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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 위기라 요금 올려야 한다"며…복리후생비는 1년 전보다 100억 더 쓴 가스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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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자가 쌓이면서 가스요금을 올려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여 온 한국가스공사가 정작 자신들은 지난해 복리후생비로 1년 전보다 100억 원 가까이 더 쓴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쌓인 미수금(가스 판매 가격을 낮게 책정한 데 따른 영업 손실)으로 인해 국민들이 내야 하는 가스·전기요금 부담이 커지는 상황에서 위기의식 없이 방만 경영이 이뤄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2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된 가스공사의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1~3분기(누적) 복리후생비는 총 160억9,800만 원으로 전년도 같은 기간(62억100만 원)보다 무려 160% 증가했다. 반면 인건비는 약 558억 원으로 전년 대비 0.3% 늘어난 수준에 그쳤다. 가스공사 관계자는 "지난해 9월 사내근로복지기금으로 100억 원 정도의 금액을 출연하면서 복리후생비가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이 기금은 기업들이 영업이익 중 일정 부분을 쌓아 직원 복지를 위해 쓰는 돈으로 월급 통장엔 찍히지 않지만 현금성 혜택이 주어져 '그림자 급여'로 불린다. 가스공사는 사실상 적자가 쌓이는 상황에서 영업이익의 일부로 임직원에게 각종 복지 혜택을 준 셈이다.
가스공사는 또 광고선전비로 지난해 76억5,000만 원(2021년 32억3,900만 원), 피복비(근무복 구입 등에 쓰는 비용)로 2억700만 원(2021년 1억3,300만 원)을 썼는데, 이는 전년 대비 각각 136%, 56%씩 증가한 수치다.
부채 비율로 이어지는 가스공사 미수금이 쌓이기 시작한 시기는 지난해 초부터다. 미수금은 2021년 4분기 1조8,000억 원에서 지난해 △1분기 4조5,000억 원 △2분기 5조1,000억 원 △3분기 5조7,000억 원 △4분기 8조6,000억 원으로 1년 새 약 여덟 배 증가했다. 부채비율 또한 연결기준 전년 대비 121%포인트(p) 오른 500%를 기록하는 등 사실상 자본 잠식 상태인데도 각종 경상 경비를 방만하게 운영했다.
반면 에너지 원가 상승으로 요금인상 압박이 커지면서 다른 에너지 공기업들은 같은 기간 허리띠를 졸라맸다. 약 33조 원의 최대 적자를 기록한 한국전력은 지난해 1~3분기 복리후생비로 644억8,300만 원을 써서 전년 동기(729억8,900만 원) 대비 12% 감소시켰다. 광고선전비와 피복비 또한 각각 12%, 20% 줄였다. 한국지역난방공사 또한 2021년 광고선전비를 37억5,300만 원에서 지난해 33억9,300만 원으로 줄이는 등 긴축 재정에 돌입했다.
가스공사가 다른 에너지 공기업들과 달리 비용 절감에 나서지 않은 것은 적자를 가리는 미수금 회계 기준 때문이다. 가스공사의 지난해 연결 기준 영업이익은 2조4,634억 원으로 1년 전보다 99% 급증했다. 숫자로만 보이는 '장부상 이익'이 착시효과를 낳으면서 적자 상황은 제대로 알기 어렵다. 손양훈 인천대 경제학과 교수는 "미수금이 사실상 자산으로 잡히면서 돈 받을 곳은 없는데 이미 받은 돈이 되는 꼴"이라며 "부채 상황은 천연가스 수급난으로 이어질 수 있어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 에너지환경대학원 교수는 "다른 공기업이 판매영업비를 크게 줄인 상황에서 가스공사는 위기 의식을 충분히 갖지 못했다"며 "국민들의 요금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에너지 요금을 올릴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박일준 산업통상자원부 2차관은 이날 서울 강남구 한국무역협회에서 열린 '그린홈 이니셔티브' 추진을 위한 스타트업 간담회에서 "한전과 가스공사의 부채비율 증가가 심화하고 있다"며 "안정적인 에너지 공급을 위해 단계적 요금 정상화를 통한 재무안정성 확보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이달 발표될 4월 에너지 요금 동결은 사실상 어렵다는 점을 시사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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