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학폭' 정순신, 전격 사의에 경찰청 "이런 상황 처음" 당혹

"후임은 시간 두고 고민, 재공모·내부 선발 모두 가능"
인사 검증 실패 비판엔 "후임자 추천 시 철저히 검증"

경찰 수사를 총괄하는 국가수사본부장(국수본부장)에 임명됐던 정순신(57) 변호사의 갑작스런 사의 표명으로 경찰이 어수선하다. 24일 서울 서대문구 국수본에서 관계자들이 오가고 있다. 뉴스1

경찰 수사를 총괄하는 국가수사본부장(국수본부장)에 임명됐던 정순신(57) 변호사가 아들의 학교폭력 문제로 하루 만에 사퇴하자 경찰도 크게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일단 경찰청은 후임 국수본부장에 대해선 시간을 두고 고민해보겠다는 방침이다.

경찰청은 25일 정순신 변호사의 사의 표명 직후 "대통령 임명을 받고 임기는 내일(26일)부터인데 이렇게 된 상황은 처음"이라며 "인사혁신처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고 공식 입장을 밝혔다.

앞서 정 변호사는 이날 "아들 문제로 국민들이 걱정하시는 상황이 생겼고 이러한 흠결을 가지고서는 국수본부장이라는 중책을 수행할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다"며 "국수본부장 지원을 철회한다"고 밝혔다. 그는 전날 윤석열 대통령에 의해 정식 임명됐으나 아직 임기를 시작하지 않아 국수본부장 공모 지원을 철회하는 방식으로 사의를 전했다.

워낙 갑작스런 일이라 후임 국수본부장 인선 관련해서 아직 결정된 게 없는 상황이다. 경찰청은 "법적으로 재공모를 해도 되고 내부 선발을 해도 된다"고만 설명했다. 다만 재공모든, 내부 선발이든 후임 국수본부장 임명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김병우 국수본 수사기획조정관(치안감)이 국수본부장 대행을 맡아 수사 지휘체계에 공백이 없도록 하겠다는 게 경찰청의 복안이다.

아들의 학폭 문제가 걸러지지 못한 인사 검증 과정에 대해선 경찰청은 "본인 일이 아니고 자녀 관련 사생활이어서 검증 과정에서 파악하기에 한계가 있었다"며 "충분히 알아보지 못하고 추천한 것에 대해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몸을 낮췄다. 그러면서 "후임자 추천 시에는 이런 점까지 고려해 더욱 철저히 검증하겠다"고 했다.

이날 정 변호사의 아들이 고등학교 재학 시절 동급생에게 지속적으로 언어폭력을 행사했다가 전학 처분을 받은 사실이 알려져 여론이 급속도록 악화했다. 2017년 한 유명 자립형사립고에 다니던 정 변호사의 아들은 기숙사 같은 방에서 생활하던 동급생에게 8개월에 걸쳐 언어폭력을 가해 이듬해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의 재심과 재재심을 거쳐 전학 처분을 받았다. 정 변호사 측은 '전학 처분이 지나치다'며 소송을 했지만, 법원은 "학교의 조치가 부당하지 않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박준석 기자 pjs@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