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닷' 키우는 유영상 SKT 사장 "챗GPT 시들해져도 AI는 사라지진 않을 것"

MWC 개막 앞두고 'AI 컴퍼니' 비전 5개 영역으로 구체화
"AI 전문 기업에 투자·협업으로 'K-AI 얼라이언스' 구성"

유영상 SK텔레콤 사장이 26일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AI를 모든 곳에(AI to Everywhere)'라는 제목으로 AI 기업 전환의 구체적인 계획을 소개하고 있다. SK텔레콤 제공

유영상 SK텔레콤 사장이 정보통신기술(ICT) 전시회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3'을 앞두고 인공지능(AI) 기업으로서 SK텔레콤의 목표를 구체화했다. AI 분야의 다양한 파트너 기업에 투자하고 협업하면서 'K-AI 얼라이언스'를 만들겠다는 계획도 알렸다.

26일(현지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기자간담회를 연 유 사장은 'AI를 모든 곳에(AI to everywhere)'라는 이름으로 AI 혁신이 이뤄지는 영역을 크게 다섯 가지로 나누고, SK텔레콤는 어떻게 모든 AI 서비스를 구현할 것인지 계획을 내놨다. 유 사장은 "SK텔레콤 AI 역량을 고객의 일상에 구현하고 최종적으론 모든 고객이 AI를 누릴 수 있는 세상을 만드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유 사장이 제시한 혁신 영역은 ▲초대형 언어 모델(LLM) 챗봇 '에이닷'을 통한 사람과 AI 기술의 거리 좁히기 ▲모빌리티 등에 AI 기술을 적용해 새로운 시공간 창조 ▲파트너사를 통해 다양한 산업과 AI의 접목 ▲이동통신 등 기존 SK텔레콤 사업 영역의 AI 적용 ▲ESG(환경·사회·지배구조) 등 사회공헌 영역의 AI 적용이다.

특히 '챗GPT 한국어판'이라 할 수 있는 에이닷의 수준을 높이는 데 집중해 지식 데이터를 제공하는 '지식 대화'와 대화로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감성 대화'가 가능하도록 준비 중이다.

SK텔레콤은 이와 함께 한국 또는 한국계 AI 기술 기업 다수와 협력 관계를 맺었다고 공개하면서 이들을 'K-AI 얼라이언스'의 파트너로 소개했다. AI 기술을 특정 기업이 독점하지 않고 함께 만들어나가야 한다는 취지다. 유 사장은 "K-AI 얼라이언스에 대한 욕심이 있다"면서 "한국의 AI 잘하는 분들 절반 이상을 한자리에 모으고 싶다"고 밝혔다.

"챗GPT 유행 시들어도 AI는 시들지 않을 것"

SK텔레콤 주도 'K-AI 얼라이언스'에 참여한 기업 대표들이 26일 기자간담회에 참석했다. 왼쪽부터 팬텀AI 조형기 대표, 사피온 류수정 대표, 베스핀글로벌 이한주 대표, SK텔레콤 유영상 사장, 몰로코 안익진 대표, 코난테크놀로지 양승현 CTO, 스윗 이주환 대표, 투아트 조수원 대표. SK텔레콤 제공

유 사장은 지난해 11월 'AI 컴퍼니 전환'을 선포하면서 AI를 SK텔레콤의 미래 먹거리로 꼽았다. 생성 AI '챗GPT'가 공개된 것은 12월, AI가 '대세 아이템'이 된 것은 1월이다. 유 사장으로서는 약 3개월 만에 선택이 옳았음이 증명된 셈. 그는 이날 "AI컴퍼니 전환을 선언한 직후에는 망망대해에 돛단배를 띄운 느낌이었는데 지금은 순풍이 불고 있다"고 했다.

챗GPT가 한때의 유행에 그칠 수 있지 않겠느냐는 지적에 그는 "AI의 잠재력은 인터넷이나 모바일에 견줄 만하다"며 "챗GPT가 시들해져도 AI가 사라지진 않을 것"이라며 회사의 방향성에 확신을 드러냈다.

한편 유 사장은 최근 윤석열 정부의 통신 요금제 다양화를 목표로 한 압박이 이어지는 것을 두고 "최대한 정부와 협의해 요금제를 개편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원칙적으로 답했다.

'MWC 23'의 화두로 떠오른 인터넷 콘텐츠 공급 기업의 망 이용 대가 지불 논의에 대해선 "인터넷 서비스 공급자와 콘텐츠 공급자 간에 어떠한 역할 분담을 해야 하는지 힘의 논리가 아닌 공정성의 논리로 접근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바르셀로나=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