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은행 만난 이복현, 시중은행 겨냥 ‘메기’ 역할 주문

네이버파이낸셜 등 핀테크기업도 참석
"금감원, 시장 경쟁 촉진에 노력하겠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23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에서 열린 상생금융 확대를 위한 금융소비자·전문가 현장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제공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27일 인터넷전문은행과 핀테크 업계에 시중은행 과점 체계를 깰 수 있는 '혁신 촉진자' 역할을 당부했다. 이자 수익에 의존하는 은행권에 강력한 자극을 줄 수 있는 '메기' 역할을 해 달라는 주문이다.

이 원장은 이날 경기 판교테크노밸리 카카오뱅크 사옥을 방문해 인터넷전문은행 및 핀테크 업계의 금융상품 및 서비스 혁신사례와 사업의 애로사항 등을 청취하고 이같이 강조했다. 이 자리엔 인터넷전문은행 3사(카카오뱅크·케이뱅크·토스뱅크) 대표와 네이버파이낸셜 등 핀테크 기업 대표들이 참석했다.

이 원장은 인터넷전문은행과 핀테크 기업에 '책임 있는 금융혁신'을 거듭 강조했다. 최근 과도한 이자 수익과 성과급 잔치에 대한 비판이 고조되는 은행권의 과점 체제를 무너뜨리고 금리 경쟁을 유도하기 위해서는 인터넷전문은행과 핀테크 기업의 '메기 효과'가 필요하다는 판단이다. 다만 이들 기업들이 당초 시장의 기대와 달리, 중금리 대출 등 소비자 편익 확대에 소극적이었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이 원장은 "책임 있는 금융 혁신을 통해 은행산업의 건전한 경쟁과 금융소비자의 편익 제고를 위한 혁신 촉진자로 자리매김을 해 달라"고 말했다.

소규모 특화은행 도입 등 금융당국발 경쟁 확대도 예고했다. 이 원장은 "디지털 소외계층에 대한 포용, 사이버·보안리스크 관리 등 양적 성장에 맞는 내부통제 및 인프라 구축에 힘써달라"며 "금감원도 인터넷전문은행과 핀테크기업이 은행 산업의 경쟁을 촉진하는 '혁신 가속기(액셀러레이터)'로 자리를 잡을 수 있도록 다각적 노력을 지속하겠다"고 밝혔다.

이후 이 원장은 취재진과 만나 "(증권사 등) 타 업권이 은행업에 들어온다면 적어도 건전성 규제 등 은행이 받고 있는 규제의 틀에 동참해야 한다"면서도 "(은행업과 타 업권 간) 지나친 기계적 기준으로 경쟁에 제한적인 요소가 있다면, 이에 대해서는 논의가 가능하지 않을까 싶다"고 밝혔다.

강진구 기자 realnine@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