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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흙탕 SM사태, 부조리 털어내 K팝 도약 계기 돼야

입력
2023.02.25 04:30
23면

블라인드 선곡, 콘텐츠 위원회 운영 등 긍정적 변화 주목

20일 오후 서울 성동구 SM엔터테인먼트 본사 전광판에 이 회사 소속 아티스트들의 광고가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20일 오후 서울 성동구 SM엔터테인먼트 본사 전광판에 이 회사 소속 아티스트들의 광고가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SM엔터테인먼트 1대 주주로 올라선 하이브가 SM과 카카오가 맺은 사업협력계약이 SM의 주주가치를 훼손하고 SM 아티스트의 권리를 제약한다며 민·형사상 모든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고 24일 밝혔다. 현 SM 경영진과 카카오, SM 창업자인 이수만 전 총괄프로듀서와 하이브 간 경영권 분쟁이 폭로전을 넘어 법적 다툼으로 번지며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번 사태가 세계 곳곳에서 한류 열풍을 이끌고 있는 K팝의 경쟁력을 떨어뜨릴까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SM 경영권 분쟁은 이 전 총괄의 개인 회사인 라이크기획이 SM 소속 아티스트에 대한 자문이나 프로듀싱 참여 명목으로 과도하게 수익을 챙겨간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촉발됐다. 경영 전반과 공연기획, 음반제작 과정, 심지어 가사에까지 이 전 총괄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등 ‘황제 권력’에 대한 폭로가 잇따랐고 카카오, BTS 소속사 하이브까지 참전하며 사태가 일파만파 커졌다.

K팝은 ‘코리아’ 브랜드를 세계 시장에 각인시키며 문화콘텐츠 산업의 외연 확장은 물론 국격 향상에도 크게 기여하고 있다. K팝의 눈부신 성장에 1세대 기획자로서 수많은 아티스트를 키워낸 이 전 총괄과 SM의 공이 작지 않다. 하지만 폐쇄적이고 권위적인 경영 방식, 혹독한 훈련 체계, 아티스트와의 불공정 계약 등 K팝의 이면에 ‘그늘’을 드리운 책임도 부인하기 어렵다. 비단 SM만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업계에선 제2, 제3의 SM 사태가 이어질지 모른다는 우려마저 나온다.

블라인드 방식으로 곡을 선택하거나 독립적인 위원회를 꾸려 콘텐츠를 관리하는 일부 기획사들의 최근 움직임은 K팝 시스템의 격변을 예고하고 있다. 특정인이 절대적 영향력을 행사해온 기존 체제에서 벗어나려는 건강한 시도인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SM 경영권을 다투고 있는 양측도 분쟁을 원만히 해결하고, 시대 변화에 발맞춰 누적된 부조리를 털어내기 바란다. 그래서 K팝이 한 단계 도약하는 계기로 만들어야 한다. 전 세계 한류 팬들이 지켜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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