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 600만 원 폐암 치료제 '타그리소' 국회청원 문턱 넘어

입력
2023.03.01 16:15
수정
2023.03.01 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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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원 22일 만에 5만 명 동의해 기준 충족
"폐암 치료제 중 국회 청원 첫 통과"

국민동의청원에서 지난달 27일 동의 기준 5만 명을 충족한 타그리소 1차 치료제 건강보험 적용 청원. 국회 홈페이지 캡처

국민동의청원에서 지난달 27일 동의 기준 5만 명을 충족한 타그리소 1차 치료제 건강보험 적용 청원. 국회 홈페이지 캡처

폐암 환자들이 약값 부담을 호소하고 있는 3세대 표적항암제 '타그리소' 건강보험 적용 국민동의청원이 5만 명의 동의를 이끌어 냈다. 폐암 치료제 중에서는 처음 국민동의청원 기준을 충족한 것으로 파악된다.

1일 국회에 따르면, 폐암 환자 김모씨가 지난달 6일 국민동의청원 홈페이지에 올린 타그리소 1차 치료 급여 관련 청원이 같은 달 27일 오전 7시 32분 5만 명의 동의를 얻었다. 이로써 해당 청원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 회부됐다.

국회 국민동의청원은 30일 동안 5만 명의 동의를 받아야 소관 상임위로 넘어가는데 타그리소 청원은 22일 만에 조건을 충족했다. 제약업계는 폐암 치료제 가운데 첫 번째 국민동의청원 통과로 보고 있다. 김씨의 청원이 게시된 이후 폐암 환자와 환자 가족들은 환우회 사이트 등에서 간절하게 지지를 요청했다.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김씨는 청원을 통해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타그리소를 복용했고, 3개월 뒤 모든 종양이 없어졌다는 정말 기적 같은 소식을 들었다"고 주장했다. 다만 한 달에 600만 원 이상인 비싼 약값을 걱정했다. 그는 "지금까지 7,000만 원을 넘게 썼는데 문제는 앞으로 어떻게 약값을 마련해야 할지 가족들에게 미안하고 너무 큰 고통을 주는 것 같아 괴롭다"고 토로했다.

타그리소는 글로벌 제약기업 아스트라제네카가 상피세포성장인자수용체(EGFR) 변이 비소세포폐암 1차 치료 목적으로 개발한 항암제다. EGFR 변이는 한국인 폐암 환자에게 가장 흔한 유전자 변이로 비소세포폐암 중 30~40%에서 나타난다.

국내에서는 2018년 12월 타그리소가 승인됐다. 이후 1차 치료 뒤 효과가 없을 경우 투여하는 2차 치료제에만 건강보험이 적용되고 있다. 1차 치료제로 복용 시 전액 환자 부담이고 2차 치료제는 본인부담금이 5%다. 반면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일본을 비롯해 전 세계 60여 국가들은 보험 급여 체계에서 1차 치료제로 쓰고 있다.

EGFR 변이 비소세포폐암 3세대 표적항암제 타그리소. 한국아스트라제네카 제공

EGFR 변이 비소세포폐암 3세대 표적항암제 타그리소. 한국아스트라제네카 제공

한국아스트라제네카는 2019년 10월, 2020년 4월, 2021년 4월과 11월 네 차례 1차 치료제로 신청했지만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의 암질환심의위원회(암질심) 단계에서 매번 탈락했다. 지난해 10월 다섯 번째 도전에 나서 심평원에 급여 검토를 재신청한 상태다.

국민동의청원에서 5만 명의 동의를 받아 소관위원회에 회부된 청원은 청원심사소위를 거쳐 본회의 부의 또는 폐기가 결정된다. 청원 통과는 건강보험 적용 가능성이 커진 정도이지 확정은 아닌 것이다. 또한 타그리소 청원은 법률 제·개정 사안이 아니라 심평원과 보건복지부의 기존 보험 급여 적용 프로세스를 따라야 한다.

그래도 이번 청원은 폐암 환자들의 약값 고통을 상기시켰다는 점에서 주목되고 있다. 국회 복지위 위원인 국민의힘 서정숙 의원도 지난달 복지부에 1차 치료제로 급여 확대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했다. 이에 복지부는 답변서를 통해 "제약사가 보험 재정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는 자료를 제출했고, 이를 토대로 조만간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창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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