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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세 지붕 수리공' '도살장 청소'… 노동 착취 내몰린 미국 이주아동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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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정에도 불빛이 환한 미국 미시간주(州) 그랜드래피즈의 한 공장 내부. 중남미 과테말라에서 온 15세 소녀 캐롤라이나 요크의 손이 바삐 움직인다. 세계 최대 식품업체인 네슬레의 시리얼 '치리오스' 봉지를 컨베이어벨트 위 노란색 상자 안에 넣는 게 그의 일이다. 주변은 얼굴에 솜털이 보송보송한 미성년자들로 가득하다. 낮엔 학교에 가고, 밤에는 공장에서 일해 번 돈을 본국에 송금하는 중남미 출신 10대들이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중남미 출신 빈곤 아동들의 미국 이주가 크게 늘었다. 이들 대부분은 성인들도 꺼리는 '급여는 낮고, 고된 일'에 내몰린다. 엄연한 아동노동법 위반이자 노동 착취지만, 미국 사회는 '불편한 진실'에 눈감고 있다. "어느새 새로운 착취 경제의 일부가 됐다"는 게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의 진단이다.
NYT는 미국 내 20개 주에서 일하는 이주 아동 노동자 100명 이상을 면담 조사한 아동노동 착취 실태를 2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19세기 산업혁명 당시 영국이나 세계 최빈국 방글라데시 등의 무자비한 아동노동을 방불케 할 만큼, 이들의 현실은 참혹했다.
예컨대 플로리다주에선 12세 소년이 지붕 수리공으로 나서고 있다. 버지니아주에선 13세 소녀가 호텔 침구를 빤다. 건설 일용직과 도살장 청소, 상업용 제빵에 나선 어린이도 부지기수다. 모두 위험한 기계 위에 몸을 구부리고 밤늦도록 일한다.
아동노동 착취는 대기업에서도 광범위하게 자행됐다. 세계 최대 육류 가공업체 JBS부터 완성차 업체 포드·제네럴모터스, 월마트, 미셸 오바마가 즐겨 입던 의류 브랜드 제이크루, 아이스크림 업체 벤앤제리스 등에 이르기까지, '오명'에서 자유로운 기업이 별로 없을 정도다. NYT는 "고되고 보수가 낮아 만성적으로 인력이 부족한 일자리들"이라며 "(싼값에 부려 먹을 수 있는) 아동 노동의 증가는 글로벌 기업에 이익이 된다"고 지적했다.
노동 환경도 위험하고 열악하다. 후안 마우리시오 오르티스(15)는 집수리 회사에서 일한 첫날 15m 높이 지붕 위에서 추락해 숨졌다. 오스카 남보 도미니게스(16)도 애틀랜타의 건설 현장에서 목재에 깔려 사망했다. 일하다 죽거나 다치는 일이 비일비재한데도 대부분 집계조차 되지 않는다고 NYT는 전했다.
공부는 '사치'에 불과했다. 캐롤라이나와 유니언고교 동급생인 한 이주 청소년(15)은 상업용 세탁소에서 야간근무를 했는데, 과로로 수업 도중 기절을 해 두 번이나 입원했다. 그러나 일을 그만둘 수 없어 결국 학교를 관뒀다. 이주 아동의 3분의 2는 풀타임 노동을 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주 아동은 가장 밑바닥에 있는 노동자다. 아무런 보호막도 없이 외국 땅에 던져졌기 때문이다. 대부분은 홀로 미국에 입국한 어린이로, 중남미 출신이 많다. 보호자 없이 혼자서 미 남부 국경을 넘은 아동은 지난해 13만 명에 달한다. 5년 전보다 3배나 늘어난 수치다.
코로나19로 심화한 빈곤이 부채질한 결과다. 미 정부는 어른 없이 혼자 국경에 도착한 아동이라도 미국에 친척 등 후원자의 주소와 전화번호만 있으면 입국을 허용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아동 이주 급증으로 이들을 관리하는 시스템에도 구멍이 뚫렸다. NYT에 따르면 미 보건복지부(HHS)는 이주 아동의 3분의 1과는 연락조차 닿지 않고 있다.
미국의 이주 아동 노동 착취는 이제 공공연한 비밀이 됐다. 미 당국뿐 아니라 이들이 살고 있는 지역사회, 기업, 학교에서의 '의도적인 모르쇠, 연쇄적 공모의 귀결'이다. 릭 앙스트먼 유니언고 교사는 "새로운 형태의 아동 노동 착취"라며 "다른 나라에서 아이들을 데려와 거의 '계약된 노예' 상태로 만들고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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