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전 참전 군인은 왜 마약중독 은행 강도가 됐나

입력
2023.03.04 10:00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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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TV플러스 영화 '체리'

편집자주

※ 차고 넘치는 OTT 콘텐츠 무엇을 봐야 할까요. 무얼 볼까 고르다가 시간만 허비한다는 '넷플릭스 증후군'이라는 말까지 생긴 시대입니다. 라제기 한국일보 영화전문기자가 당신이 주말에 함께 보낼 수 있는 OTT 콘텐츠를 2편씩 매주 토요일 오전 소개합니다.

청년 체리는 마약에 중독된 은행강도다. 그는 마약을 구하기 위해 강도짓을 한다. 애플TV플러스 제공

청년 체리는 마약에 중독된 은행강도다. 그는 마약을 구하기 위해 강도짓을 한다. 애플TV플러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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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스파이더맨’ 시리즈의 톰 홀랜드가 주연이다.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2018)와 ‘어벤져스: 엔드게임’(2019)을 연출한 앤서니ㆍ조 루소 형제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마블 영화는 아니다. 초능력이 등장하지도 않는다. ‘체리’는 냉혹한 현실을 배경으로 청춘의 가슴 아픈 성장기를 담는다.


①치기 어린 선택이 부른 비극

체리는 연인 에밀리와 뜨거운 사랑을 나누나 치기 어린 선택을 하면서 인생행로가 급격히 바뀐다. 애플TV플러스 제공

체리는 연인 에밀리와 뜨거운 사랑을 나누나 치기 어린 선택을 하면서 인생행로가 급격히 바뀐다. 애플TV플러스 제공

체리(톰 홀랜드)는 미국 오하이오주에 사는 대학 1학년생이다. 평범한 삶을 살던 그는 또래 에밀리(시애라 브라보)를 만나며 삶의 전환점을 맞는다. 두 사람은 뜨겁게 사랑한다. 하지만 체리는 에밀리와 갈등을 겪으며 치기 어린 선택을 한다. 해외 파병 부대에 자원입대한 것. 주변 사람들은 말린다. 애국을 내세운 이들에게 악용만 될 것이라고.

체리는 이라크 전쟁에 참전한다. 위생병으로 전장 생활을 체험한다. 어렴풋이 생각했던 것과 확연히 다르다. 전장은 지옥과 다름없다. 체리는 동료들의 죽음을 눈앞에서 지켜보기도 한다. 체리는 2년 동안의 복무를 마친 후 무사히 고향으로 돌아온다.


②젊음은 무엇으로 사는가

자원입대를 해 이라크에 파병된 체리는 멀리 떨어져 있는 에밀리를 그리워하며 하루하루를 보낸다. 애플TV플러스 제공

자원입대를 해 이라크에 파병된 체리는 멀리 떨어져 있는 에밀리를 그리워하며 하루하루를 보낸다. 애플TV플러스 제공

제대군인으로 훈장을 받고 에밀리와 꿈같은 재회를 한다. 하지만 정작 악몽은 귀향 후 시작된다. 체리는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PTSD)에 시달린다. 약물에 빠져든다. 직장 생활은 엄두를 내지도 못한다. 은행 강도가 된다. 약을 구하기 위해 은행을 털고 범죄행위를 잊기 위해 마약의 수렁 속으로 더 깊이 빠져든다. 사랑하는 에밀리가 늘 함께한다.

체리의 비극은 어디에서 왔을까. 그의 불우한 환경 탓일까, 아니면 젊은 치기가 문제였을까. 영화는 체리의 주변 인물들을 통해 미국의 어둠을 들추려 한다. 미국 사회의 부조리를 비꼬는 듯한 장면이 나오기도 한다. 체리가 범죄를 저지르는 한 금융회사의 이름은 ‘은행이 미국을 엿 먹인다(Bank F***s America)’다. 미국 대형 은행 뱅크오브아메리카에 대한 변주로 보인다. 한 은행 벽에 쓰인 ‘신용 없음(Credit None)’은 ‘신용 대출(Credit Loan)’을 비틀었다. 환각상태 체리의 눈을 통해 비친 문구들이다.

③빛나는 톰 홀랜드의 열연

체리는 전장에서 부상 없이 살아서 돌아오나 실제로는 마음의 상처를 깊이 입었다. 애플TV플러스 제공

체리는 전장에서 부상 없이 살아서 돌아오나 실제로는 마음의 상처를 깊이 입었다. 애플TV플러스 제공

하지만 영화는 체리의 불우한 상태를 구조적 문제로 구체적으로 연결 짓지는 못하거나 안 한다. 체리가 전장에 나간 건 경제적 이유가 아니라 애정 문제 때문이다. 그가 PTSD에 시달리는 모습이 반전 메시지로 이어지거나 나라를 위해 싸운 이의 상처로 묘사되지는 않는다. 영화가 큰 울림을 주지 못하는 이유다.

그럼에도 이 영화는 볼 만한 가치가 있다. 톰 홀랜드라는 청춘스타가 배우가 되는 여정에 있음을 체감하게 된다. 그는 머리카락을 아주 짧게 자르고, 몸무게 14㎏을 줄여 마약에 절은 청춘을 체현해낸다.

뷰+포인트

카메라 움직임이 인상적인 영화이기도 하다. 루소 형제 감독은 역동적인 장면들을 만드는 데 재능이 있음을 새삼 확인하게 된다. 하지만 주인공의 정서를 입체적으로 표현하는 데는 서툴러 보인다. 연출의 맹점을 보완하는 건 톰 홀랜드다. 홀랜드의, 홀랜드에 의한 영화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미국 작가 니코 워커가 자신의 삶을 반영해 쓴 동명 소설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루소 형제가 설립한 영화사 ABGO가 할리우드 스튜디오 워너브러더스와 경쟁해 영화화 판권을 확보했다. 워너브러더스는 배우 제임스 프랑코의 연출을 염두에 뒀다고.
***로튼토마토 신선도 지수: 평론가 37%, 관객 69%
***한국일보 권장 지수: ★★★(★ 5개 만점, ☆ 반 개)


라제기 영화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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