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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탈모 지원..."심각한 사회 질병" vs "취업·주거 지원 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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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에 거주하는 공무원 A(30)씨는 탈모로 매년 수십만 원을 쓰고 있다. 5년 전 탈모가 시작된 A씨는 심할 때는 정수리를 비롯해 머리 6, 7곳에서 머리카락이 뭉텅이로 빠진다. 병원 진료비(주사비 포함)는 한 번에 2만 원, 세 달치 약값만 15만 원이다. 탈모 방지 샴푸나 영양제까지 합치면 매달 부담이 만만치 않다. A씨는 "탈모는 개인이 조심한다고 예방할 수 있는 병이 아닌 ‘사회적 질병’에 가깝다"며 "약값의 일부라도 정부가 보전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A씨처럼 탈모를 고민하는 청년들이 급증하면서 최근 지방자치단체들이 탈모 치료 지원 조례를 확대하고 있다. 청년 탈모가 사회적 문제로 부상한 만큼 치료비를 공공에서 지원해야 할 때가 됐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생명에 지장이 없고 다른 질병과의 형평성을 고려해 더 시급한 복지에 재원을 투입해야 한다는 반론도 적지 않다.
청년 탈모 치료비 지원 조례는 지난해 5월 서울 성동구가 전국에서 처음으로 마련했다. 해당 조례에 따르면 지원 대상자는 성동구에 주민등록을 두고 3개월 이상 거주한 자로 의사로부터 탈모증 진단을 받은 만 39세 이하다. 구는 올해 1억6,000만 원의 예산을 들여 1인당 연간 20만 원 한도 내 경구용 약제비 50%를 지원한다. 충남 보령시도 관련 조례를 제정해 올해부터 탈모증 진단을 받은 만 49세 이하에 연간 100만 원 한도 내 탈모 치료비를 지원하기로 했다. 광역자치단체 중에서는 대구시에서 지난해 12월 탈모 지원 조례를 통과시켰다.
서울시의회도 이번 임시회에서 최근 입법 예고한 ‘서울시 청년 탈모 치료비 지원 조례 제정안’을 논의한다. 조례안에는 서울시에 3개월 이상 거주한 19세 이상 39세 이하 탈모증 진단을 받은 청년을 대상으로 경구용 치료제 비용 중 일부를 시가 지원하는 방안이 담겼다. 해당 조례를 발의한 이소라 서울시의원은 “학업ㆍ취업ㆍ창업ㆍ결혼 등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청년들이 탈모로 인한 부담과 고통이 커지고 있다”며 “청년 탈모 치료 지원에 대한 제도적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공개하는 자료에 따르면 국내 탈모 환자 수는 2018년 22만4,688명에서 2021년 24만2,960명으로 3년 새 8.1%가 늘어났다. 이 중 39세 이하(2021년 기준)가 12만8,922명으로 53%를 차지한다.
하지만 세금으로 탈모 치료를 지원해 주는 게 적절하느냐는 반대 목소리도 적지 않다. 노혜련 숭실대 사회복지학부 교수는 "탈모 인구가 늘어나더라도 사회 복지 문제로 접근할 질병이 아니다"며 "교육과 취업, 주거 등 기본적 복지에 공공 재원을 투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서울의 한 자치구 복지 담당자도 "주거 등 생존과 직결된 문제에서 어려움이 있는 청년에 대한 지원이 더 시급하다"고 말했다.
여드름이나 아토피피부염, 시력교정수술(라식ㆍ라섹) 등과의 형평성 문제도 제기된다. 탈모는 국민건강보험법 시행규칙상 일상생활에 지장이 없는 질병으로 ‘비급여 항목’에 해당한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이날 서울시의회 시정질문에서 청년 탈모 치료 지원과 관련 “문제는 형평성이다”라며 “비급여 질병 중 여드름 치료나 라식, 라섹 등과 비교해서 무엇이 더 시급하고, 필요성 있는 지원인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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