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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를 보는 타임머신, 제임스웹 우주망원경

입력
2023.03.02 19:00
25면

편집자주

퀘이사와 블랙홀 등 온갖 천체를 품은 '우주'는 여전히 낯설고 어려운 대상이다. 세계 곳곳에서 진행 중인 우주에 대한 탐구 작업과 그것이 밝혀낸 우주의 모습을 알기 쉽게 소개한다.

그래픽=강준구기자

그래픽=강준구기자


유한한 빛의 속도, 천문 관측은 과거로의 여행
135억년 전의 우주모습까지 마주하게 된 인류
한국 우주개발도 순수연구 중요성에 유의해야

누구에게나 과거를 보고 싶은 욕망이 있다. 사건 사고의 진실을 알기 위해서, 공룡의 실제 모습이 보고 싶어서 등 그 동기는 다양한데, 물론 그런 일은 불가능하다는 게 상식이다. 그러나 과거를 볼 수 있는 방법이 하나 있는데 천문 관측이 바로 그것이다. 마법과도 같은 일이 가능한 것은 빛의 속도가 유한하기 때문이다. 빛의 속도는 1초에 지구를 7바퀴 반을 돌 수 있는 정도로 매우 빠르다. 하지만 아무리 빨라도 우주의 별들은 너무 멀리 있어서 별빛이 지구에 도달하려면 오랜 시간이 걸린다. 사실 우리가 보는 별은 지금 모습이 아니라 과거 모습이란 말이다. 가장 가까운 나선 은하인 안드로메다은하를 떠난 빛이 지구까지 오려면 약 250만 년이 걸린다. 그러니 우리가 보는 안드로메다은하는 현재 모습이 아니라 250만 년 전 모습이다. 250만 년 전이라고 하면 인류 조상인 오스트랄로피테쿠스가 나타났을 즈음이니, 우리는 안드로메다은하의 아주 옛날 모습을 보고 있는 셈이다. 따라서 우주의 '먼 과거'를 보려면 말 그대로 먼 곳을 관측하면 된다. 천문 관측이 타임머신과 같다는 말이 이래서 나온다.

그런 이유로 천문학자들은 성능 좋은 망원경을 만들어 먼 곳의 천체를 보려고 애를 써왔다. 우주의 과거를 볼 수 있는 그런 타임머신의 끝판왕이 최근 발사된 제임스웹 우주망원경이다. 미국 NASA 주도로 제작된 제임스웹 우주망원경은 6.5m 큰 반사경으로 우주 초기까지 관측할 수 있는 고성능 망원경이다. 2021년 12월 25일 발사돼 지구에서 약 150만㎞ 떨어진 L2 포인트라는 곳에서 우주를 분주하게 관측 중이다. 제임스웹 우주망원경 계획의 시작은 1986년경이다. 당시 미국 볼티모어에 있는 우주망원경 연구소 소장이었던 자코니 박사(2002년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가 측근 몇 명과 함께 허블 우주망원경 뒤를 이을 차세대 우주망원경을 만드는 계획을 세우기 시작했다. 그 후 1995년 허블 우주망원경이 2주에 걸쳐 큰곰자리 부근 지역을 관측하여 125억 년 전 우주 모습을 맛보기로 보여 주면서 새로운 우주망원경의 필요성을 어필하였다. 이 무렵 필자도 그 계획에 참여하고 있었는데, 제임스웹 우주망원경으로 우주 나이 약 3억 년(135억 년 전) 무렵의 우주 모습을 볼 수 있으리라 예측했었다. 먼 과거에 있던 태초 은하를 관측할 수 있다면 우주 천체의 기원을 이해할 수가 있어서, 그런 점이 제임스웹 우주망원경 추진에 큰 원동력이 되었다. 그 후 미국 경제 및 정치 상황에 따라 제임스웹 우주망원경 계획이 여러 번 취소될 뻔도 했었지만, 망원경의 진가를 사람들이 이해하고 지지해주었기에 무사히 발사가 이루어질 수 있었다.

1986년부터 장장 35년이라는 긴 기다림 끝에 발사된 제임스웹은 기대했던 대로 초기 우주의 모습을 새로이 보여 주면서 우리에게 많은 놀라움을 선사하고 있다. 아직 관측 초기임에도 불구, 필자가 예측했던 우주 나이 3억 년보다 더 옛날인 우주 나이 2억 년 시기에도 이론적 예측을 훌쩍 뛰어넘는 많은 수의 은하가 있었다는 연구가 잇따르고 있다. 이런 연구 결과가 실제로 우주론 이론의 대혁명으로 이어질지는 앞으로의 제임스웹 우주망원경 후속 관측이 밝혀줄 것이다. 제임스웹 우주망원경의 성공은 35년이라는 긴 기다림과 우주의 순수한 연구에 대한 중요성을 이해하는 사람들이 없었으면 불가능하였을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우주개발이 화두가 되는 최근, 우리도 이런 점을 항상 유의하여 우주개발에 뛰어들어야 할 것이다.

임명신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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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명신서울대 물리천문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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