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출산율, 초유의 0.78명... "출산은 행복 아닌 고통"

입력
2023.02.22 16:00
수정
2023.02.22 17:21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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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닥 뚫린 출산율]
2018년 1명대 붕괴, 4년 만에 0.8명대 깨져
①비혼 ②딩크족 ③노산에 출산율 하락

서울 시내 병원의 신생아실 모습. 뉴스1

서울 시내 병원의 신생아실 모습. 뉴스1

지난해 출산율이 사상 최초로 0.7명대까지 떨어졌다. 출산율 마지노선이라고 여겨졌던 1명대가 붕괴된 2018년 이후 불과 4년 만이다. 출산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 회원국 가운데 꼴찌로 저출산을 먼저 겪어 한때 반면교사 삼았던 일본에 비해서도 한참 낮았다.

통계청이 22일 발표한 '2022년 출생·사망통계'에 따르면,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합계출산율은 지난해 0.78명으로 전년 0.81명에서 0.03명 감소했다. 출산율은 2013년 1.19명에서 2015년 1.24명으로 반등하는 듯했으나, 이후 작년까지 7년 연속 내리 추락하고 있다. 바닥이 뚫린 형국이다.

지난해 태어난 출생아는 24만9,000명으로 전년 대비 4.4%(-1만1,500명) 감소했다. 출생아는 이미 저출산이 고착화한 2012년 48만4,600명과 비교해 반 토막 났다.

그래픽=김대훈 기자

그래픽=김대훈 기자

한국 출산율은 OECD 국가 중 최하위였다. 출산율이 두 번째로 낮은 이탈리아만 해도 2020년 기준 1.24명으로 한국을 크게 앞질렀다. 한국보다 저출산 현상이 먼저 발생한 일본 역시 1.33명이었다. 지난해 한국 출산율은 OECD 평균(1.59명)의 절반에 못 미쳤다.

출산율이 내려가는 직접적 원인은 ①혼인 감소 ②딩크족(자녀를 낳지 않는 맞벌이 부부) 확산 ③출산연령 상승 등이다. 우선 혼인 건수는 2017년 26만4,455건에서 2020년 21만3,502건, 지난해 19만1,697건으로 감소세다. 코로나19 시기에 더욱 급감한 혼인 건수가 지난해 하반기부터 늘어난 게 그나마 긍정적이다.

결혼을 하더라도 아이를 갖지 않겠다는 딩크족 증가는 20대의 인식 변화에서 가늠할 수 있다. 지난해 5월 한국개발연구원(KDI)이 펴낸 보고서를 보면, 아이를 낳지 않는 데 동의하는 20대 비율이 2015년 29.1%에서 2020년 52.4%로 뛰었다.

그래픽=송정근 기자

그래픽=송정근 기자

출산연령 상승은 자녀를 갖고 싶어도 둘째를 포기하는 현상으로 이어졌다. 한국 엄마의 평균 첫째 아이 출산연령은 33세로 OECD 국가 가운데 가장 늦다. 국제 노산 기준인 35세 이상 산모 비중은 지난해 35.7%로 전년 대비 0.7%포인트 증가했다. 그러다 보니 첫째 아이 비중이 62.7%로 전년보다 5.9%포인트 확대한 반면 그만큼 둘째아 이상 비중은 줄었다.

물론 출산율이 곧 바닥을 찍고 회복할 수 있다는 기대도 있다. 통계청 장래인구추계를 보면 현 추세 유지 시 출산율은 2024년 0.70명으로 떨어졌다가 이후 반등한다. 주 출산 연령대인 1990년대생 인구가 1980년대 후반생보다 많은 점을 감안해서다. 다만 통계청이 가정한 최악의 시나리오상에선 출산율이 0.61명(2025년)까지 내려가 안심할 순 없다.

이삼식 인구보건복지협회장은 "인구가 늘어 출산율이 상승하는 건 착시 효과에 불과하다"며 "고용·주거 불안을 겪는 청년에게 결혼과 출산은 행복이 아닌 고통으로 이들을 설득할 수 있는 출산 친화적 정책, 기업 문화 등이 정착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 박경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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