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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절반 건조주의보... 봄의 불청객 산불 '초비상'

입력
2023.03.01 18:16
수정
2023.03.01 2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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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곳곳에서 연일 산불 피해 잇따라
10년간 산불 65% 봄에 발생, 3월 최다
강수량↓, 건조특보↑... 산불 취약 날씨

소방대원들이 지난달 28일 경북 예천시 풍양면에서 발생한 산불을 진화하기 위해 산불 방화선을 구축하고 있다. 산림청 제공

소방대원들이 지난달 28일 경북 예천시 풍양면에서 발생한 산불을 진화하기 위해 산불 방화선을 구축하고 있다. 산림청 제공

연일 건조한 날씨가 계속되면서 전국 곳곳에서 산불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지난달 28일 경북에서만 산불이 하루 7건이나 발생했다. 해마다 대형 산불이 났던 봄철에는 날씨가 건조하고 바람도 거세져 산림과 소방당국은 바짝 긴장하고 있다.

1일 경북소방본부에 따르면, 전날 경북 예천과 영천, 성주, 상주, 문경, 경주, 포항 등 7개 지역에서 산불이 발생했다. 축구장 137개에 맞먹는 산림 약 98㏊가 잿더미로 변했다.

특히 확산세가 컸던 예천 산불은 헬기 21대, 인력 1,150여 명이 17시간 사투를 벌인 끝에 1일 오전에 가까스로 진화했다. 경남 진주와 함안, 하동, 강원 평창과 충북 괴산 등에서도 이날 산불이 났다. 전북 완주에선 산불 현장 주변 텃밭에서 80대 주민이 불에 타 숨진 채 발견되기도 했다.

1일 오전 육군 50사단 장병들이 경북 예천군 풍양면 산불 현장에 투입돼 잔불을 제거하고 있다. 50사단 제공

1일 오전 육군 50사단 장병들이 경북 예천군 풍양면 산불 현장에 투입돼 잔불을 제거하고 있다. 50사단 제공

날이 풀린 지난달 말부터 산불 소식은 부쩍 잦아져 당국을 긴장시키고 있다. 특히 봄이 되면 등산객이 늘고 영농기 준비를 위한 논ㆍ밭두렁 소각도 활발해져 산불 발생 빈도가 높아진다. 최근 10년간 산불 발생 원인 1위는 입산자 실화(32%)였지만, 논ㆍ밭두렁 소각(13%)과 쓰레기 소각(13%)도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전날 예천 산불도 민가에서 쓰레기를 태우던 중 불꽃이 야산으로 튀어 발생한 것으로 추정됐고, 영천 산불도 밭을 태우던 불이 원인으로 지목됐다.

산림청에 따르면 지난해까지 10년간 연평균 산불 발생 건수는 535건으로, 피해 면적은 3,558㏊에 달한다. 산불 65%는 봄철(2월 1일~5월 15일)에 집중 발생했다. 월별로는 3월이 연평균 129건으로 가장 많았고, 4월 119건, 2월 70건 순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3월에도 경북 울진과 강원 삼척, 강릉, 동해를 휩쓴 ‘동해안 산불’로 산림 2만523㏊가 초토화되고 500여 명이 삶의 터전을 잃었다.

붉은색으로 표시된 곳이 1일 건조주의보가 발령된 지역이다. 기상청 홈페이지 캡처

붉은색으로 표시된 곳이 1일 건조주의보가 발령된 지역이다. 기상청 홈페이지 캡처

전문가들은 해가 갈수록 봄철 강수량이 줄어들고 건조한 날씨가 이어지면서 산불 발생 위험이 커졌다고 진단하고 있다. 실제로 2~5월 강수량은 2021년 255㎜에서 지난해 152㎜로 41% 줄었다. 반면 ‘건조특보’ 일수는 2021년 67일에서 78일로 증가했다. 이날도 경북과 경남, 강원도 동해안 일대 등 한반도 절반이 넘는 지역에 건조주의보가 내려졌다. 강원 강릉과 동해, 경북 경주에는 산불 위험을 알리는 재난 문자도 발송됐다.

산림청은 봄철 산불 위험이 높은 지역을 중심으로 감시 활동을 강화할 계획이다. 인력이 부족한 산간오지 등 산불 취약 지역에 무인카메라 1,448대를 설치하고, 드론 감시단도 활용할 예정이다. 경작지 소각을 막기 위해 영농 폐기물과 부산물 수거 전담반도 운영한다.

김표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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