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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명계 살생부' 유포··· '수박' 색출 나선 개딸들

입력
2023.02.28 16:20
수정
2023.02.28 18:59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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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 강성 지지층 '낙선의원 명단' 유포해
의원실에 가·부 여부 묻고 인증샷 게재
이재명 "당의 단합에 도움 안 돼" 언급
친명계서도 "명단 공개는 부적절" 우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체포동의안 표결이 진행된 지난 27일 국회 앞에서 민주시민촛불연대 회원들이 집회를 열고 이 대표의 체포동의안 부결을 촉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스1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체포동의안 표결이 진행된 지난 27일 국회 앞에서 민주시민촛불연대 회원들이 집회를 열고 이 대표의 체포동의안 부결을 촉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스1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체포동의안 표결에서 무더기 이탈표가 나오자, 개딸로 불리는 이 대표 강성 지지층이 반란표를 던진 '수박 색출'에 나섰다. 수박은 '겉과 속이 다르다'는 의미로, 이 대표 강성 지지층이 비이재명계를 지칭할 때 사용하는 은어다.

27일 국회 본회의에서 이 대표 체포동의안 표결 결과, 최소 31표 이상의 이탈표가 확인된 직후 총선 낙선 대상 의원 명단을 담은 게시물이 온라인상에 유포됐다. 게시물에는 비명계로 분류되는 의원 42명의 이름과 지역구가 적혀 있는데, 방송 등에서 이 대표를 비판했던 의원들이다. 체포동의안 표결이 무기명 투표로 진행된 만큼, 실제 가·부 투표 여부를 알 수 없음에도 살생부를 만들어 집단행동에 나선 것이다. 명단에 오른 신영대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무슨 이유로 그 명단에 들어가 있는지 모르겠다. 확인되지 않은 사실로 특정 국회의원들을 마녀사냥 하는 구태는 이번 기회로 사라졌으면 한다"라고 반발했다.

27일 민주당 홈페이지에 게시된 '체포동의안 찬성 국회의원 명단 공개'를 촉구하는 청원. 28일 오후 기준 동의율 11%(5,700여명)를 달성했다. 민주당 홈페이지 화면 캡처

27일 민주당 홈페이지에 게시된 '체포동의안 찬성 국회의원 명단 공개'를 촉구하는 청원. 28일 오후 기준 동의율 11%(5,700여명)를 달성했다. 민주당 홈페이지 화면 캡처

살생부 작성뿐 아니라 의원과 의원실에 문자폭탄을 보내거나 항의전화로 압박하고 있다. 비명계 이상민 의원은 28일 CBS 라디오에서 "항의문자가 상당히 많이 오고 있는데, 내용이 굉장히 살벌하다"라고 비판했다. 한 의원실 관계자는 "전날 밤부터 '의원이 어느 쪽에 투표했느냐'고 묻는 항의전화가 폭주하고 있다"고 전했다. 명단에 오른 오영환 의원 페이스북 글에도 '가결·부결 중 어느 쪽이십니까?' 등 항의성 댓글들이 달렸다.

이 대표의 팬카페인 '재명이네 마을' 등에는 반란표를 던졌을 것으로 추정되는 의원들에게 가결에 참여했는지 여부를 묻고 이에 대한 답변을 인증하는 게시물들이 올라오고 있다. 의원이나 의원실 관계자와 주고받은 문자 메시지를 캡처한 내용들이다. 민주당 홈페이지에도 '체포동의안 찬성 국회의원 명단을 공개하라'는 청원이 이날 오후 3시 기준 5,400명을 넘어섰다.

일부 친명계 의원들은 강성 지지층의 행동을 옹호하는 입장을 밝혔다. 김용민 의원은 페이스북에 '개딸'의 문자폭탄 등을 비판한 이상민 의원에 대해 "지지자와 싸우는 정치인이 가장 어리석은 사람"이라며 "동지에 대한 신뢰와 예의가 우선"이라고 저격했다.

다만, 이 대표는 이같은 강성 지지층의 행동에 대해 자제를 당부했다. 이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고위전략회의에서 "의원들 개인의 표결 결과를 예단해서 명단을 만들고 공격하는 행위는 당의 단합에 도움이 안 된다. 중단해야 한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안호영 수석대변인이 전했다.

친명계 좌장인 정성호 의원도 페이스북에서 "누군가를 배신자라 칭하고, 추측성 명단을 유포하고, 문자폭탄으로 비난하는 것은 민주당의 승리를 위해서 피해야 할 일"이라고 지적했다. 최강욱 의원도 MBC 라디오에서 "격앙된 반응과 실망감이 당연히 표출될 것이라고 생각은 들지만, 특정인 명단 공개로 이어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자제를 당부했다.

장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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