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보

단독

칼로 찌르는 듯한 '편두통', 항CGRP 항체 주사 효과 높아

입력
2023.02.25 06:40
구독

[전문의에게서 듣는다] 이미지 서울대병원 신경과 교수

‘칼로 찌르는 것 같거나, 머리에서 심장이 뛰는 것 같은 편두통이 한 달에 8번 이상 나타난다면 만성 편두통일 수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칼로 찌르는 것 같거나, 머리에서 심장이 뛰는 것 같은 편두통이 한 달에 8번 이상 나타난다면 만성 편두통일 수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두통은 누구나 흔히 겪는 증상이다. 매년 전 세계 인구의 절반 이상(52%)이 두통으로 고통받고, 매일 두통을 호소하는 인구도 15.8%에 이른다. 하지만 두통으로 병원을 찾는 이는 그리 많지 않다.

두통약을 복용하며 그때그때 통증을 가라앉히는 게 보통이다. 그러나 일상생활에 방해가 되는 수준의 편두통(migraine)은 쉽게 무시하면 안 되는 질환이다.

‘칼로 찌르는 것 같다’ ‘머리에서 심장이 뛰는 것 같다’는 등과 같은 심한 두통과 함께 위장관 증상, 즉 ‘체하면 머리가 아프다’ ‘두통이 심하면 메슥거리거나 토한다’ 등이 동반된다. 미리가 아프면 밝은 빛이나 소리, 냄새 등에 예민해진다는 것도 특징이다.

하지만 편두통을 질환으로 인식하지 못할 때가 많아 오랜 기간 고통을 받거나 우울감을 호소한다. 따라서 편두통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

이미지 서울대병원 신경과 교수의 도움말로 편두통 원인ㆍ치료ㆍ예방법 등을 알아본다.

-편두통이란.

“일반적으로 편두통은 한쪽 머리가 아픈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잘못된 정의다. 원인 없이 두통이 발생하는 질환을 ‘1차 두통 질환’이라고 한다. 1차 두통 중 가장 중요한 질환이 편두통이다.

일상생활이나 업무에 불편할 정도로 상당히 심한 두통이 한나절 이상 지속되고 길어도 사흘 안에 스스로 좋아진다면 편두통일 가능성이 높다. 편두통은 심장이 뛰는 듯한 박동성 통증이 특징적이지만, 찌르거나 조이고 욱신거리는 두통으로 나타나는 경우도 흔하다.

편두통이 있을 때는 속이 울렁거리거나 토하는 증상이 나타나고 빛이나 소리에 민감해질 수 있다. 또한 두통이 나타났을 때 움직이기만 해도 머리가 흔들리듯 악화되는 특징이 있어 누워만 있어야 할 때가 많다. 이렇듯 ‘편두통 발작’이 시작되면 일상생활에 상당히 지장을 받게 된다.”

-편두통을 일으키는 뇌 체질은 따로 있나.

“환경과 신체 변화에 민감한 ‘편두통성 뇌’는 따로 있다. 인구의 10~15% 정도가 편두통을 유발하는 뇌를 가지고 태어난다. 이러한 편두통성 뇌는 일반적인 뇌보다 활동성이 높다. 그러나 비정상적인 활동을 하는 것은 아니며, 뇌가 쉬지 않고 생존에 필요한 정보를 수집하고 처리한다. 또한 외부환경과 신체 내부를 감시하면서 변화를 빠르게 감지하고 반응한다.

예컨대 스스로 의식하지 못해도 날씨·계절·기온·습도 등의 변화, 불빛이나 소리, 냄새, 스트레스 상황, 식사ㆍ수면 등 생활 습관이 불규칙해지거나 부족 또는 과잉 상태 등을 빠르게 감지해 뇌 활동이 일어나는 것이다.

다만 이러한 변화를 감지하고 반응하는 것은 과민 반응이 아닌 정상적 생존 반응이다. 그러나 편두통 환자의 경우 모든 신호를 놓치지 않고 감지하고 반응해 내기 때문에 이러한 뇌 활동이 과잉해질 때가 있다.

이렇게 뇌의 지나친 활성이 일어나면 뇌에서 이상 신호가 퍼지고 연쇄적으로 뇌막 혈관과 신경이 복합적으로 활성화되면서 두통이 발생한다.”

-편두통 진단은.

“편두통 진단은 기본적으로 문진(問診)으로 진행한다. 다른 원인의 두통과 감별하기 위해 뇌 영상 검사 등이 필요할 수 있다. 일상생활에 지장을 주는 편두통성 두통이 발생하고 매번 4~72시간 내 완전히 정상으로 돌아오는 경험을 5번 이상 한다면 편두통일 가능성이 높다.

