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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 때리기의 ‘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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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때릴 대상은 도처에 있고, 고르기 나름이다. 부동산 투기, 사학 비리, 임금체불, 불법파견, 불법하도급, 산재 은폐, 농수산물 유통마진, 증권·금융범죄···. 정부가 이 중 유독 ‘노조 때리기’에 집중하는 건, 나름 합리적인 ‘알고리즘’에 기반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화물연대 파업 강경대응으로 지지율을 30%대로 끌어올렸고, 최근엔 노조를 전방위 비난하며 40%로 올렸다. 노조를 때리면, 반사적으로 여론이 환호한다.
□ 기본적으로 노조가 공분을 살 만한 명분을 제공했다. 일례로 정부 조사 결과, 건설노조 타워크레인 기사 438명이 건설사로부터 1인당 평균 5,560만 원의 ‘월례비(급행료)’를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노조의 ‘선한 역할’은 조명을 덜 받는 측면도 있다. 민주노총에서는 그동안 ‘월례비’ 관행을 없애려 건설협회에 공문을 보냈고, 건설업계의 악습인 ‘똥떼기’(현장 팀장의 팀원 임금 착취)를 하면 제명한다.
□ 정부는 보통 파업 때나 노조와 직접 대립하는데, 올해는 다르다. 노조가 별 움직임이 없어도, 정부가 적극적으로 대립되는 이슈를 만드는 모양새다. 예를 들어, 이렇다 할 조합비 회계비리 의혹이 없는데도 법적 근거가 모호한 상태에서 조합비 자료를 정부에 제출하라고 한다. 그리곤 제대로 제출하지 않는다고 비판하자, 여론은 통쾌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노조가 우리 사회에서 ‘공공의 적’ 취급받는 이유는 어찌 보면 단순하다.
□ 한국의 노조원 수는 293만 명(2021년). 조직대상 노동자(2,058만 명)의 14.2%뿐이다. 불안하고, 열악하고, 고통받는 노동자일수록 노조가 없다. 작은 회사들의 노조 조직률(30~99명 사업장 1.6%, 30명 미만 0.2%) 통계엔, 하위 노동자들의 체념과 슬픔이 서렸다. 대기업(300명 이상 사업장 46.3%)과의 간극이 크다. 헌법의 ‘노동3권’을 1,700만 명의 노동자가 누리지 못하니, 기본권은 소수의 ‘특권’이 됐다. 이 구조를 만든 정부·정치권·기업에 근본 책임이 있겠지만, 대중의 분노는 보다 직관적이고 만만한 대상에게 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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