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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범기업 빠진 징용 해법··· 日 상응조치 다해야

입력
2023.03.06 04:30
27면

피해자들의 사과·배상 요구 반영 안 돼
조급한 관계 정상화, 역효과 낼 수 있어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지난해 11월 12일(현지시간) 캄보디아 프놈펜 한 호텔에서 열린 아세안+3 정상회의에서 참가국 정상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프놈펜=뉴시스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지난해 11월 12일(현지시간) 캄보디아 프놈펜 한 호텔에서 열린 아세안+3 정상회의에서 참가국 정상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프놈펜=뉴시스

정부가 일제 강제동원 배상 문제의 해결책을 6일 발표한다. 한일 외교당국 간 막바지 협상이 진행된 주말 사이 언론을 통해 알려진 해법의 골자는 △한국 기업 출연금을 재원으로 '제3자 변제' 방식 배상 △일본 정부의 1998년 '김대중-오부치 공동선언' 계승 입장 표명 △한일 재계 단체인 전경련과 게이단렌의 '미래청년기금' 공동 조성이다.

일본은 한국 정부의 발표 직후 기시다 후미오 총리가 직접 공동선언을 계승하겠다고 밝히며 과거 식민 지배에 대한 사과와 반성을 재확인할 예정이다. 또 2019년 한국을 상대로 단행한 반도체 소재 수출규제와 화이트리스트(수출관리 우대 대상국) 배제 조치를 한국의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취하를 조건으로 해제할 방침이다. 해당 조치는 사실상 2018년 한국 대법원의 강제동원 배상 판결에 반발한 보복 행위였다.

강제동원 배상 문제는 양국 최대 현안이었던 만큼 이번 해법 마련은 양국 관계 정상화의 전기가 될 수 있다. 당장 윤석열 대통령이 이달 일본을 찾아 기시다 총리와 회담하는 일정이 추진되고 있다. 이명박 정부 시절이던 2011년 이후 중단됐던 양국 정상 셔틀외교(상대국 정례 방문)의 복원 기회다. 기시다 총리는 오는 5월 일본에서 열리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 윤 대통령을 공식 초청할 것으로도 알려졌다.

하지만 우려도 적지 않다. 정부의 최종안을 봐야 하지만, 지금까지 알려진 배상안 내용엔 피해자들의 양대 요구 사안, '강제동원에 대한 일본 정부와 피고 기업의 사과'와 '피고 기업의 배상 참여'가 반영돼 있지 않다. 강제동원 배상 문제는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 체결로 모두 해결됐다는 일본 측 주장이 관철된 형국이다.

대법원에서 배상 확정 판결을 받은 피해자(유족 포함) 15명 가운데 생존자 3명을 포함한 이들은 가해 기업의 직접 배상이 어렵더라도 제3자 변제 과정에 이들 기업이 반드시 출연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들이 새로 조성되는 미래청년기금에 기부한다고 해서 피해자 측이 이를 '배상 참여'로 인정할지 미지수다. 당사자들이 해결책을 거부한다면 피고 기업 몰수자산 처분 강행, 제3자 변제의 유효성 논란 등 법적 공방이 불가피하다. 자칫 정부가 저자세 협상을 했다는 비판이 비등할 경우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의 실패 재연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북한의 핵무장 고도화, 한반도를 둘러싼 신냉전 구도 심화 등 엄중한 안보 환경을 감안할 때 한일관계 회복과 한미일 협력 강화는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가까운 이웃나라와 과거에 얽매여 반목할 수만도 없는 노릇이다. 그렇다고 얽히고설킨 한일관계를 단번에 정리하겠다는 조급함은 무리수가 되기 쉽다. 가해 기업들이 피해자 배상에 참여하고 사과를 표하도록 끈기 있게 설득하는 것이 정공법이다. 여기엔 우리 정부의 노력뿐 아니라 일본 정부의 전향적 자세가 필수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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