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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따져 보는 코로나의 역설적 축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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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것이 왔다. 코로나에 걸리고 말았다. 지난 3년 동안 코로나에 걸리지 않고 용케 버텼다. 슈퍼면역자인가 싶었지만, 그저 코로나에 늦게 걸린 한낱 보통의 사람일 뿐이었다. 별 탈 없이 일주일이 지나가길 바랐지만 사치였다. '다들, 이렇게 아픈 시간을 보냈다고?' 흔한 감기로 여길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오한과 근육통으로 잠 못 이루는 밤이 지속된다. 식욕이 사라져서 빈속에 약을 먹기 일쑤였다. '어디서 감염이 된 걸까?', '피할 방법은 없었을까?' 따위의 쓸모없는 생각을 하다 이내 멈췄다. 지금 바라는 건, 통증이 사라지는 일, 그리고 다시 코로나 이전으로 일상을 보내는 일이니까. 빨리 회복할 방법이나 검색해야지.
시간이 약이었다. 지독했던 고통도 시간이 흐르면서 줄어들었다. 앓느라 보낸 일주일이 아까웠다. 코로나가 아니었으면, 운동도 하고, 일도 하고, 원고 작업도 하며 알차게 보냈을 텐데 시간을 날려버린 느낌이다. '별수 없지, 다시 열심히 살자' 싶은 마음을 먹었지만, 한 번 무너진 루틴을 되돌리는 게 영 쉽지 않다. 코로나 탓을 하기 시작한다. 아침에 일찍 못 일어나는 것도, 핸드폰 사용 시간이 늘어난 것도, 일을 자꾸 미루게 되는 것도, 내 탓이 아니고 코로나 탓이다.
열흘 만에 헬스장으로 향했다. 다시 파이팅 해야지 싶은 마음으로 몸의 변화부터 체크하기로 한다. 체중계 위로 올라갔는데 잠깐, 2.5㎏이 빠졌다. 체지방뿐만 아니라 근육도 같이 빠졌다. '코로나 걸리면서 잘 못 챙겨 먹어서 그런가? 다시 찌겠지' 하며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그런데 신기하다. 2주, 3주가 지났는데 빠진 체중을 유지하고 있다. 코로나를 앓으면서 자극적인 음식을 먹지 않다 보니, 그사이 입맛이 변한 것이다. 몸을 잘 회복하고자 건강하게 챙겨 먹고, 군것질을 줄인 덕분이다. 게다가 면역력을 키우고자 평소보다 운동도 열심히 했다. 전보다 가볍고 건강한 몸으로 변하고 있다. 코로나 덕인가?
한 달 전 코로나에 걸렸던 친구에게 연락이 왔다. "몸은 좀 괜찮아?" 서로 코로나 증상이 어땠는지, 한참 이야기를 나누는데 친구가 말한다. "나 코로나 덕 봤잖아." 코로나에 걸리고 나서, 양쪽 코로 숨을 쉬게 됐다는 것. 비염으로 늘 한쪽 코가 막힌 상태로 지내왔던 친구가 코로나를 앓고 난 후, 양쪽 코로 숨을 쉬게 됐다. '혹시 나도?' 한쪽 코를 막아 보고 숨을 쉰다. 반대쪽 코를 막고 한쪽 코로 숨을 쉰다. 20년 동안 비염을 앓고 살아오며 한쪽 코로, 그마저도 힘들 땐 입으로 숨 쉬던 내가 양쪽 코로 숨을 쉬고 있다. 나도 친구처럼 코로나 덕을 본 건가? 물론 코로나와 비염의 상관관계는 알 수 없다.
'세상 만물은 음과 양을 동시에 갖고 있다.' 지난 겨울부터 공부하고 있는 도덕경에 있는 말이다. 코로나로 인해 일주일을 꼬박 앓으며 그동안 잘 지켜온 루틴을 잃었다. 하지만 코로나로 인해 건강한 음식을 먹고 운동하며 체중을 감량했고, 양쪽 코로 숨을 쉬게 되면서 노자의 말을 몸으로 이해했다. 모든 일은 양면성을 갖고 있다. 그러니 당장의 불행에 크게 좌절할 것도, 찰나에, 행복에 들떠 있을 필요도 없다. 마냥 좋은 일도 나쁜 일도 없다 생각하면, 오늘 삶의 무게가 조금은 가벼워진다. 물론 코로나는 다시 경험하고 싶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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