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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증에 성패 달린 소형 원자로…국내 기업들 "해외 선도 기업과 협력이 현실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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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최근 발표한 '신성장 4.0 전략'에 차세대 소형 원자로 기술 개발 추진 방침이 담기면서 에너지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원자력발전소 규모를 확 줄여 안전성을 높이고 지속가능성을 확보한다는 소형 원자로(SMR)는 업계 핫이슈로 떠올랐지만 현재로선 상용화 성공 여부가 불확실하다. 관건은 실증이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다양한 SMR 유형 중 만약 실증에 성공한 게 나온다면 시장을 평정할 가능성이 높다. 실증을 위해선 부지 확보와 주민 수용성이란 벽을 넘어야 한다. 국내 기업들이 일찌감치 해외 선도기업과의 협업으로 눈을 돌리고 있는 이유다.
SMR은 경수로(냉각재로 물을 쓰는 원자로)와 경수로가 아닌 차세대 유형으로 나뉜다. 지난달 출범한 범부처 '혁신형 SMR 기술개발사업단'은 6년 동안 약 4,000억 원을 들여 경수로형 SMR을 설계한다. 주요 기기를 한 용기 안에 몰아넣어 규모를 줄이되, 국내 대다수 원전과 비슷한 원리를 적용하는 것이다. 인허가를 받기 쉽고 자연적으로 냉각할 수 있어 안전성을 높일 수 있다고 사업단은 설명한다. 미국 SMR 기업 뉴스케일파워도 경수로형을 만든다.
차세대 SMR은 냉각재로 물 대신 소듐(소듐냉각고속로), 액체 혼합물(용융염원자로), 헬륨(고온가스로) 등을 쓴다. 사용후핵연료(가동 후 남는 고준위 방사성폐기물)가 덜 나오거나 중대 사고 위험을 크게 줄이거나 열을 많이 내는 등 각기 다른 특성을 갖는다. 김한곤 혁신형 SMR 기술개발사업단장은 "10~20년은 경수로형 SMR을 주력으로 하고 차세대 SMR은 그 이후를 바라보고 개발하는 일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런데 해외 선도기업들이 내놓은 실증 완료 예상 시점은 경수로형이나 차세대 SMR 모두 2028~2030년으로 비슷하다. 우리보다 한참 앞선다. 실증에 먼저 성공하는 쪽이 시장을 독차지하고 기술 표준을 이끌 가능성이 높은 터라 기업들은 국산 기술을 기다릴 여유가 없다. 점점 거세지는 탄소중립 요구에 부응하려면 재생에너지만으론 한계가 있으니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SMR에 '베팅'을 해봐야 하는 처지다.
SK㈜와 SK이노베이션은 소듐냉각고속로를 개발 중인 미국 테라파워에 약 3,000억 원을 투자했다. 소듐냉각고속로는 사용후핵연료가 경수로 유형보다 최대 10분의 1 수준까지 적게 나온다는데 기대를 걸고 있다. 두산에너빌리티와 현대엔지니어링은 고온가스로를 만드는 미국 엑스에너지, USNC에 각각 투자하고 기자재도 공급하기로 했다. USNC는 캐나다에 SMR을 지을 예정이다. 기업들은 기왕 투자하는 거 경수로형보다 신기술이 더 들어가는 차세대 SMR을 선택하는 추세다.
소듐냉각고속로와 고온가스로 기술은 한국원자력연구원도 보유하고 있다. 그런데도 기업들이 해외로 눈을 돌린 이유가 바로 실증의 어려움 때문이다. 상업화 전에 원자로를 실제로 지어 시범 운영해 보려면 부지가 필요하다. 미국이나 캐나다는 넓은 국토 덕에 부지 확보가 비교적 쉽지만 우리 사정은 다르다. 임채영 원자력연 미래전략본부장은 "미국은 개발과 건설을 동시에 하지만 우리는 언제 어디서 실증이 가능할지 모르니 기업이 뛰어들기엔 불확실성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과거 원자력연이 개발한 초기 SMR 모델인 '스마트(SMART)'가 실증을 못해 설계에 머무른 것도 기업들의 선택에 영향을 미쳤다. 원자력연도 스마트 실증을 국내 아닌 캐나다에서 해보려고 타진 중이다. 이를 논의하기 위해 캐나다 앨버타주 관계자들이 이번 주 원자력연을 방문한다.
해외와 파트너십을 맺은 기업들의 목표는 실증 초기에 공급망의 일원이 될 기회를 확보하는 것이다. 제약업계가 신약을 직접 개발하려면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드니 좋은 기술을 가진 외국 업체와의 협업을 선택해 리스크를 낮추는 것과 비슷한 전략인 셈이다. 한 에너지기업 관계자는 "제약 분야와 달리 원자력은 한두 개 기술이 시장을 압도하기 때문에 선점이 훨씬 더 중요하다"며 "기존 원전 생태계의 공급망을 담당해 온 국내 기업들이 해외 SMR 시장 진출에도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정부의 지원과 독려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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