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변호사 3만 명 시대라지만 수임료 때문에 억울한 시민의 ‘나홀로 소송’이 전체 민사사건의 70%다. 11년 로펌 경험을 쉽게 풀어내 일반 시민이 편하게 법원 문턱을 넘는 방법과 약자를 향한 법의 따뜻한 측면을 소개한다.
동네 철물점 박 사장은 최근 갑갑한 일을 겪었다. 매장을 정리하고 경리를 맡았던 직원 A를 권고사직하였는데 노동부에 박 사장을 신고한 것이다. 경영난 악화로 당장 임대료도 지급하기 어려운 사정을 누구보다 잘 아는 A는 권고사직에 동의하고 퇴사했다. 그런데 왜 박 사장을 신고했나? 신고 이유는 4대보험 미가입이었다. 실업급여를 받으려면 근무기간 동안 고용보험에 가입해야 하는데, 박 사장은 A의 4대보험을 가입하지 않았다.
문제는 A가 원해서 4대보험을 가입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A는 매달 보험료를 원천징수당하지 않고 급여로 수령하고 싶은 마음에 4대보험을 가입하지 말아달라고 했고, 박 사장은 큰 문제의식 없이 수용했다. 그런데 퇴사 후 실업급여를 받기 위해 박 사장을 4대보험 미가입으로 신고했고, 박 사장은 2년 치 보험료를 소급해서 지급하고 과태료까지 부과받게 됐다. 직원의 보험료도 1차적으로 박 사장이 지급해야 하므로 어려운 회사 형편에 큰돈이 나가게 된 것이다. 누구의 잘못일까?
예외 사유가 없다면 직원을 1명이라도 고용하면 4대보험 가입은 의무사항이다. 마찬가지로 근로기준법은 원칙적으로 5인 이상 사업장에 적용되지만, 5인 미만 사업장이라도 법이 적용되는 부분이 있다. ①근로계약서 작성, ②해고 예고 제도(30일 전 예고 또는 30일 분 급여 지급, 계속근로기간이 3개월 미만인 경우 등은 제외) 등이다. 한편, 2023년 최저임금인 시급 9,620원(월급 201만580원)도 1인 이상 근로자를 사용하는 모든 사업장에 적용되고, 위반 시 형사처벌된다.
영세업체의 경우 사업주가 노동법에 무지해서 대비하지 않았다가 예상치 못했던 직원의 신고에 직면할 때가 많다. 물론, 사회적 약자에게 상습적으로 임금을 체불한 악덕 고용주가 신고를 당하고 구속되는 경우도 있지만, 최저임금 이상의 월급을 주었지만 식대, 교통비, 상여금 등 임금체계를 잘 몰라서 최저임금 시급을 위반하는 경우도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영세업체 사업주는 노동법 위반 소지가 있는 부분을 잘 모르는 상태로 넘어가면 나중에 큰 낭패를 볼 수 있으므로, 애매한 부분이 있다면 고용노동부 콜센터(국번 없이 1350)나 인터넷 상담을 통해 위반된 부분을 확실히 알아내고, 법을 지키려는 노력을 하는 것이 좋다. 위 사례에서 철물점 박 사장은 A가 4대보험 가입을 하지 말아달라고 요구했을 때, 영세업체여서 괜찮겠지라고 넘어가는 것이 아니라 잘 알아보고 거절하는 것이 좋았을 것이다.
한편, 5인 이상 사업장의 경우 사용자가 근로자를 해고하려면 ①해고 사유와 ②해고 시기를 '서면'으로 통지해야 한다(근로기준법 제27조). 몇 년 전 위 조항을 악용하여 상습적으로 사용자의 '구두 해고'를 유도하고, 노동부에 신고한다고 협박하여 합의금을 챙긴 악질 근로자의 사례가 뉴스에 보도되기도 했지만, 위 조항은 근로자를 부당해고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절차적 조항이므로 사용자는 근로기준법에 따라 해고에 대한 예고 및 서면 통지를 해야 한다는 점을 주의해야 한다.
온갖 편법과 불법으로 근로자의 노동력과 임금을 착취하는 악덕 고용주가 있는 반면, 복잡한 노동법을 이용하여 법에 무지한 영세 자영업자를 울리는 악질 근로자도 존재한다. 하지만 대다수의 사업장은 대립과 협력이 공존하는 삶의 현장이며, 원칙적으로 사용자가 '갑'이지만 상황에 따라 '갑을 관계'가 어느 순간 뒤바뀌기도 하는 복잡하고 치열한 생존의 현장이다. 사용자가 부담하는 책임감과 근로자가 느끼는 약자의식을 상호 존중하고 배려해주지 않으면 그 사업장은 제대로 돌아갈 수 없으며, 그 최소한의 기본은 사용자가 근로기준법을 지키는 일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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