 것을 잘 배우고, 모든 것을 다 뉘우치길 바란다"고 비판했다. 양 할머니는 이어 "도저히 억울해서 못 죽겠다. 우리가 끝까지 (이 어려움을) 헤쳐 나가자"고 했다.

양 할머니는 13세였던 1944년 일본 미쓰비시중공업 나고야 항공기제작소로 동원돼 강제징용에 시달리다가 광복을 맞이해 임금도 받지 못한 채 귀국했다. 그는 다른 피해자와 함께 1999년 3월 일본 법정에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해 2008년 11월 최종 패소했다. 하지만 2012년 10월 한국 법원에 다시 소송을 제기해 2018년 11월 대법원에서 최종 승소 판결을 받았다.

2분 27초 동안 이어진 양 할머니의 규탄이 끝나자 피해자 지원단체와 시민단체들의 성토가 이어졌다.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과 광주전남역사정의평화행동은 "정부의 해법은 자국민에 대한 외교적 보호권을 포기한 제2의 을사늑약"이라며 "특히 피해자의 명예회복이 아니라 거꾸로 가해자의 명예와 권위를 회복시켜 준 꼴"이라고 맹비난했다.

광주= 안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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