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내는 기사
아리송한 빌라 시세... "발품 대신 손품 파세요"
이미 가입된 회원입니다.
만 14세 이상만 회원으로 가입하실 수 있습니다.
'내 돈으로 내 가족과 내가 잘 산다!' 금융·부동산부터 절약·절세까지... 복잡한 경제 쏙쏙 풀어드립니다.
최근 빌라 전세사기가 잇따르자 빌라 전세시장은 그야말로 쑥대밭이 됐습니다. 그럼 모든 빌라 전세가 위험한 걸까요? 일부 전세사기꾼이 물을 흐리긴 했지만, 빌라 전세를 무조건 위험하다고 볼 순 없어요.
선량한 집주인도 많습니다. 어떻게 보면 이들은 이번 전세사기 사태의 또 다른 피해자인 셈이죠. 그렇다 해도 상황이 어수선하다 보니 빌라 전셋집에 들어가기엔 왠지 꺼림칙한 마음이 들 수 있습니다. 마음에 쏙 드는 빌라 전셋집을 찾았는데 이 빌라가 도대체 안전한 집이 맞는 건지 고민일 땐 방법이 있습니다.
무조건 발품을 팔아야 좋은 정보를 얻을 수 있다는 편견도 잠시 접어 두세요. 스마트폰으로 손품 몇 번만 팔아도 충분합니다. 이렇게 수집한 정보를 조합하면 설령 본인이 부동산 전문가가 아니어도 이 빌라가 위험 빌라인지, 아닌지 적어도 감을 잡을 수 있습니다. '불량 전셋집'을 거르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지, 그 방법을 살펴보겠습니다.
제가 빌라 전세사기라고 콕 집어 얘기한 건 빌라를 이용한 전세사기가 가장 많기 때문입니다. 전세사기에 이용된 주택 유형(2022년 상반기 기준)을 살펴보면 빌라(다세대·연립·다가구) 비중이 61.6%로, 아파트(24.4%)나 오피스텔(13%)에 견줘 압도적으로 높습니다.
유독 빌라만 왜 이런 걸까요. 원인은 다양하지만 한 가지 이유를 대라면 '불확실한 전세 시세'를 꼽을 수 있습니다. 전세사기의 핵심 고리는 무자본 갭투자입니다. 세입자가 낸 보증금으로 매맷값 전부를 치르는 투자 형태로, 전셋값을 최대한 끌어올릴수록 이익이 커지는 구조예요. 전세 시세 정보가 부족해 마음먹은 대로 전셋값을 띄울 수 있는 빌라는 무자본 갭투자에 가장 최적화한 주택 유형인 셈이죠.
전세사기꾼들은 시세가 불분명한 빌라시장 틈새를 파고든 뒤 여러 제도 허점(수월한 전세대출과 100% 전세보증)을 역이용해 이 같은 무자본 갭투자 구조를 완성시켰고, 지난 3~4년간 집값 급등으로 전세사기 판이 커진 겁니다.
정부도 최근 전세사기를 막기 위해 전방위 대책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바로 위에서 언급한 '수월한 전세대출과 100% 전세보증' 제도를 손질한 게 핵심인데요. 이를 통해 합법적으로 가능했던 '무자본 갭투자' 구조를 끊어냈습니다.
다만 이는 전세사기를 막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가 이뤄진 것이지, 세입자 입장에서 100% 안심해도 된다는 얘기는 아닙니다. 집값 중 일부(최소 10%)를 집주인이 냈다고 해서 해당 빌라가 안전하다고 볼 순 없으니까요.
따라서 빌라에 전세로 들어갈 땐 해당 전세 시세가 적정한지 제대로 따져보는 게 가장 중요합니다. 원론적인 얘기를 하는 게 아닙니다. 본인이 들어가려는 빌라 전셋집의 적정 시세를 알아야 집주인과 제대로 된 가격 협상을 할 수 있게 되고, 나아가 혹시 당할지 모를 무자본 갭투자의 덫을 피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3, 4년 전만 해도 빌라 시세를 알기가 어려웠죠. 그래서 중개업자가 '이 근방은 다 이 정도 받아요'라고 하면 딱히 반박할 수가 없었는데, 지금은 달라졌습니다.
우선 빌라 시세 사이트를 이용하세요. ①안심전세앱(정부) ②빅밸류(민간) ③하우스머치(민간) ④밸류쇼핑 4곳에서 빌라 시세 정보를 무료로 제공하고 있습니다.
자, 이를 토대로 적정 전셋값을 어떻게 따지는지 살펴보겠습니다. 서울 강서구 A신축 빌라(전용면적 26㎡)는 최근까지 3억4,900만 원에 세입자를 구했습니다. 이 전셋값이 시세에 부합한지 알기 위해선 이 빌라의 정확한 매매 가치를 알아야 합니다. 인근 중개업자는 이 빌라 분양가가 3억5,900만 원이라 3억4,900만 원이 적정 전셋값이라고 주장합니다. 전셋값이 집값보다 낮아 전세보증 가입이 가능하다는 겁니다.
