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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집'의 진화

입력
2023.03.04 04:30
22면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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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살아가기 위해 먹는 온갖 것을 '먹거리'라고 한다. 사전에서 '먹거리'란 음식, 식품과 비슷하다고 하나, 왠지 둘은 달라 보인다. '먹거리 장터, 전통 먹거리, 먹거리 골목, 먹자골목'과 같은 말에는 삶 속 문화가 녹아 있기 때문이다. '먹거리 트럭'이 등장한 것도 '먹거리 산업'이 커지면서 생긴 새로운 풍경인데, 먹거리와 관련해 앞으로 또 어떤 문화가 생성될지 참 궁금하다.

유명한 먹자골목에는 '맛집'이 있다. 세계의 맛집을 평가하는 미슐랭 가이드(Michelin guide)를 보고 별점이 높은 식당을 찾아가는 이들에게 맛집 방문은 일종의 도전과 성취 과정에 준한다. 거리를 따지지 않고 찾아갈 뿐만 아니라, 시간을 들여 줄을 서는 것도 마다하지 않는다. 그런 모습을 보며 '맛집 골목'에 '맛집 기행'을 다니는 일을 '맛집 순례'로 비유하기도 한다. 흥미로운 것은 원래 미슐랭은 프랑스의 타이어 제조업체로 출발했다는 점이다. 타이어를 만드는 회사가 맛집을 선정한다는 것이 무언가 부자연스러운데, 실은 그 안내서들이 자동차 여행을 독려하여 타이어 산업을 증진시키기 위한 아이디어였다는 것은 이제 웬만하면 다 아는 비밀이다.

맛집은 맛있기로 유명한 음식집을 이르는 말이지만, 어디 음식에만 국한되겠는가? 현대 사회에서 맛집은 이미 문화적으로 중요한 소재이다. 사람들이 관심을 둘 만한 여러 곳, 그곳을 찾아가는 길과 역사가 엮여 있으니 말이다. 어느 틈에 우리 생활을 파고든 '맛집'은 마치 행복을 챙겨주는 공간인 듯 스마트폰의 지도 여기저기에 들어가 있다. 그 덕분에 '주변 맛집, 배달 맛집, 우리 동네 맛집, 숨은 맛집' 등 새로운 표현이 보너스처럼 자연스럽게 생겼다.

최근 맛집은 음식과 무관한 곳에도 쓰인다. 소품을 잘 만드는 가게면 '소품맛집', 볼거리가 있는 곳은 '뷰맛집'으로 불린다. '옷맛집, 공구맛집, 운동맛집' 등 맛집은 새말을 무한대로 생산할 모양새다. 사실 오랜 시간 인류에게 생존을 위한 것이었던 음식이 대중에게 문화생활의 소재가 된 역사는 짧다. '가난은 나랏님도 어쩌지 못한다'는 옛말처럼 배 불리 먹을 수 있다는 것은 모든 이들의 꿈이었다. 먹거리로 즐거움을 추구하는 것은 과거 왕이어야 부릴 수 있던 사치였지 않은가? 그러니 맛집 기행은 먹는 즐거움뿐만 아니라 자신을 위해 부리는 사치와 같은 의미로 다가선다. 이루 다 표현할 수 없는 그 뿌듯한 느낌을 싣고, 새말 '맛집'은 진화하고 있다.

이미향 영남대 글로벌교육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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