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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국' '총경 학살' '정순신'… '경찰 장악' 논란에 분노와 허탈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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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천하로 끝났네요."
국가수사본부장(국수본부장)에 임명됐다 물러난 정순신(57) 변호사에 대해 경찰의 한 총경급 간부는 26일 이렇게 비꼬았다. 검찰 출신 국수본부장을 앉혀 경찰 수사를 통제하려던 시도가 하루 만에 무위로 돌아갔다는 의미였다.
정 변호사의 아들 학교폭력(학폭) 문제가 불거지면서 잠잠하던 경찰 조직이 다시 들끓고 있다. 정권 초기 경찰국 신설과 이를 반대한 총경급 간부에 대한 대규모 좌천 인사에 이어, 검찰 출신 국수본부장 임명을 막지 못한 채 손 놓고 있다가 낙마 사태까지 초래되자 경찰 지휘부에 대한 불신이 날로 커지고 있다.
경찰 내부에선 지난해 말부터 "차기 국수본부장에 검찰 출신이 올 수 있다"는 얘기가 파다했다. 검·경 수사권 조정과 대공수사권 이관에 따른 '공룡 경찰'을 통제해야 한다는 현 정부의 방침이 강했기 때문이다. 경찰법상 국수본부장은 경찰청장의 개별 수사 지휘를 받지 않는 독립된 수사 총괄 책임자다.
실제로 정 변호사가 지난달 초 국수본부장 공모에 지원한 사실이 알려지자 경찰 내부 여론은 더 싸늘해졌다. 윤석열 대통령 측근으로 알려진 정 변호사가 과연 경찰 수사의 독립성을 지킬 수 있겠느냐는 우려 때문이었다. 한 경찰 관계자는 "국가기관 요직을 검사들이 싹쓸이한 상황에서 국수본부장 자리까지 검찰 출신으로 앉히지는 않을 것으로 기대했는데, 보기 좋게 예상이 빗나갔다"고 전했다.
일각에선 '체급'이 맞지 않는다는 비판도 나온다. 한 총경급 간부는 "수사를 총괄하는 국수본부장에 부장검사급이 오는 걸 두고 모욕적이란 얘기가 많았다"며 "현 정권이 경찰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단적으로 보여준다"고 일갈했다.
정권 초기부터 경찰 조직은 바람 잘 날이 없었다. 윤 대통령 '복심'으로 불리는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지난해 8월 경찰 내 다수의 반대를 무릅쓰고 행안부 내에 경찰국을 신설했다. 이에 경찰 인사권과 징계권을 장악하려는 시도라며 거센 반발이 일었다. 특히 경찰국 신설에 반대하는 총경회의 참석자 50여 명이 이달 초 정기인사에서 시도경찰청 112상황실이나 경찰교육기관 등 '한직'으로 대거 밀려나면서 논란이 일기도 했다. 경찰 내 검·경 수사권 조정 업무를 맡았던 수사구조개혁팀도 폐지 수순에 들어가면서, 경찰 구성원들의 불만은 더욱 커졌다.
경찰 주변에선 검찰 출신 국수본부장 임명을 두고 정권 차원의 경찰 장악 시나리오의 마침표라는 얘기까지 나왔지만, 아들 학폭 문제로 일단 제동이 걸렸다. 한 경정급 간부는 "국수본부장 낙마 사태를 보며 기뻐해야 하는 현 상황이 반갑지만은 않다"며 "검사 출신이 재차 오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지 않느냐"고 했다.
경찰 수뇌부는 국수본부장 공석 사태에 내부 불만까지 잠재워야 하는 난처한 상황에 놓였다. 경찰은 후임 국수본부장 추천 절차에 착수했지만 외부 인사 영입을 위한 '재공모'에 들어갈지 또는 내부 인사를 임명할지조차 정하지 못했다. 경찰청은 "법령 검토와 관계부처 의견 청취 등이 필요해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원론적 입장만 밝혔다.
경찰 내부에선 윤희근 경찰청장 '책임론’도 분출하고 있다. 이날 지방의 한 경찰관은 경찰 내부망에 실명으로 "정순신을 추천하신 윤희근 청장님은 평소 어떠한 소신을 갖고 있는지 참 궁금하다”는 글을 올렸다. 한 일선 경찰관은 "윤 청장 취임 후 1년도 지나지 않아 조직이 쑥대밭이 됐다"며 "경찰 수장으로서 자존심도 없느냐. 이 정도면 물러나는 게 도리"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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