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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일본이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를 곧 태평양에 흘려보낼 태세다. 방류 시설이 올봄 완공을 앞두고 있고, 기시다 후미오 총리는 “후쿠시마 부흥을 위해 미룰 수 없는 과제”라고 했다. 정부가 강제징용 해법에 매여 있는 사이 일본의 방류 여론전, 외교전이 달아오르는 걸 보는 국민들은 애가 탄다.
□ 원자력안전위원회는 해양환경방사능 분석실을 이례적으로 언론에 공개했다. 해수, 해양생물, 해저퇴적물에 대해 월 1, 2회 방사능을 모니터링한다고 했는데, 사후 대책이다. 방사능 확산을 ‘예방’이 아니라 ‘확인’하는 것이다. 해양과학기술원과 원자력연구원은 일본 방류 계획을 기준으로 시뮬레이션을 해보니, 10년 뒤 국내 해역에 유입되는 삼중수소 농도가 현재 평균의 10만분의 1 수준이라고 발표했다. 하지만 해양 생태계에 미칠 영향에 대해선 침묵했다. 일부 전문가들 설명처럼 극미량이니까, 삼중수소는 자연에서도 만들어지니까 괜찮을 거라 해도 사과 한마디 없는 방류를 보고만 있어야 하나.
□ 일본은 방류 검증에 국제원자력기구(IAEA)를 앞세운다. 우리 정부나 과학자가 직접 확인할 수 있는 정보는 제한적이다. IAEA는 평화적 목적의 원자력 연구와 개발, 활용을 장려하고 지원한다. 운영에 회원국의 기여금도 필요하다. 말이 기여금이지, 총회가 할당하는 의무분담금이다. 2021년 기준 일본의 분담금 비중(8.32%)은 미국(25.25%), 중국(11.15%) 다음으로 높다. 한국(2.18%)의 약 4배다. IAEA가 중립적일 수 있을까.
□ 오염수 속 방사성 물질이 얼마만큼 퍼질지, 얼마나 위험할지 예측은 조건을 어떻게 설정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방류가 과학적으로 문제없다는 도쿄전력도 IAEA도 과학의 이런 한계를 모를 리 없다. 과학철학자 케빈 엘리엇은 저서 ‘과학에서 가치란 무엇인가’에 "과학은 모두가 받아들일 수 있고 결정을 내릴 때 출발점으로 사용할 수 있는 정보의 원천이 될 것으로 기대하지만, 많은 부분은 그렇지 않다"고 썼다. 오염수 해법 묘수는 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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