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선투표 진출'에 사활... 안철수·천하람, 투표 하루 앞 '2위 사수' 총력

안철수 "윤석열 정부 성공 없이 내 미래 없다"
대통령실 관계자 카톡방 보도 "진상규명해야"
이준석, 천하람 등 '비윤' 천하용인 지원사격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에 빗대 친윤계 맹폭

김기현(왼쪽부터)·안철수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3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고영권 기자

국민의힘 3·8 전당대회 본경선 투표 시작을 하루 앞둔 3일 안철수·천하람 당대표 후보가 결선투표 진출을 위해 사력을 다했다. 각종 여론조사 결과, 김기현 후보가 앞선 상황에서 2위를 확보, 결선투표에서 역전을 노리겠다는 구상이다. 안 후보는 윤석열 대통령과의 '단일화 1주년'임을 내세워 "국민의힘의 문지기가 되겠다"고 호소한 반면, 천 후보 측에선 이준석 전 대표가 지원 등판에 나서며 '비윤석열계' 주자로서 선명성을 강조했다.

안철수 "尹정부 성공 없이 내 미래 없다"

안 후보는 이날 국회에서 '대선 단일화 1주년 기자회견'을 열고 "윤석열 정부의 성공 없이 안철수의 정치적 미래는 없다"고 밝혔다. 지난 정권교체 과정에서 본인의 공을 부각하는 동시에 윤 대통령과의 '원팀'임을 강조하며 당원 표심에 호소한 것이다.

다만 전대 과정에서 김기현 후보를 지원한 친윤석열계가 대선 단일화를 평가절하하며 안 후보를 공격한 것에 대해선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유감스럽게도 단일화의 진정성과 역사적 의의를 부정하고 깎아내리려는 일부 세력이 있다"라며 "윤 대통령과 단일화해 정권교체를 이룬 것이 잘못된 결정이었느냐"고 반문했다. 윤 대통령을 지지하는 당원뿐 아니라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에 대한 반감을 갖고 있는 당원들까지 끌어모으겠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안철수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가 3일 국회 소통관에서 윤석열 대통령과의 단일화 1주년을 맞아 기자회견을 하기 위해 입장하고 있다. 고영권 기자

안 후보 측 김영우 선거대책위원장은 이날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대통령실 관계자가 속한 카카오톡 단체 채팅방에 안 후보를 비방하고 김기현 후보를 지지하는 내용이 올라왔다는 보도와 관련해 진상규명을 촉구했다. 김 위원장은 "보도가 사실이라면 정당민주주의를 훼손할 뿐 아니라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 의무를 심각하게 거스르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안 후보 선대위에서는 대통령에게 정중하게 제의한다"며 해당 보도에 대한 신속한 사실 확인과 책임 규명을 요구했다.

이준석 "천아용인에 힘 안 주면 총선 패배"

천 후보 측에선 이 전 대표가 나섰다. 이 전 대표는 국회 기자회견에서 "이 정당은 국민 세금만 지원받고, 정작 국민 의사를 지도자 선출에 반영하지 않는 방식으로 국민 다수의 선거권을 제한했다"라며 "누군가가 자유롭게 출마를 결정하려고 할 때마다 커다란 손이 나타나 큰 채찍으로 때리고, 그걸 보고 달려든 하이에나들이 연판장으로 물어뜯으며 피선거권을 박탈했다"고 말했다. 나경원 전 의원의 불출마 과정에서 친윤계·대통령실의 압박과 초선들이 돌린 '불출마' 연판장을 돌린 상황을 꼬집으며 윤핵관을 직격한 것이다.

친윤계가 전대 과정을 좌지우지한 당내 상황을 이문열 작가의 소설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에 빗댔다. 이름을 거론하지 않았지만, 사실상 윤 대통령을 '엄석대'에, 윤핵관을 '엄석대 밑에서 누릴 것을 누리다 엄석대를 몰아낸 학생들'에, 천 후보를 비롯한 전대에 출마한 천아용인(천하람 허은아 김용태 이기인) 후보들을 엄석대에 대항한 '한병태'에 비유한 것으로 보인다.

이준석 국민의힘 전 대표가 3일 국회에서 현안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날 이 전 대표는 이문열의 소설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을 인용해 윤석열 대통령과 여당을 비판했다. 고영권 기자

그는 엄석대를 끌어내린 담임 선생님을 '국민'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천 후보, 허은아·김용태 최고위원 후보, 이기인 청년최고위원 후보가 엄석대가 구축하려고 하는 시스템의 문제를 지적할 수 있게 해 달라"며 "이들이 힘을 얻지 못하면 나중에 결국 총선에서 국민이 담임 선생님의 역할을 하며 교정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천 후보 등이 선출되지 못해 친윤계 중심으로 지도부가 꾸려진다면 내년 총선에서 국민들의 심판을 받을 것이란 얘기다.

천 후보는 2위 경쟁을 벌이고 있는 안 후보에 비해 '비윤 주자'로서 선명성을 강조하면서 결선투표 진출을 노리겠다는 전략이다.

4일부터 나흘간 모바일·ARS 투표 진행

한편, 오는 4일부터 나흘간 선거인단을 대상으로 모바일투표와 ARS 투표가 진행된 후 8일 전당대회에서 투표 결과를 발표한다. 과반 득표자가 나오지 않을 경우엔 1, 2위 후보 간 결선투표를 진행해 오는 12일 최종 당대표가 확정된다.

손영하 기자 frozen@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