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폭력 피해자 90%는 도움 호소했지만...3건 중 1건 '미해결'

입력
2023.03.03 16:02
수정
2023.03.03 16:07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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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학교폭력 실태조사'
피해 학생 3명 중 1명 "해결 안 됐다"
학폭 조치 집행정지 신청 58% 인용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에 임명됐던 정순신 변호사가 자녀의 과거 학교 폭력 논란으로 낙마한 가운데 지난달 28일 자녀가 다니는 서울대에 이를 비판하는 대자보가 붙어 있다. 뉴시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에 임명됐던 정순신 변호사가 자녀의 과거 학교 폭력 논란으로 낙마한 가운데 지난달 28일 자녀가 다니는 서울대에 이를 비판하는 대자보가 붙어 있다. 뉴시스

학교폭력을 당한 학생 3명 중 1명은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고 여기는 것으로 조사됐다. 90%가 넘는 학생들이 학교폭력 피해를 입으면 이를 알려 도움을 구하고 있어도 피해자가 납득할 만한 조치는 이뤄지지 않는 것이다.

3일 한국교육개발원의 2022년 1차 학교폭력 실태조사 분석보고서에 따르면, 언어폭력을 당한 학생 3만9,396명 중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고 응답한 비율은 35.3%(1만3,889명)였다. 금품갈취(33%) 성폭력(32.8%) 스토킹(32.6%) 사이버폭력(31.6%) 집단따돌림(29.4%) 신체폭력(28.9%) 등 다른 유형의 학교폭력도 피해 경험자의 3분의 1가량은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고 답했다.

한국교육개발원은 지난해 4월 초등학교 4학년~고등학교 3학년 전체 재학생을 대상으로 2021년 2학기부터 응답 시점까지 학교폭력을 경험했는지 온라인으로 조사했다. 조사에 참여한 학생은 321만4,027명으로 참여율이 82.9%나 됐다.

조사 기간 학교폭력 피해를 당했다는 학생은 모두 5만3,812명으로, 피해 응답률은 1.7%였다. 가장 많은 학교폭력 유형은 언어폭력(41.8%)이었고 신체폭력(14.6%) 집단따돌림(13.3%) 사이버폭력(9.6%)이 뒤를 이었다. 피해를 입은 학생 중 피해 빈도를 '거의 매일'이라고 답한 비율은 초등학교 20.6%, 중학교 26.2%, 고등학교 27%였다.

학교폭력 피해를 입은 학생 열 중 아홉은 이 사실을 감추지 않고 주변에 알린 것으로 나타났다. 초등학생 89.9%, 중학생 93%, 고등학생 95%가 피해를 알리거나 신고했다고 응답했다. 피해 사실을 알리지 않은 이유로는 '별일 아니라고 생각해서'(30.4%) '스스로 해결하려고'(21.1%) '이야기해도 소용이 없을 것 같아서'(17.3%) 등이 많았다.

이렇듯 피해자 입장에서 충분히 해결되지 않은 학교폭력이 많은 상황인데, 학교폭력 징계에 불복해 집행정지를 신청하면 법원에서 절반 넘게 인용된다는 분석도 나왔다. 강득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7개 시·도교육청에서 취합한 자료에 따르면, 2020년부터 지난해 8월까지 학교폭력 처분에 대한 불복 절차 중 법원에 집행정지를 신청한 건수는 피해자와 가해자 구분 없이 총 1,405건이었다. 이 중 813건(57.9%)이 받아들여졌다.

홍인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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