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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日 기업 배상 참여 얽매이지 마라" 지시... 강제동원 합의 급가속[협상 막전막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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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먼저 담대하게 발표하는 것을 검토해 보라."
지난 1월 하순 서울 용산 대통령실. 윤석열 대통령이 박진 외교부 장관을 불러 이 같은 취지로 지시했다고 한다. 당시 윤 대통령은 박 장관으로부터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 문제를 따로 보고받았는데 "일본 피고기업의 참여를 견인하는데 매몰될 필요가 없다"며 이같이 강조했다고 외교소식통이 5일 전했다. 일본 정부가 완강하게 거부하는 전범기업의 배상 참여에 얽매여 외교력을 소진하지 말고 한일관계 개선에 집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박 장관은 앞서 1월 11일 윤 대통령에게 신년업무보고를 했다. 외교부는 다음날 공개토론회에서 "한국 기업이 마련한 재원으로 먼저 강제동원 피해자들에게 배상할 것"이라며 제3자가 돈을 내는 '대위변제' 방식의 정부안을 공개했다. 하지만 이후로도 일본과의 협상에 뚜렷한 진전이 없었다. 이에 윤 대통령은 박 장관을 다시 불러 약 30분간 보고를 받으며 강제동원 문제의 조속한 해결을 거듭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 피고기업의 참여가 없더라도 해법을 선제적으로 발표하는 건 미래지향적 한일관계를 위한 '대승적 결단'이라는 것이다. 이로써 한국 정부가 도덕적 우위를 점하면 일본 정부와 피고기업이 전향적으로 호응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판단이 깔렸다. 대통령의 결정에 따라 외교부는 6일 최종 해법을 발표한다.
문제는 일본이 윤 대통령 의중을 일찌감치 파악했다는 점이다.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일본 정부는 ‘대통령실은 한국의 외교적 지위가 격상된 만큼, 일본의 적극적인 호응이 없어도 해법을 발표할 수 있다는 입장’이라는 정보를 입수해 협상 전략을 마련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의 '성의 있는 조치'를 촉구해온 정부로서는 맥이 빠질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당초 일본 외무성은 한국 정부가 대위변제를 해법으로 발표하더라도 '골대를 바꿀 수 있다'며 협상에 소극적이었다.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가 부정적 여론에 밀려 유야무야된 전례를 핑계 삼았다. 그렇다고 협상 자체를 외면할 수는 없었다. 그런 상황에서 한국이 먼저 패를 노출하자 일본은 '버티면 이긴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크다.
막판 쟁점인 일본 피고기업의 배상 참여가 대표적이다. 협상과정에서 고성이 오갈 정도로 기싸움이 치열했다고 한다. 하지만 일본은 “정부가 피고기업의 기부 참여를 강요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고, 끝내 관철시켰다.
다만 한국 정부가 피해당사자, 유족들과 적극 소통에 나서자 일본도 일부 호응하는 모양새를 취했다. 박 장관이 직접 강제동원 피해자에게 고개를 숙이고, 유족들과 만나 설득에 나서는 등 전방위로 노력을 기울이면서 일본도 성의를 보여야 할 필요성이 커졌다. 지난달 28일 간담회에서 일부 피해자 유족은 "정부의 결단에 따르겠다"고 수용했다.
이에 일본 정부는 6일 기시다 후미오 총리가 직접 과거 담화를 계승하는 사과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당초 일본 측은 주한일본대사의 서면발표로 대신하려고 했다. 그러나 협상과정에서 관방장관이 입장 발표를 하는 것으로 격을 올렸다가 다시 일본 정상인 총리로 급을 높였다.
하지만 대위변제의 부당성을 지적하며 일본의 사과를 요구해온 일부 피해자들은 크게 반발할 전망이다. 정치적 결단에 따른 정부 간 합의가 일본 피고기업의 진정성도, 강제동원의 불법성도 확인하지 못한다면 피해자들은 곧이 받아들이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 당장 미쓰비시중공업 강제동원 피해자인 양금덕 할머니는 "재단의 돈은 줘도 받지 않겠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강제동원 협상에 정통한 소식통은 “결과적으로 일본의 의미 있는 호응은 얻어내지 못하고 한국이 대부분의 부담을 떠안게 됐다”며 “시간표를 정해두고 협상을 진행했기 때문에 나올 수밖에 없는 결과”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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