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의원의 군복무

입력
2023.02.27 18:00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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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서구의원 대체 복무에 겸직 논란
의회 다양성 부족이 문제... 법 정비해야

편집자주

<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현역 구의원이 군복무를 시작하면서 겸직 논란이 일고 있다. 사진은 1일 인천시 미추홀구 인천병무지청에서 입영 대상자들이 신체검사를 받고 있는 모습. 뉴스1

현역 구의원이 군복무를 시작하면서 겸직 논란이 일고 있다. 사진은 1일 인천시 미추홀구 인천병무지청에서 입영 대상자들이 신체검사를 받고 있는 모습. 뉴스1

영화 ‘화씨 9/11’(2004)로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거머쥔 다큐멘터리 감독 마이클 무어는 고등학생 때 해당 지역 교육위원에 당선된 적이 있다. 그는 선거규정상 자신의 나이가 출마 적격임을 확인한 후 자기 학교 교장·교감을 해임하겠다는 공약을 내걸고 최연소 교육위원이 됐다. 그는 교육위원이 된 자신에게 학교 선생님들이 ‘미스터 무어’라고 깍듯이 존칭했다는 경험을 털어놓기도 했다.

□ 30세 현직 구의원이 군복무를 시작한 일은 이보다 훨씬 복잡한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서울 강서구의회 김민석 의원이 24일 양천구 시설관리공단에서 대체복무를 시작했는데, 법적으로 겸직이 가능하냐는 논란이다. 김 의원은 업무기관장(공단)의 허가를 받았기에 문제가 없고 이해충돌 소지도 없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병무청은 군복무 중 선출직 공무원 겸직은 불가하다는 입장이다. 공익근무요원은 정치활동도 금지돼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27일 구정 공백 문제를 지적하며 “구민들을 기만한 행태”라고 비판했다.

□ 출마단계에서 국민의힘이 걸러내지 못한 점이 문제지만 더 근본적인 건 청년들의 정치 참여를 강조하면서 법제도 정비가 뒤따르지 않았던 것이다. 국회의원과 광역·기초의원 피선거권이 만 18세로 낮아지면서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일이었는데 후속 대책이 없었다. 김 의원은 만 30세가 돼 더 이상 군복무를 미룰 수 없는 상황이다. 예외적으로 추가 연기를 허용하거나 출마자격을 적시하는 등 법 정비가 시급하다.

□ 2021년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은 출산 후 휴가를 쓰지 못하고 재택근무로 버텼다. 국회의원에게 출산휴가를 법으로 보장하지 않기 때문이다. 시각장애인 김예지 국민의힘 의원이 당선됐을 땐 국회 본회의장에 안내견 출입이 안 된다는 사실이 밝혀져 다급히 국회 사무처가 출입을 허용했다. 국민을 대표하는 의회에는 군복무, 출산, 그 이상의 전례 없던 일들이 일어날 것이고 일어나야 한다. 그동안 의회에 다양성이 부족했다는 사실이 진짜 문제였을 뿐이다.

김희원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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