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 DNA'에서 찾아낸 생명정보의 비밀

입력
2023.03.03 00:00
27면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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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시기를 겪으면서 일상에서도 많이 쓰이게 된 용어 중 하나가 mRNA라는 단어이다. 대표적인 코로나 백신 중 모더나와 화이자 백신이 mRNA 방식의 백신인데 큰 기대와 부작용 사례 등 다양한 논란으로 자주 언급되었기 때문이다. 십수 년 전부터 이러한 방식의 백신이 개발되고는 있었지만 코로나19라는 거대한 위험 때문에 실용화가 획기적으로 앞당겨졌었고, 전염병의 위험성을 선지적으로 경고했었던 빌 게이츠 회장이 큐어백이라는 mRNA 백신 회사에도 일찌감치 투자를 했었던 일화로도 유명하다.

mRNA는 타이레놀이라든가 카페인처럼 어떤 특정한 하나의 화학물질의 이름이 아니고, DNA라는 유전 정보 설계 도면을 활용해 단백질을 만들기 위해 필요한 RNA의 한 종류를 의미하는 포괄적인 용어이다.

생물의 유전 정보는 DNA라는 물질에 염기서열이라는 형식으로 저장되어 있는데 이 정보에서 특정 유전자의 산물인 단백질이 만들어지기 위해서는 여러 물질 특히 다양한 RNA의 도움이 필요하다.

그중 가장 대표적인 RNA가 '메신저 RNA'라고 불리는 mRNA이다. 염기서열 정보를 복사해서 전달해 주는 기능을 담당하며 단백질을 만들어내기 위한 현장용 작업 도면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 mRNA 즉 메신저 RNA가 만들어지는 과정이 흥미롭다. DNA에 있는 염기서열 정보를 그대로 복사한 버전을 '1차' 메신저 RNA라고 하는데 사람을 비롯한 고등 생물은 '1차' 메신저 RNA를 그대로 이용해서 단백질을 만들지 않고, 상당히 많은 중간 부분을 잘라내고 남은 부분들만 이어 붙여서 '최종' 메신저 RNA를 만든 다음에, 단백질은 이 '최종' 메신저 RNA를 이용해서 만들게 된다.

이때 버려지는 양의 정도는 생물 종마다 다르고 개별 유전자마다 다르기도 한데 사람은 대체로 '1차' 메신저 RNA의 약 90%가량을 잘라 버리고 '최종' 메신저 RNA를 만드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왜 이런 과정을 거치는 것일까. 아직 그 이유가 알려져 있지는 않지만, 분명한 건 DNA에 저장되어 있는 유전 정보 즉, '메시지'를 '메신저'를 통해 전달하는 과정이 단순하지 않다는 점일 것이다.

좀 더 이야기를 확대해 보면 사실 DNA에 저장된 유전 정보 역시 비효율적인 것처럼 보이는 현상이 존재한다. 사람의 유전 정보는 약 30억 개의 염기서열에 저장되어 있다고 흔히 말하는데, 이 30억 개의 염기서열 중 단백질을 만드는 데 활용되는 부분은 약 1%에서 2% 정도이고 나머지 98~99%는 단백질을 만드는 데 사용되지 않으므로 소위 '정크(Junk·쓰레기) DNA'라고 불리기도 하는 정보들이다.

그러나 최근 이 정크 DNA가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쓸모없는 줄 알았던 영역에 유전자 발현을 조절하는 데 매우 중요한 기능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속속 알려지고 있다. 이제는 이 중요한 부분들을 포함할 수 있도록 유전자 개념도 급속하게 확장되고 있으며 지금까지 연구되지 않던 거대한 미지의 영역을 개척하기 위한 경쟁도 심화되고 있다.

K-바이오는 이제 글로벌에서 주목받는 분야로 성장하였으며 DNA와 RNA를 망라하는 유전체 분야는 대한민국이 강점을 보유하고 있는 분야이다. 동력을 잃지 않고 발전을 거듭하며 경쟁력을 계속 확대할 수 있도록 민관 모두의 협력과 지원이 더욱 필요한 때이다.


이환석 유전자 라이프 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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