편두통은 보통 전구기-조짐-두통기-후구기 등 4단계로 진행된다. 두통이 시작되기 전 전구 증상과 조짐이 진단에 도움될 때가 많아 이를 잘 살펴야 한다.

전구 증상에는 피로감ㆍ무기력ㆍ집중력 저하ㆍ목덜미 뻣뻣함ㆍ식욕 변화ㆍ예민한 감정 등이 있다. 편두통 발생 2~48시간 전에 주로 발생하고 편두통 환자의 80%에게서 나타난다.

편두통 조짐은 편두통 시작과 동시에 혹은 시작 직전에 발생한다. 시야 일부가 흐려지거나 일렁거리는 시각 조짐, 입술ㆍ손끝 감각이 무뎌지고 저리는 감각 조짐 등이 있다.”

-치료는 어떻게 하나.

“효과적으로 치료하기 위해 급성기 치료와 예방 치료를 병행한다. 급성기 치료는 두통이 시작된 후 두통과 동반 증상을 멈추거나 완화하는 게 목적이다. 일단 편두통이 시작되면 진통 목적의 편두통 급성기 치료제를 신속히 복용하고 쉬면서 더 심해지지 않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

가벼운 편두통은 일반 진통제로도 치료할 수 있지만 중등도 이상 편두통은 확장된 뇌혈관을 수축하는 ‘트립탄(Triptan)계 약물’ 등 전문 치료제를 처방받아야 한다.

최근에는 혈관 수축 작용이 없는 ‘디탄(Ditan)계 약물’이 국내에 출시됐고, ‘게판트(GepantㆍCGRP 대항제)계 약물도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아 미국에서 활발히 쓰이고 있으며 국내에도 조만간 출시될 예정이다.

또한 먹는 약이 아닌 전자약, 즉 의료기기를 통한 신경 조절 치료도 국내에서 가능하다. 이렇게 편두통 관련 많은 치료 옵션이 있어 현재는 다양한 편두통 환자의 필요에 맞춤형 대응이 가능해졌다.

다만 진통 목적의 급성기 약물 사용을 한 달에 10회 이상으로 자주 할 때는 만성편두통, 약물 과용 두통 등 합병증성 두통으로 변형될 수 있기에 주의해야 한다.

두통 빈도가 너무 잦거나 두통 강도가 심해 급성기 약물로 잘 해결되지 않으면 두통 발생 빈도 및 강도를 줄여주는 예방 치료를 병행해야 한다. 예방 치료에는 항우울제ㆍ항뇌전증약ㆍ베타차단제ㆍ칼슘통로차단제 등이 있다.

이러한 약물은 수개월 이상 꾸준히 먹으면서 효과를 지켜봐야 하기에 단기간엔 효과를 느끼지 못할 수 있어 환자 스스로 속단해 약물을 끊을 때가 많다. 따라서 담당 의사와 상의하면서 장기적인 치료를 진행해 예방 치료 성공률을 높이는 것이 좋다.

한편 편두통 중 만성 편두통이라고 하는 특별한 아형(亞形)에는 ‘보톨리눔 독소’를 치료에 사용하기도 한다. 이 독소는 흔히 주름 개선용 주사라고 알려져 있지만, 편두통을 유발하는 근육 및 신경 부위에 보톨리눔 독소를 31군데 이상 주사하면 이 주사 성분이 신경 말단으로 들어가 통증 전달 물질을 차단한다.

최근에는 항CGRP 항체 주사가 개발돼 국내외에서 널리 쓰이고 있다. 이 주사는 부작용이 거의 없고 효과가 탁월해 편두통 치료에 적지 않은 변화를 가져왔다. 기존 예방 치료에 효과를 보지 못한 난치성 편두통에도 효과가 증명돼 중요한 치료법의 하나로 자리 잡았다.”

-편두통 예방을 위한 생활 습관은.

“약물 치료 외 편두통을 예방하기 위한 생활 습관으로는 수면ㆍ기상ㆍ식사ㆍ운동 등이 규칙적인 시간에 이루어지고 좋은 균형을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

또한 카페인이나 강한 시각 자극 등 뇌의 과도한 활성을 일으키는 상황을 피하는 게 좋다. 자신의 편두통 유발 인자가 무엇인지 파악하고 해당 상황을 피한다면 편두통성 두통의 상당 부분을 예방할 수 있다.

편두통성 뇌를 타고난 것은 사실 질병이라기보다는 생존과 성취에 유리한 일종의 체질이다. 다만 편두통으로 인한 두통이 자주 발생해 일상생활에 지장이 있다면 그것은 ‘두통 질환’ 즉 질병이다.”

이미지 서울대병원 신경과 교수

이미지 서울대병원 신경과 교수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댓글 0

0 / 250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 저장이 취소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