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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교라는 불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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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권남훈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의 페이스북에서 흥미로운 논문 2편을 알게 됐다. 지난해 미국 저명 경제학 저널에 실린 한 논문은 페이스북 이용이 심각한 우울증을 24%까지 증가시킬 수 있고, 그렇게 되는 가장 큰 이유는 비교로 인한 스트레스라고 분석했다. 한국, 미국, 중국 학자가 함께 쓴 다른 논문은 중국 내 인접한 쌀농사 지역과 밀농사 지역의 주민을 상대로 소득, 지위, 직업이 행복감에 미치는 영향력을 비교했더니 쌀농사 지역이 2배 높더라는 연구 결과를 소개했다.
□ 이철승 서강대 교수를 포함한 논문 공저자들은 쌀농사가 밀농사보다 많은 협동 작업을 필요로 하다 보니 주민 간 사회적 연결성이 높고, 이로 인해 남과 비교하는 문화도 강하다고 분석했다. 두 논문 모두 '비교가 불행의 씨앗'이란 함의를 담은 셈이다. 권 교수는 한국을 비롯한 동아시아 국가들이 공통적으로 출산율 급락을 겪는 데에 사회관계망서비스(SNS)가 한몫하고 있으리란 가설을 제시한다. 동아시아는 벼농사 지대이니, 저 가설이 맞다면 이 지역의 '불행한 비교'는 역사가 유구하다.
□ 지난해 우리나라 출산율은 0.8명 선마저 무너져 0.78명까지 떨어졌다. 만혼과 딩크족(무자녀 맞벌이 부부) 증가도 요인이지만 근본적으론 혼인이 줄어서다. 홍콩, 싱가포르, 대만, 중국 등 동아시아에 유독 저출산 현상이 두드러지다 보니 그 공통 원인을 유교 문화에서 찾는 논의도 활발하다. 혼외 출산이 금기시되는데 젊은이들은 치열한 입신양명 경쟁에 치여 결혼은 뒷전이라는 것이다.
□ 김석호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지난해 발표 논문에서 청년(20~34세)들이 연애, 결혼, 출산을 얼마나 실현 가능하다고 여기는지를 분석했다. 그 결과 현재 보유자원이 부족하다고 생각할수록 자신이 누군가의 배우자나 부모가 될 수 없을 거라고 체념하는 집단에 속할 확률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부족하다는 생각'이라니, 저울이 아니라 눈높이의 영역이다. 비교를 매개로 저출산과 SNS를 잇대는 저 가설은 아마 틀리지 않을 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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