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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년 찬반 논란 끝에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사실상 허가....국립공원 난개발 우려도

입력
2023.02.27 19:00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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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부 환경영향평가 '조건부 동의'
1997년 덕유산 이후 첫 국립공원 케이블카 허가
'공사 후 사후관리 유명무실' 지적도

강원도와 양양군이 제시한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노선. 환경부 제공

강원도와 양양군이 제시한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노선. 환경부 제공

수십 년간 찬반 논란이 이어졌던 설악산 국립공원의 오색케이블카 설치 사업이 사실상 허가됐다. 정부가 국내 최상위 보전지역인 국립공원에 케이블카 사업을 허가한 것은 1989년 전북 덕유산 곤돌라(1997년부터 운영) 이후 34년 만이다. 다만 이번 사업허가가 전문기관들의 반대의견 속에 결정돼 환경파괴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환경부 원주지방환경청은 27일 설악산국립공원 오색삭도(케이블카) 설치사업 환경영향평가서에 대해 '조건부 협의(조건부 동의)' 의견을 강원 양양군에 통보했다고 밝혔다. 조건부 협의는 사실상 사업 허가나 다름없다. 행정안전부의 지방재정투자사업 심사 등이 남아 있지만 환경부의 조건부 협의로 최종 관문을 통과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진태 강원지사는 "후속 절차를 최대한 신속히 밟아 연내 착공하겠다"고 밝혔다.

오색케이블카는 강원 양양군 설악산국립공원의 오색지구와 대청봉 옆 끝청 하단까지 연결하는 길이 3.3㎞의 노선이다. 사업이 시행되면 상·하부 정류장과 중간지주 6개소가 설치된다.

사업 논의는 1980년대부터 시작됐지만 국립공원을 활용해 지역경제를 활성화해야 한다는 쪽과 국립공원 내 생태 훼손을 우려해 반대한 환경단체의 찬반 논란이 이어져왔다. 환경부도 2019년 첫 환경영향평가에서는 '부동의' 의견을 냈었다. 사업예정지가 극상림·아고산대 식물군락 및 멸종위기종 서식지로 입지가 적정하지 않고 사업시행 시 악영향이 우려된다는 이유였다.

그러나 환경부는 4년 만에 의견을 뒤집었다. 중앙행정심판위원회가 양양군이 낸 '부동의 처분 취소 심판' 청구를 인용하면서 재보완 평가를 한 데 따른 것이다. 양양군은 지난해 12월 '상부정류장 위치를 해발고도 1,480m에서 1,430m로 하향 조정해 탐방로와의 이격거리를 확보'하는 등의 방안을 제시했고, 환경부는 이에 "환경영향 저감방안 등이 제시됐다"는 이유로 조건부 동의를 결정했다.

강원 양양군이 추진 중인 설악산 오색케이블카를 반대하는 환경·시민단체 회원들이 지난 2일 원주지방환경청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원주=연합뉴스

강원 양양군이 추진 중인 설악산 오색케이블카를 반대하는 환경·시민단체 회원들이 지난 2일 원주지방환경청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원주=연합뉴스

하지만 이번 검토과정에서 전문기관들이 모두 부정적 입장을 밝혔음에도 환경부가 사업을 허가한 점은 계속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국책연구기관인 한국환경연구원은 "양양군이 제시한 대책으로는 산양 서식과 법정보호 희귀 동식물 이식 및 보존, 백두대간 내 핵심구역 지형 훼손에 부정적인 영향을 저감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을 냈었다. 국립생태원 등도 "식생 훼손 및 법정보호종 관련 공해 저감 대책이 미흡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환경부는 "동의 조건이 잘 이행되도록 사후관리를 하겠다"는 입장이다. 환경부가 제시한 조건은 △산양 등 법정보호종 영향 저감 대책 수립 △법정보호식물 추가 현지조사 △상부정류장 규모 축소 △풍속·적설 등을 고려한 강화된 설계기준 적용 등이다. 통상 3년인 사후환경영향평가 기간도 5년으로 확대하겠다는 설명이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이 같은 대책에 의문을 표시했다. 홍석환 부산대 조경학과 교수는 "공사가 진행된 뒤 사후영향조사를 한다는 건 이미 훼손된 자연을 확인하는 수준이나 다름없다"며 "일단 공사가 시작되면 회복에는 수백 년이 걸릴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허가로 다른 국립공원의 케이블카 사업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지리산 국립공원에 케이블카와 산악열차, 북한산·속리산·소백산·무등산 등에 케이블카 설치가 추진되고 있다.

오색케이블카 설치 지역처럼 국립공원이자 유네스코 생물권 보전지역, 백두대간 보호구역 등으로 지정된 곳도 환경영향평가를 통과한 만큼 다른 지역의 개발 허가는 더욱 쉬워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설악산국립공원지키기국민행동 등 환경단체들은 "설악산을 시작으로 전국 국립공원 개발의 빗장이 열릴 것"이라고 비판했다.

신혜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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