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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K도 당심·민심 온도차... "김기현·대통령 호흡 중요" vs "윤핵관 싫어 안철수 지지" [르포]

입력
2023.02.28 15:00
수정
2023.02.28 15:26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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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전대 D-9, '보수 텃밭' TK 르포

국민의힘 당권주자인 김기현(왼쪽 사진) 후보가 지난 1일 대구 서문시장에서 시민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오른쪽 사진은 안철수 후보가 지난달 19일 서문시장을 방문한 모습. 뉴시스, 연합뉴스

국민의힘 당권주자인 김기현(왼쪽 사진) 후보가 지난 1일 대구 서문시장에서 시민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오른쪽 사진은 안철수 후보가 지난달 19일 서문시장을 방문한 모습. 뉴시스, 연합뉴스

"김기현이 찍을 기다. 시원시원하고 좋잖아. 대통령하고 신뢰도 있고."

지난 27일 오후 경북 구미역 앞에서 만난 이모(79)씨는 국민의힘 당대표로 누구를 지지하느냐고 하자 김기현 후보를 꼽았다. 국민의힘 당원이라는 이씨는 김 후보에 대해 "똑똑하다. 문재인 정부에서 탄압당하지 않았나"라고 반문했다. 김 후보를 겨냥해 땅 투기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경쟁 후보들에 대해선 "그러면 안 된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3·8 전당대회가 열흘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보수 텃밭'인 대구·경북(TK)에서 들어본 민심과 당심에는 미묘한 온도 차가 있었다. TK는 전대 투표권을 가진 선거인단(책임당원) 구성상 수도권(37.79%)에 이어 두 번째(21.03%)로 많은 지역인 데다, 당원들도 전통적 보수 성향이 강하다는 점에서 최대 승부처 중 한 곳으로 꼽힌다.

당심 "김기현 지지... 윤 대통령 힘 실어줘야지"

스스로 국민의힘 당원이라고 밝힌 이들은 주로 "김기현 후보를 밀어줘야 한다"는 반응이 많았다. 대구에서 만난 국민의힘 당원 박명순(58)씨는 "'김기현이 되면 다 괜찮다'는 얘기가 많다"고 했다. 전대 과정에서 '양강 구도'를 형성했던 안철수 후보에 대해선 "철새처럼 왔다갔다하는 이미지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고 했다.

당원들은 김 후보를 지지하는 이유로는 '윤석열 대통령과의 호흡'을 들었다. 당원 A(44)씨는 "김 후보는 우리가 보기에 윤 대통령과 가까이 있는 분"이라며 "대통령에게 힘을 실어주는 의미에서 지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모(53)씨도 "윤 대통령을 도와드리라고 김 후보를 뽑겠다는 것"이라며 "안 후보는 우리 당에 들어온 지 얼마 안 돼 믿음이 없다"고 했다. 김 후보가 내건 '당-정부 운명공동체론'이 TK 당원들의 마음을 얻고 있는 모습이었다.

안 후보가 내세우고 있는 '내년 총선의 수도권 승리 적임자론'에 대해선 다소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여행업에 종사하고 있다는 당원 김주섭(60)씨는 "내년 총선에서 김기현이 대표 되면 지고 안철수가 대표 되면 이긴다는 것은 안철수쪽 캐치프레이즈 아니겠나"라며 "거물급 인사들을 험지에 전략공천하면 '공천 잘했다'며 지지가 오르게 돼 있다"고 말했다. 당대표가 누가 되더라도 총선 승리엔 공천 내용이나 전략이 중요하다는 주장이었다.

지난달 31일 김기현, 안철수 의원이 나란히 보수의 텃밭 대구를 방문했다. 왼쪽은 서문시장 출정식에서 인사말하는 김기현 의원, 오른쪽은 서구 당협 간담회에 참석한 안철수 의원. 뉴스1

지난달 31일 김기현, 안철수 의원이 나란히 보수의 텃밭 대구를 방문했다. 왼쪽은 서문시장 출정식에서 인사말하는 김기현 의원, 오른쪽은 서구 당협 간담회에 참석한 안철수 의원. 뉴스1

당원 중에서도 김 후보에 대해 잘 모르는 이들도 있었다. 당원 강모(54)씨는 "김 후보에 대한 정보가 대구 사람들한테 많지 않다"며 "울산 출신 국회의원이라는 점 정도다"라고 했다. 김 후보의 약점으로 꼽혀온 낮은 대중적 인지도는 TK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은 모습이었다.

