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적으로 큰 사이즈, 이타적으로 높인 안전성…시에라 운전 '쉬워라'

입력
2023.02.28 15:00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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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자 주행 편의·다른 차량 안전 돕는 첨단 기능 탑재
주차장에서는 긴장되지만 360도 카메라로 보완
상반기 중 픽업트럭 출시하는 포드와 경쟁할 듯

20일 서울 영등포구 한강 둔치에 나열된 GMC 시에라 드날리. 김형준 기자

20일 서울 영등포구 한강 둔치에 나열된 GMC 시에라 드날리. 김형준 기자


20일 오전 9시쯤. 자전거로 한강 둔치를 달리던 중년 남성이 줄지어 서 있는 초대형 픽업트럭 앞에 멈춰 섰다. 아침 칼바람에도 미디어 시승용으로 도열한 GMC '시에라 드날리'를 꼼꼼히 살펴보던 남성이 관계자는 물론 취재진에게도 차량에 대한 다양한 정보들을 얻어냈다. 시에라 주변을 5분 이상 맴돌던 그의 관찰기는 한마디로 끝났다. "한 대 뽑고 싶다." 중년 남성의 로망을 자극한 차량이란 얘기다.

지금까지 국내에 이런 트럭은 없었다. 높이는 2m에 가깝고(1,950mm), 폭은 2m가 넘는다(2,065mm). 길이는 무려 6m(5,890mm)에 달해 한눈에 봐도 '아무나 덤벼들기 어려운' 몸집이다. '앞은 스포츠유틸리티차(SUV), 뒤는 트럭'의 형태로 드넓은 북미 대륙을 내달리던 시에라가 '교통 지옥' 서울에서도 어렵지 않게 움직일지, 농로나 폭이 좁은 편도 1차로에서는 마주 오는 차량을 어떻게 상대할지, 도로 위에서 운전자는 물론 다른 차량 운전자들의 안전에는 영향을 줄지 궁금했다. 여러 의문을 해소하기 위해 서울 여의도 한강 둔치에서 경기 강화군 석모도까지 약 70㎞ 거리를 왕복해봤다.



운전 10분 만에 몸집 걱정 '쏙'

20일 경기 김포시 일대를 주행 중인 GMC 시에라 드날리. 김포=김형준 기자

20일 경기 김포시 일대를 주행 중인 GMC 시에라 드날리. 김포=김형준 기자


웅장한 차체는 시에라의 가장 큰 특징이자 자랑. 그러나 그동안 경험해보지 못한 낯선 크기는 운전자를 긴장하게 한다. 한강 둔치 주차장 내 회전 구간에서부터 고개를 더 높이 들고 다른 차량과 닿는지 꼼꼼하게 살필 수밖에 없었다. 무사히 주차장을 빠져나온 뒤 올림픽대로에 들어설 때까지는 온몸에 힘이 들어가 있었다. 앞에서 달리는 버스와 비교해도 차 폭이 그리 작아 보이지 않아 자칫 나도 모르게 차로를 침범할 수 있겠다는 걱정도 이어졌다.

그러나 올림픽대로에서 한두 차례 차로를 바꾼 뒤부터는 걱정 대신 재미가 커졌다. 차체가 높아 도로 상황을 파악하기 쉬웠고, 큰 차체에도 자유롭고 편하게 방향을 조정할 수 있었다. 도로 사정에 어느 정도 적응되니 SUV 탈 때와 큰 차이를 못 느꼈다. 다만 주차장에서는 다시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목적지 석모도의 한 카페의 넉넉한 주자장에서는 크게 어렵지 않았지만 김포 시내 한 농협 주차장에서는 주차와 출차에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360도 전후방 카메라가 큰 도움을 줬다.



소형차 안전 위한 룸미러와 햅틱 시트

20일 서울 올림픽대로를 달리는 드날리 시에라 내부의 후방 디스플레이 룸미러. 김형준 기자

20일 서울 올림픽대로를 달리는 드날리 시에라 내부의 후방 디스플레이 룸미러. 김형준 기자


20일 경기 김포시 한 농협에서 1톤 트럭 옆에 주차된 시에라 드날리. 김포=김형준 기자

20일 경기 김포시 한 농협에서 1톤 트럭 옆에 주차된 시에라 드날리. 김포=김형준 기자


차선 이탈 경고와 차선 유지 보조 시스템을 통해 중앙을 유지하며 달리기 쉬웠고, 앞차와의 간격을 자동으로 조절하며 가속과 감속을 반복하는 어댑티드크루즈컨트롤(ACC) 기능도 운전의 피로를 줄여 줬다. ①고해상도 광각 카메라를 통해 차량 뒤쪽을 최대 300% 더 잘 볼 수 있게 해주는 '후방 디스플레이 룸미러' ②앞차와의 거리가 가까워지면 시트에서 진동을 울려 경고하는 '햅틱 시트'는 도로 위에서 위험을 크게 줄여 줬다.

시에라에는 최고출력 426마력의 가솔린 엔진이 들어 있어 힘은 대단하지만 그만큼 기름값을 더 낼 각오를 해야 한다. 공인 복합 연비는 1㎞당 6.9리터(L)였는데, 시승 구간 고속 주행이 많아 실제 연비는 8㎞/L가량이었다. 픽업트럭의 핵심인 짐 싣는 공간은 1,781L를 적재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성인 4, 5명이 둘러앉아 게임을 즐기거나 휴식을 할 수도 있다.

세심함도 눈에 띈다. 뒤쪽 적재함은 버튼을 누르면 자동으로 열리고 한번 더 만지면 적재함 게이트가 밑으로 내려가며 계단이 만들어진다. 짐을 들고 적재함 위로 편안하게 올라갈 수 있다는 얘기다. 이 함에는 발광다이오드(LED) 카고 램프와 230볼트(V) 콘센트가 설치돼 야외 활동 시 편리함도 높여 준다.



"부유층 노린다?" 그들이 픽업트럭을 살까

20일 경기 김포시 한 카페에 주차된 시에라 드날리. 김형준 기자

20일 경기 김포시 한 카페에 주차된 시에라 드날리. 김형준 기자


GM 관계자는 "우리가 찾는 고객은 프리미엄 라이프를 즐기고 남들과 다른 것을 지향하는 사람들"이라고 밝혔다. 재정적으로 여유가 있는 이들을 겨냥한 모델이라는 얘기다.

업계 반응은 갈린다. 운전도 편리하고 매력은 확실하지만 한국에서 통할지 조금 더 두고 봐야 한다는 게 업계 전반의 의견이다. 딜러를 거치지 않는 인터넷 판매로 9,330만~9,500만 원의 가격이 형성돼 미국 내 판매 가격과 큰 차이는 없지만, 도심이나 아파트 거주자는 널찍한 주차 공간을 확보한 뒤 구매를 고민해야 한다.

GM이 불붙인 픽업트럭 전쟁은 상반기 중 본격화할 전망이다. 픽업트럭 명가로 꼽히는 포드도 상반기 중 '넥스트 제너레이션 포드 레인저 와일드트랙'과 '레인저 랩터'를 출시할 계획이다.

김포= 김형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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