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식량 사정이 심상찮다. 대북 소식통들은 '지방 교도소 수감자 수십 명이 굶주림에 집단 탈옥했다', '부촌 개성시에서 아사자가 하루 수십 명씩 나온다', '평양조차도 식량이 제대로 배급되지 않는다' 등 나날이 심각해지는 북한 상황을 국내외 언론에 제보하고 있다. 통일부도 개별 보도의 진위 여부는 확인할 수 없다면서도 "일부 지역에서 아사자가 속출하는 등 북한 식량난이 심각한 것으로 보고 있다"(20일)고 인정했다.
북한 식량난은 어느 정도 예견됐던 일이다. 원래도 만성적 식량 부족을 겪는 상황에서, 코로나 방역책으로 2020년부터 국경을 봉쇄해 식량과 비료 수입이 원활치 않았고 지난해엔 가뭄과 홍수로 곡물 생산량마저 감소했다. 그럼에도 봄철 보릿고개도 오기 전에 식량난이 이토록 심각해진 데에는 정책 실패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 정권은 식량 유통을 국가가 독점할 요량으로 지난해 말 사설 장마당을 배제하고 국영 양곡판매소에서만 식량을 사고팔도록 했는데, 이 과정에 곡물 유통량이 감소하는 부작용이 나타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식량 사정은 체제 유지와 직결된 문제다. 북한 정권이 곤궁에 처한 주민들의 관심을 돌리려 더욱 공세적인 도발을 감행할 개연성이 충분하다. 북한은 지난 20일 초대형 방사포를 쏜 다음 날 이례적으로 관영 매체를 통해 발사 사실을 알렸는데, 이 또한 외부의 적을 강조하며 체제 결속을 다지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북한사회 구조상 여지가 많진 않다지만 식량난에 대한 분노가 정권 존립을 위협할 대규모 소요로 번질 가능성도 상정해볼 수 있다.
정부는 식량 문제를 포함한 북한 내부 동향을 예의 주시할 필요가 있다. 아사자 발생은 분명한 인도적 참사인 만큼 필요하다면 대북 식량 지원도 적극 검토할 일이다. 정부의 '담대한 구상' 역시 북한의 원활한 식량 구입 보장을 우선적 조치로 삼고 있다. 북한은 핵·미사일 개발에 들이는 천문학적 자금을 하루속히 민생 해결 재원으로 돌리는 것이 주민들에 대한 기본 도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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