'당과 대통령실이 일치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선 부정적으로 보는 이들도 있었다. 구미에서 자영업을 하는 당원 이승예(57)씨는 "청와대(대통령실)와 당이 유기적으로 화합하는 것은 좋지만, 대통령이 쥐고 흔드는 것은 원하지 않는다"라며 "그럴 거면 차라리 분리하는 게 낫다"고 했다. 강씨도 "아무리 대통령이 시키더라도 합리적이지 않은 공천은 받지 않을 수 있는 대표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27일 대구 서문시장에서 시민들이 바쁘게 장을 보고 있다. 손영하 기자

27일 대구 서문시장에서 시민들이 바쁘게 장을 보고 있다. 손영하 기자

내년 총선 승리를 위해 안 후보에게 기대를 거는 당원도 있었다. 대구역 인근에서 만난 한 20대 당원은 "차기 당대표는 수도권에서 한 석이라도 끌어올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라며 "총선 승리를 위해선 중도층을 많이 잡아야 하니, 보다 고민을 해서 투표를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대 레이스가 후반부로 갈수록 양강 후보로 꼽혔던 김 후보와 안 후보 간 지지율 격차가 벌어지고 있는 것에 대한 고민도 읽혔다. 자영업자 박규호(43)씨는 안 후보 지지 의사가 있었다면서도 "대표가 될 사람을 지지하고 싶지, 지지율이 계속 떨어지는 사람을 지지하고 싶지는 않다"고 말했다.

당원 "안철수가 낫다... 김기현 잘 몰라"

당원들의 반응과 일반 시민들의 반응은 일치하지는 않았다. TK에서 만난 일반 시민들은 김 후보가 내세우는 '대세론'에 그다지 공감하지 않았다. 오히려 김 후보를 향한 대통령실과 '윤핵관(윤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의 노골적인 지원을 비판하면서 안 후보를 대안으로 지목했다.

구미역 주변에서 요식업을 하는 배모(53)씨는 나경원 전 의원 등을 겨냥한 윤핵관들의 공세에 대해 "잘못된 것은 잘못됐다고 해야 한다"라며 "꼴사납다"고 비판했다. 대통령실의 당무 개입 논란에 대해서도 "윤 대통령이 전대에 개입하면 안 된다"라며 "대통령실에서 밀어주는 김기현이 안철수보다 더 별로다"라고 했다.

김기현, 안철수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가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제403회국회(임시회) 제8차 본회의에서 웃으며 지나가고 있다. 뉴시스

김기현, 안철수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가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제403회국회(임시회) 제8차 본회의에서 웃으며 지나가고 있다. 뉴시스

대구에서 학원을 운영하는 김모(38)씨도 "김 후보가 대표가 된다면 윤 대통령에게 힘이 과도하게 실려 견제가 어려울 수 있다"고 했다. 안 후보에 대해선 "그나마 자기 목소리를 낼 수 있을 것 같다"라며 "그가 대표가 돼 국민의힘이 변화하는 모습을 보인다면 내년 총선에서도 긍정적으로 생각할 것"이라고 했다.

나 전 의원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일반 시민들 가운데 안 후보에 대해 지지를 표하는 이들도 있었다. 불출마 선언 이후 나 전 의원이 이른바 '김나(김기현·나경원) 연대' 행보에 나서고 있는 것과 대조적인 반응이다. 구미에서 만난 버스기사 정모(70)씨는 "나경원이 나왔으면 당대표로서 더 유리하지 않았겠느냐. 60, 70대들은 모두 그렇게 생각한다"라며 "안철수가 대표가 되면 윤 대통령을 밀어주면서 잘할 것 같다"고 했다.

대구 서문시장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임선재(76)씨는 김 후보에 대해 "솔직히 듣도 보도 못한 사람이다. 이번에 당대표 선거에 나온다고 해서 처음 들었다"며 "우린 주로 홍준표, 나경원 이런 사람들만 안다"고 했다.

황교안·천하람 국민의힘 당대표 경선 후보가 22일 서울 여의도 KBS에서 열린 TV토론에 앞서 인사를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황교안·천하람 국민의힘 당대표 경선 후보가 22일 서울 여의도 KBS에서 열린 TV토론에 앞서 인사를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천하람, 시원시원" "황교안, 최근 기류 좋다"

천하람 후보와 황교안 후보를 지지하는 이들도 있었다. 당원 이승예씨는 "천 후보는 이준석 라인 여부를 떠나서 얼마 전에 한 연설을 보니 속이 확 뚫리더라"라며 "(남편이 지지하는) 김기현도 괜찮다 생각해 왔는데, 천하람이 시원시원하더라"라고 평가했다. 서문시장에서 만난 박모(31)씨도 "전투력이 있어 보이고, 합리적인 젊은 당대표가 되면 잘할 것 같다"고 했다.

김 후보의 울산 땅투기 의혹을 적극 제기하고 있는 황 후보를 주목하는 시민도 있었다. 대구에서 만난 택시기사 안채규(74)씨는 "김기현, 안철수보다는 차라리 천하람, 황교안이 낫다"며 "황교안도 마지막에 기류가 좋아서 어찌될지 모른다"고 했다.

시민들은 네거티브전으로 치닫고 있는 전대보다 고물가 등 경제 현안에 대한 우려가 많았다. 대구에서 만난 사무직 B씨는 "당원이 아니라서 큰 관심은 없다"라며 "그런데 윤 대통령에 대한 기대가 컸는데 생각보다 못한다"고 했다.

대구= 손영하 기자
대구·구미= 정준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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