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군부 "시진핑, 대만 침공 시 연합세력과도 싸워야"… 한국·일본 등 거론

입력
2023.02.28 20:10
수정
2023.02.28 2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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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육군 장관, 최근 세미나에서 발언
주한미군 동원 가능성에 또 한번 무게

한미 양국의 공군기가 19일 한반도 상공에서 연합 편대비행을 하고 있다. 이날 비행엔 우리 공군에서 F-35A 스텔스 전투기와 F-15K 전투기가, 미군 측에선 B-1B 폭격기와 F-16 전투기가 참가했다. 합동참모본부 제공 뉴스1

한미 양국의 공군기가 19일 한반도 상공에서 연합 편대비행을 하고 있다. 이날 비행엔 우리 공군에서 F-35A 스텔스 전투기와 F-15K 전투기가, 미군 측에선 B-1B 폭격기와 F-16 전투기가 참가했다. 합동참모본부 제공 뉴스1

미국 군부 고위 인사가 중국의 대만 침공 가능성에 대비하기 위한 미국의 군사적 압박에 한국도 동참할 것을 촉구하고 나섰다. '대만 유사시 주한미군을 동원할 수 있다'는 미국 정부 내 기류가 점차 짙어지는 흐름이어서 주목된다.

27일(현지시간) 미 국방부 기관지 성조지와 미국의소리(VOA)방송에 따르면, 크리스틴 워머스 미 육군 장관은 이날 미국기업연구소(AEI) 세미나에서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미 육군의 역할은 '전쟁 억제'에 맞춰져 있다"며 "중국과의 전쟁을 피하는 최적의 방안은 우리가 전쟁에서 이길 것이라는 점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대만에 공격적인 무언가를 하려 할 때 자신이 상대해야 하는 게 미국인지 또는 연합 세력인지를 생각하게 해야 한다. 시 주석의 생각을 복잡하게 해야 한다"고 했다. 또 한국, 일본, 필리핀, 인도네시아를 거론하며 중국 억지를 위한 군사·경제 협력 중요성을 강조했다.

'주한미군 동원' 시사하는 미 군부 발언 잦아져

크리스틴 워머스(왼쪽) 미국 육군장관이 1월 24일 하와이 스코필드 병영을 방문해 현장 지휘관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미국 성조지 화면 캡처

크리스틴 워머스(왼쪽) 미국 육군장관이 1월 24일 하와이 스코필드 병영을 방문해 현장 지휘관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미국 성조지 화면 캡처

워머스 장관의 이 같은 발언은 대만 유사시 주한미군을 동원할 수 있다는 미국 내 암묵적 공감대를 반영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폴 러캐머라 주한미군사령관은 지난해 9월 한미연구소 대담에서 대만 유사시 한국과 주한미군의 역할에 대한 질문에 "내 역할은 한반도 수호이다. 다만 모든 지도자와 사령관은 그 어떤 상황과 관련해서든 비상계획을 세운다"고 말해 주한미군 동원 가능성을 부인하지 않았다. 로버트 에이브럼스 전 주한미군사령관 역시 비슷한 시기 언론 인터뷰에서 "주한미군 병력 일부가 대만 사태에 투입돼도 한미동맹은 북한에 억지를 유지할 수 있는 옵션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미국이 일본 오키나와 가데나 공군기지와 더불어 한국의 오산·군산 공군기지의 전력 투입을 염두에 뒀을 것으로 관측한다. 중국 해군 함대가 대만으로 남하하는 것을 막으려면 괌 공군기지보다 한국 내 미 공군 투입이 훨씬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중국은 지난해 8월 대규모 '대만 봉쇄 훈련' 당시 '서해 실탄 사격 훈련'도 병행했다. 주한미군 증원 전력을 차단하기 위한 훈련으로 해석됐다.

박진 '대만' 발언에 중국 "말참견 용납 불가" 반발

마오닝 중국 외교부 대변인이 1월 30일 정례 브리핑에서 기자들의 질문을 듣고 있다. 중국 외교부

마오닝 중국 외교부 대변인이 1월 30일 정례 브리핑에서 기자들의 질문을 듣고 있다. 중국 외교부

중국은 대만 문제에 대한 한국의 개입에 날카로운 반응을 보이고 있다. 마오닝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7일 정례브리핑에서 최근 박진 외교부 장관의 대만 관련 발언에 "대만 문제는 중국의 내정"이라며 '말참견을 용납하지 않는다'는 의미의 사자성어 "부용치훼(不容置喙)"라는 표현을 써가며 반발했다.

박 장관은 22일 보도된 미국 CNN방송 인터뷰에서 대만 문제와 관련해 "한국은 무력에 의한 일방적인 현상 변경에 반대한다"며 "대만 해협에서 무슨 일이 벌어진다면, 우리는 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유지해야 한다. 한국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는 중국이 대만을 침공하면 미국이 저지에 나설 것이고, 미국의 동맹인 한국의 안보에도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베이징= 조영빈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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