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년 전 케네디 교육 결단을 한국에서 이뤄내자

입력
2023.02.27 04:30
25면

편집자주

오래전부터 우리 사회 최대 숙제였지만, 이해관계 집단의 대치와 일부의 기득권 유지 행태로 지연과 미봉을 반복했던 노동·연금·교육개혁. 지속가능한 대한민국과 미래세대를 위해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3대 개혁>에 대한 진단과 해법을 모색한다.

교육개혁: <1>근본문제 무엇인가?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23일 서울대 국가미래전략원 개원 1주년 기념 대담회에서 '대한민국 교육개혁 방향'을 주제로 기조강연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23일 서울대 국가미래전략원 개원 1주년 기념 대담회에서 '대한민국 교육개혁 방향'을 주제로 기조강연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학교·교육의 종말시대에 규제부터 늘리는 한국
'스푸트니크 쇼크'를 극복한 미국처럼 각성해야
유아 넘어 태교까지 챙기는 원대한 비전 찾아야

최근 세상을 뒤흔든 코로나 사태로 엄청난 비밀이 하나 밝혀졌다. 전 세계 초·중·고 대학의 82%가 동시 중단되는 역사적 사건으로 학교가 문 닫아도 교육이 가능하다는 걸 알게 된 것이다. 등교하는 전통 학교의 종말이 보인다. 그래서 해외에서는 교육 정상화를 할 수 있어도 예전으로 되돌아가지 않고 혁신하겠다는데 한국은 그냥 복귀한다. 타성이 문제다.

또 하나의 세상을 바꿀 사건도 교육 혁신을 재촉한다. 인공지능 챗봇 등장으로 정답 찾는 교육의 종말이 시작되었다고 전문가들이 한목소리를 낸다. 하지만 지금 한국에서는 두려움 때문인지 규제의 소리가 먼저 나온다. 새로움을 통제하려는 규제가 문제다.

그래픽=강준구기자

그래픽=강준구기자

하지만 가장 큰 문제는 생기 없는 학생이다. 벌써 13년 연속 한국 학생의 행복도가 세계 최하위다. 부모는 일터로, 아동은 학교와 학원으로, 영유아는 시설로 흩어져 하루를 서로 단절된 채 보내는 가정의 종말 시대다. 한국에서 진행되는 세계 초고속 탈가족화가 세계 최강 스트레스를 안겨 준다. 경쟁적인 입시위주 교육은 아이들의 얼을 빼앗고 더 큰 스트레스와 문제 행동으로 내몬다. 활기 없는 교실에서 아이들이 고립과 대립을 배운다면 나라에 미래가 없다.

물론 한국에서도 우리 나름의 교육 개혁이 한창이다. 입시에 수시와 정시 비율을 조정하고, 학교에서 코딩 수업과 학점제를 도입하고, 유치원과 어린이집을 연계하는 방법을 논한다. 과연 교육 방법과 제도를 약간 개선한다고 개혁이 완성될까. 아니다. 개혁이란 방법이 아니라 먼저 비전을 달리하는 거다. 타성과 규제에서 벗어나고 새로움을 향하여 국민에게 활력을 불어넣어 주는 거다.

그래픽=강준구기자

그래픽=강준구기자

바로 그러한 교육 비전이 제시된 적이 있다. 60년 전, 인공위성 스푸트니크에 위기를 느낀 존 F. 케네디 미국 대통령은 "우린 달에 가기를 선택합니다. 쉬운 일이 아니라 어려운 일이기 때문에 선택합니다"라고 미국인에게 비전을 제시하고 상상할 용기를 주문하였다. 미국은 새 비전에 걸맞게 교육을 대폭 혁신하였고, 그 결과 대대로 과학기술 패권을 차지하고 있다.

전통적인 학교와 교육과 가정의 종말이 시작된 지금, 우리에게도 원대한 비전이 필요하다. 교육의 시야를 학교 담장 안으로 규제하지 말고, 학교 밖에서 진행되는 어마어마한 산업체 교육과 사교육에 대한 새로운 시각으로 포용해야 한다. 아이들이 입시라는 코앞이 아니라 더 멀리 내다보는 혜안과 상상력을 지니게 해서 절망 대신 희망, 대립 대신 대의를 보게 도와야 한다.

그래픽=강준구기자

그래픽=강준구기자

최소 세 가지가 이행되어야 하겠다. 첫째, 학교와 학생을 숨막히는 규제에서 전적으로 해방시켜서 새로움이 허락되어야 한다. 해외 조기유학과 국제학교에서 이뤄지는 교육이라면, 국내 일반학교에서도 되는 게 마땅하다. 한국인이 한국 제도에서 벗어났기 때문이 아니라, 한국에서 빚어졌기 때문에 세계를 누비고 다녀야 하겠다.

둘째, 등교하는 학교 교육의 종말에 대비하여 모든 형태의 비전통 교육도 인정하여 학위 독점을 타파해야 한다. 산업체 교육과 사교육으로도 정규 학위를 받을 수 있는 멀티트랙과 상호 호환성을 구축해서 교육 파편화와 입시 병목현상을 없애야 한다. 산학협력이 아니라 산학통합 교육이어야 한다.

그래픽=강준구기자

그래픽=강준구기자

셋째, 이왕이면 유럽의 교육복지 강국을 따라가기 급급해하지 않고 오히려 앞서가야 한다. 교육을 시공간적으로 확대하여 유아교육을 넘어 태교까지 지원해야 한다. 엄마의 심신안정이 태아와 영유아의 뇌발달과 학습력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교육 목표에 행복한 학생을 넘어 행복한 부모를 포함하면 문제행동 예방과 고질적인 저출산 문제마저 해소될 법하다. 그러려면 융복합 시대에 맞춰 학문과 학과의 벽만 아니라 사회·복지·교육 행정의 벽도 허물어야 한다. 복지를 퍼주는 소비사업이 아니라 교육사업화해서 성장동력으로 만들어야 한다.

우리 아이들은 오늘날 한국보다 더 크고 더 다이내믹할 '통일 한국'에서 살아가며 세계에 이롭게 기여해야 하는 존재들이다. 비전은 통일 한국이 아니라도 통합 한국이어도 좋다. 무엇이든 학생과 학부모가 환영하고 용기 내게 하는 비전이 나오면 또 한번의 기적도 가능할 것이다.

글 싣는 순서-교육개혁

<1> 한국 교육의 근본문제 (조벽)
<2> 디지털문명에 걸맞은 교육 (염재호)
<3> 시험이 바뀌면 한국도 바뀐다 (이혜정)
<4> 교육 망치는 교육감 선거 (박융수)
<5> 대학입시, 어떻게 해야 하나 (배상훈)
<6> 대학 총장 직선제는 답이 아니다 (전호환)
<7> 지역대학이 융성해야 선진국이다 (김종영)
<8> 글로벌 스탠다드- 9월 학기제 (김도연)
<9> 노동ㆍ연금개혁 그리고 교육개혁 (김용학)


조벽 고려대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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