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이슈에서도 주목받은 위스콘신 대법관 선거
'잭슨 민주주의' 영향으로 주 대법도 선거로 구성
전체 주의 80% 이상이 편파적인 주 대법으로 구성
지난주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전격 방문 등 세계적 이벤트들이 있었다. 그런데, 이 와중에 미국 내에서 주목을 받은 일도 있었다. 지난 21일의 위스콘신주 대법관 예비선거가 그것이다.
4월 본선거를 앞두고 4명의 후보를 2명으로 줄이는 선거였는데, 보수와 진보 성향의 후보가 각각 2명씩 출마해서 각각 1명씩 본선에 진출했다. 800만 달러(약 100억 원)가 훌쩍 넘는 선거자금이 쓰이면서, 전국적인 언론의 큰 관심도 받았다. 보수 성향의 현 대법관이 은퇴하면서 생긴 공석을 4월 본선거에서 진보 성향 후보가 채우게 되면 위스콘신주 대법원이 보수에서 진보 우위로 바뀌기 때문이다. 특히 임신중지를 금지하는 법안을 공화당 주의회가 통과시키려고 하는데, 진보 진영은 위헌소송을 통해 주 대법원에서 무산시킬 수 있게 된다.
여기서 잠깐… 그렇다, 대법관을 '임명'하는 것이 아니라 '선거'로 뽑는 것이다. 더구나 이념이 이번 대법관 선거에서 제일 중요하다. 모든 판사가 선거와 전혀 상관없는 한국의 상황을 생각하면, 언뜻 이해하기 힘들다. 하지만, 연방 대법원과는 또 다른 미국의 주 대법원은 미국 사법 시스템의 중요한 축이다.
미국의 50개 주는 모두 각각의 주 대법원이 있으며, 하급법원 결과에 불복하고 항소하는 케이스만 맡는다는 점에서 여느 대법원과 유사하다. 하지만, 연방헌법이 연방법원의 소관범위를 매우 좁게 정해놓았기 때문에, 실생활과 연관되는 절대다수의 소송은 주 법원이 담당하고, 이 때문에 최상급 법원인 주 대법원은 매우 중요하다.
건국 초반에는 주 대법관들을 주지사나 주의회에서 임명했다. 1832년 미시시피주에서 처음 선거를 도입했고, 남북전쟁 직전인 1861년 무렵에는 총 34개 중 24개 주에서 대법관을 선거로 뽑게 되었다. 또, 이후 편입된 16개 주 중 15개도 대법관 선거제도를 채택했다. 가장 큰 이유는 "법원이 일반 국민의 의견을 반영해야 한다"는 앤드루 잭슨 대통령(1829~1837년 재임)의 주장에 국민들 대다수가 동의했기 때문이다. 당시 백인 남성 모두에게 참정권을 확대하는 등 잭슨 민주주의(Jacksonian Democracy)가 유행했는데, 한국에도 많이 알려진 배심원제(법조인이 아니라 일반 시민이 범죄의 사실 여부를 판단하는 제도)가 이때 크게 강화되기도 했다.
하지만, 여느 선거와 마찬가지로 정당이 개입하게 되면서 부작용도 생겼다. 이에 1873년 일리노이주에서는 투표용지에서 소속 정당을 빼는 비당파적 선거를 처음 도입했고, 1940년 미주리주에서는 대법관을 주지사가 먼저 임명한 이후 일정 시간이 지나면 선거를 통해 승인하는 일명 '미주리 플랜(Missouri Plan)'을 채택했다. 현재는 미주리 플랜이 가장 널리 사용되고(14개 주), 비당파적 선거(13개 주)와 주지사 임명(13개 주)이 그 뒤를 잇는다. 물론 당파적 선거(8개 주)와 주의회 임명(2명)도 이용되고 있다.
어떤 형태이든 선거로 대법관을 선출하는 주가 35개(70%)나 되는데, 그 결과 주 대법원의 이념 성향이 한쪽으로 편향되고 있는 것이 문제다. 대법관의 이념을 드러내 놓고 밝히지 못하는 6개 주를 제외하면, 대법원 구성이 편파적인 주가 무려 37개(84%)나 된다. 특히, 주지사가 임명한 후 선거를 치르는 경우는 92.9%(13개 주), 선거로 바로 뽑는 경우는 82.4%(14개 주)이다. 예를 들어 애리조나주의 경우, 진보 성향의 대법관은 한 명도 없고 7명 모두가 보수 성향이다. 플로리다도 비슷해서 7명의 대법관 모두 보수이고, 조지아는 진보-보수가 1대 8, 노스캐롤라이나는 2대 5이다. 이들 모두 매 선거 때 민주, 공화 양당이 각축전을 벌이고 있는 경합주인데도 주 대법원은 전혀 밸런스가 유지되고 있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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