과연 그럴까요. 안심전세앱에서 검색된 A빌라 매매 시세는 2억8,900만~3억3,500만 원, 빅밸류는 2억5,870만 원, 하우스머치는 3억1,000만 원(중위시세)으로 나왔습니다. 이를 종합하면 A빌라의 적정 매매 시세는 3억 원 안팎으로 추산할 수 있습니다. 이것만 봐도 전셋값 3억4,900만 원은 터무니없는 액수인 셈이죠.
다른 정보를 추가해 보겠습니다. 안심전세앱에 나온 인근 지역의 경매낙찰가율은 69%. 이를 대입하면 A빌라의 경매 낙찰 예상금액은 대략 2억1,600만 원선입니다. 쉽게 말해 살던 전셋집이 경매에 넘어가면 선순위 채권(전세금보다 우선 상환받을 수 있는 채권·은행 대출 등)이 없다는 가정하에 즉시 회수할 수 있는 돈이 2억1,600만 원에 불과하다는 얘기입니다. 중개업자 말만 듣고 3억4,900만 원에 전세를 얻으면 집이 경매에 넘어갔을 때 1억3,000만 원을 허공에 날리는 셈이죠.
마지막으로는 공시가격(포털에서 공시가 조회 검색)을 살펴봐야 합니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는 전세보증서를 끊어줄 때 '공시가 140%-실거래가-감정가' 중 하나를 적용해 빌라 시세를 산정합니다. 전세보증 한도는 전세가율 100%입니다.
전셋값과 집값이 같아도 보증에 가입시켜 주니 그간 전세업자들은 일부러 매물 하나를 높은 가격에 팔아 실거래가를 띄우거나, 감정가 부풀리기로 빌라 시세를 높이는 편법을 활용했습니다. 다만 A빌라는 기존 실거래 내역이 없으므로 공시가 140%인 보증금 2억8,280만 원까지만 전세보증에 가입할 수 있습니다.
조사한 정보를 나열하면 이렇습니다. 'A빌라의 추정 매매 시세는 3억 원 안팎, 경매 낙찰 예상금액은 2억1,600만 원, 전세보증 가입 상한선 2억8,280만 원.'
세입자로선 보증 가입을 염두에 두면서 최근 집값 하락을 감안할 때 2억7,000만 원 아래로 전셋값을 책정하는 게 합리적이란 추론이 나옵니다. "주변 시세가 다 그렇다"는 집주인에게 반박할 거리가 생긴 셈이죠. 만약 집주인이 전셋값을 2억9,000만 원 밑으로는 절대 내릴 수 없다고 하면, 보증금 2억7,000만 원에 대해서만 전세보증에 가입하고 나머지 2,000만 원은 월세로 돌리는 것도 방법입니다.
5월부터 제도가 바뀝니다. 전세금 반환보증 대상이 기존 전세가율 100%에서 90%로 낮아지고, 빌라 시세 계산 땐 무조건 공시가 140%를 사용하되 공시가와 실거래가가 없을 때만 감정가를 이용할 수 있게 했습니다.
이를 단순화하면 이렇습니다. 앞으로는 전세보증에 가입하려면 전셋값이 반드시 공시가 126%(공시가 140%*전세가율 90%) 안에 들어와야 한다는 얘기입니다.
A빌라를 예로 들어 볼게요. 2억8,000만 원선이었던 전세보증 가입 상한선이 5월부터 2억5,000만 원(공시가 126%) 수준으로 내려갑니다. 공동주택 공시가격은 매년 3월 발표하는데, 올해는 10% 이상 떨어질 걸로 예상됩니다. 이를 반영하면 A빌라의 공시가 126%는 2억3,000만 원 수준까지 떨어질 가능성이 큽니다.
공시가는 원래 세금 등을 매기기 위한 목적이라 시장 가격과는 거리가 멉니다. 하지만 정부가 공시가 126%를 가장 우선해 따지기로 한 만큼 앞으로 빌라 임대차시장에선 공시가 126%가 시장 시세 역할을 할 가능성이 커 보입니다.
더구나 공시가는 실거래가의 절반 수준에서 책정되는 구조라 아무래도 시장 가격보다 낮을 수밖에 없는데요. 그래서 빌라 임대차시장에서 전세보증 가입 선까지 보증금을 내고 나머지는 월세로 돌리는 보증부 월세가 크게 늘어날 거라는 예상이 나옵니다.
신고 사유를 선택해주세요.
작성하신 글을
삭제하시겠습니까?
로그인 한 후 이용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구독을 취소하시겠습니까?
해당 컨텐츠를 구독/취소 하실수 없습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